가장 보통의 연애
A - 풋풋할 시기는 아니지만
한열음 작성
* * *
타닥, 타닥.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과 숨도 차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정재현이 알람을 꺼버리는 바람에 지각하게 생겼다. 차 태워주겠다는 말을 무시하고 씻고 옷만 입고 파우치를 들고 버스를 탔다. 늦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주는 듯이 버스 정류장도, 버스에도 사람은 평소보다 적었다. 덕분에 지금 강의실까지 죽어라 뛰고 있다. 교수님 뒷모습이 보이고 급히 뛰던 두 다리를 멈췄다.
여기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 더 빨리 뛰어 교수님보다 먼저 들어간다. 또는 거리를 유지하며 교수님이 들어가고 3초만 세고 문소리가 안 나도록 조용히 들어간다. 확률은 반반, 그리고 지금 내 상태는 아침부터 지침.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후자였다.
나름 성공적이였고 수정이 옆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을까, 기겁을 하고 날 쳐다보는 수정이었다.
"오늘 신환회잖아! 이러고 가게?"
"..헐 깜빡했다. 나 오늘 하필이면 연강인데."
"그럼 나 팀플하고 같이 우리 집 가자."
"신환회 늦어도 돼?"
"엉. 우릴 궁금해하겠냐, 걔넬 궁금해하겠지. 그리고 어차피 시간도 늦어."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수정이네로 가길 약속하고 휴대폰 녹음기를 켰다. 태용선배가 이 교수 강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녹음을 하고 나중에 다시 공부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그게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 잠을 안 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 교수님은 오로지 과제는 아닌 시험으로만 승부를 하시는 분이셨다. 평소처럼 펜을 꺼냈고 수정이는 무슨 옷을 입을지 작게 낙서를 시작했다.
평소와 다름 없던 그런 보통 날이 오늘도 시작됐다.
* * *
[ 어디야? - 현 ]
"이지은!! 정재현한테 문자 왔어!"
방에서 화장을 고치는 내게 거실에서 말해주는 수정이었다. 재현이한테 문자 왔다는 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갔고, 내게 휴대폰을 주는 수정이었다. 답장을 하려고 자판을 하나하나 치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전화가 왔다.
- 문자 봤어?
"지금 답장하고 있었어, 나 수정이네. 넌 집 갔어?"
- 너 없어서 이불만 정리하고 왔어. 오늘 환영회 갈거지?
"응, 지금 준비하고 있어. 도영이랑 올거야?"
- 그러려고. 이따 봐, 지은. 너무 예쁘게하고 오면 혼나.
푸흐흐, 웃으며 전화를 끊자 궁금하단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수정이었다. 말해주기 민망해 얼른 준비하고 나오겠다고 하자 딱히 더 안 물어보고 마저 티비를 보는 수정이었다. 가면 새싹처럼 싱그러운 애들 투성일텐데, 그래도 힘주고 가야지. 귀걸이까지 다시 하고 보니 이젠 옷이 마음에 안 들었다. 결국 옷까지 수정이의 것을 빌리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에 타서 페북에 들어간 수정이가 벌써 도착한 애들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번 신입생 중 왜 이렇게 상크미들이 많냐며 좋아하는 수정이를 보고 난 과톡을 확인했다. 질 안 좋은 상철선배는 여전히 복학생 티를 내며 얼른 오라며 신입생들에게 재촉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학점도 최악이고 평점도 최악이고 면접도 보는 족족 다 광탈이지. 한심하게 프사를 한 번 보다 수정이가 급하게 내게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대애박. 얘 미쳤나봐, 뒤에서 말 많이 나오겠다."
"배희연 맞지? 이번 신입생 중 제일 예쁜 애."
"엉, 근데 옷 존나 야하다. 김상철이 좋아할듯."
"그러게. 좀.. 많이 야하다, 보기 그렇네."
"너도 조심해."
"뭐가, 김상철?"
"아니. 정재현. 노리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개를 끄덕였다. 재현이는 뭐 항상 조심하고 있지. 하루이틀 만난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은 한 두번도 아니었다. 대학가로 오자 술집들과 많은 학생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랑 수정이도 택시에서 내려 포차로 걸어갔고, 이미 안은 우리 과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술을 마시고 있던 김도영과 눈이 마주쳤고 술을 마시다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우릴 반겨줬다.
"올 이지은 오늘 힘 줬는데?"
"좀 티나? 창피하네, 재현이는?"
"끌려다니는 중. 과대잖아. 태용이형 애들 다 왔어여!!"
도영이가 소릴 지르자 그제서야 내가 온 것을 본 재현이었다. 웃으면서 내 옆에 앉는 재현이는 대형견 그자체였다.
"예쁘다, 예뻐."
"..술 벌써 많이 마셨어?"
"아니이... 조금.."
술을 마시면 더 다정해지고 애교가 많아지는 재현이었다. 하지만, 재현이 말대로 지금은 별로 안 마신 상태였는지 많이 취했다,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김상철 선배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얼른 신입생 소개나 시작하자며 꼰대질을 시작했다. 다들 이맛살이 찌뿌려졌고 그런 분위기에서 박희연부터 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김상철 선배의 뜨거운 환호가 있었고 창피했는지 김상철 선배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앉는 박희연이었다.
소개를 다 듣고 생각보다 귀여운 신입생들이 많다는 생각부터 했다. 재현이는 그 사이에 잠깐 든 술이 깼는지 멀쩡해졌다. 수정이와 화장실에서 손 닦고 오겠다는 말과 함께 손을 닦고 돌아왔을땐 달갑지 않은 상황이 있더라.
"그럼 오빤 질리지 않아요?"
"지은? 왜 질려? 하나도 안 질려."
"그래도.. 가끔 새로운 여자친구 사귀고 싶지 않아요? 연애 초기 때 풋풋함도 없을텐데.."
"풋풋함은 없어도 그 이상의 것들이 있겠지.
근데, 희연아. 이건 너가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아. 너무 주제 넘는거 같거든."
* * *
일단 한 가지 인정한다. 난 조온나 취했다. 재현이가 예쁜 말을 해줘도 박희연의 말이 너무 거슬렸다. 그래서 수정이랑 술을 마신 덕분에 술이 약한 나만 취했다. 평소 술을 잘 안 마시는 내가 많이 마셔서 신난 수정이는 켈켈 웃으며 마시고 죽자며 신나했다. 도영이는 그저 눈치만 보며 홀짝거렸고, 모든 원인인 정재현을 두 눈으로 바삐 찾았다.
모든 원인인 정재현(a.k.a 3학년 과대)은 여기저기서 웃어주면서 테이블 돌아가며 술을 마시고 있더라. 그 모습을 다시 보는데 하필이면 박희연네 테이블이더라. 그 모습을 보고 더 짜증이 나 짐을 다 싸고 먼저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릴새도 없이 그냥 나와버려 아무도 잡지 못 했다. 정재현은 뭐 당연히 못 봤겠지.. 그래도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한숨을 쉬며 엘레베이터를 탔을까.
"같이 가, 공주야."
아쉬운 마음을 사라지게 할 정재현, 네가 왔다.
1) 재현이 새작이에욥. 히히
2) 그냥 보통의 연인들이 연애하는 평범한 캠퍼스물..
3) 전 지금 우울하답니다.. 흐규흐규
4)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5) 옆학교 청춘 로맨스 영화 다 날라간 것이 바로 그 2U..
6) 모든 작품 전부 다 주말연재에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