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운-MIRACLE
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N
ep.14 난 진짜 몰랐어.. 정말....
민현이는 제가 처음 만든 반인반수입니다. 첫 실험, 첫 성공의 기적과도 같은 아이였죠. 그래서 더 애착이 갔던 것 같습니다. 코드네임 같은 딱딱한 이름대신 민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남들 간식 하나 줄 때 3개를 주고 비교적 힘든 실험은 최대한 피하고 혹시나 필요한 게 있거든 3일 내에 무조건 마련해줬습니다. 나의 사랑을, 또는 정성을 민현이도 느끼고 있었겠죠. 우린 서로를 존중했으니까요. 베타우리에 민현이 혼자 있을 적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알파우리에 새로운 동물이 들어왔다고 들었어요. 어떤 종이에요?"
"흑표범. 이름은 LB-23."
"그 아이도... 연구원님이 만드신 건가요?"
"아니아니. 걘 ㅇ동물원에서 태어났어. 와 경쟁력이 진짜...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다니까...?"
나의 말에 살풋 웃은 민현이가 그 비싼 아이 얼굴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LB-23을 민현이가 있던 베타우리로 데려왔었죠. 민현이는 LB-23을 처음 보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건 LB-23의 뛰어난 외모 때문이었다고 해요. 막 동물원에서 데려와 상태가 말이 아니었는데 숨어있던 이목구비를 본 거죠. 그때부터 그들의 얼굴 부심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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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이와는 통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어나고부터 잠깐을 제외하곤 줄곧 함께했기 때문이죠. 일단 민현이가 저에게 많이 맞춰줬던 것도 있고 저도 민현이에게 많이 맞춰주려고 노력한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것은 다른 아이들의 이름을 정해 줄 때 확신할 수 있었죠.
"음, 좋은 이름 떠오르는 거 없어?"
"연구원님의 다니엘은 어때요?"
"야아... 장난치지 말고..."
"성우? 오, 괜찮네. 처음으로 정한 성우라는 이름은 흑표범 줄까? 아 근데 성우 하니까 성운이란 이름도 이쁜 것 같아."
"오, 되게 예쁘네요. 그 이름은 하늘다람쥐 줘요. 잘 어울려요."
서로 이름을 말하면 무조건 예쁘다며 착착 정해주었죠. 그래서인지 끝에 가서는 진짜 고심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이름을 말하더라도 좋다며 그거 하자 할 게 뻔했으니까요. 최대한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지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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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때 당시의 민현이는 제 자식이고 남친이고 남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귀여워서 다 해주고 싶은 아들처럼 때로는 설레서 잠 못 이루게 만드는 남친처럼 때로는 언제 어디서나 든든한 남편처럼... 그런 그 아이의 실험은 무조건 제가 주도했습니다. 최대한 그가 덜 아프게, 최대한 그가 힘들지 않게... 차라리 다른 사람 손에 매우 아픈 것보다 내가 해서 조금 아픈 게 낫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게 그를 더 아프게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가장, 아프게...."
마취에서 덜 풀린 그가 중얼거린 말을 들은 후부터였을 겁니다. 제 사상이 바뀌던 것이요. 제가 하는 사랑이 이기적인 사랑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전 제가 만든 반인반수들은 무조건 제 손으로 실험했습니다. 그게 그들을 위한 거라 자기 위로를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죽게 되면 마음은 진짜 너무 아픈데, 다른 아이들이 많아서 일일이 신경 써 줄 수 없었죠. 폐기처분하라는 그 말에 담긴 수많은 감정을 아마 다른 사람은 못 느꼈을 겁니다. 그 많은 감정을 어떻게 읽었겠어요....
"미안해, 미안해 민현아...."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미안하다는 진부한 말 뿐이었습니다. 내 기적과도 같은 아이가 더 이상은 아프지 않게... 그 바로 다음다음날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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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정전을 일으키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아이들을 챙겨 제 차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때까지는 너무 어두워서 제가 솔직히 누굴 챙겼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제 정신도 아니었을 뿐더러 전 민현이 침대에 있던 아이먼저 챙겼으니까 당연히 민현이를 챙긴 줄 알았죠. 연구소를 빠져나와 한참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현이가 없다는 걸 그때 봤거든요. 눈미러로 본 뒷좌석에도 당장 돌아본 조수석에도 민현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손이 떨릴 만큼 두려워졌습니다. 제가 민현이인줄 알고 챙긴 것이 놀러왔던 성우일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낙담했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확신했죠. 민현이는 나 말고 그 어떤 누구도 실험을 해 본적이 없는 아이였고 민현이의 특이사항 같은 건 제 연구보고서에만 써놨을 정도로 꽁꽁 아껴두었거든요. 혹시라도 다른 실험을 당할까봐요. 진짜 그때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찔합니다. 핸들에 머리를 박고 도로 한 가운데에 계속 서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또 연구소로부터 추격 당할까봐 이 아이들만이라도 살리자 싶어 어렵게 악셀을 밟았죠.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리니 지금 사는 집이었고 여전히 민현이는 곁에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오열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못 울었던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듯 그렇게 펑펑 울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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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참 이상했습니다. 우리 집에 처음 온 날부터 민현이가 긴팔을 입었거든요. 사막여우라 조금 이해한다만, 오늘은 웬일로 또 반팔을 입고 있더라고요. 근데 안 하던 팔찌를 가득 차고 있는 모습에 쎄한 게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등줄기부터 타고 오는 소름에 당장 민현이에게 달려가 팔찌를 걷어보았습니다. 팔찌가 걷힌 손목에 선명하게 남은 흉터는... 입을 안 막으면 울음이 새어나갈 것 같아 입부터 틀어막았습니다. 간신히 울음을 참고있는 나 대신 지훈이가 울더라고요. 정말 최대한 눌러 담으며 물었습니다.
"왜, 왜....?"
그게, 이런 뜻일 줄은... 그동안 얼마나 나를 원망했는지 한 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나를 어떻게 용서한 걸까요...? 민현이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부분을 나 때문에 포기하고 있는 걸까요...? 내가 뭐라고...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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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이의 흉터를 본 뒤로 아이들이 더더욱 민현이에게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다 감싸 안아주려는 듯 민현이를 꼭 안고 놓아주지 않는 우진이는 말할 것도 없었고 이제는 거의 옅어진 연구소 냄새 덕에 민현이 껌딱지 타이틀을 다시 돌려받은 지훈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였죠. 그저 그런 관계이던 재환이도 소울메이트(?) 성우도 모두 민현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도요.
"민현아, 뭐 먹고 싶어?"
"너 말고, 성우야."
"너무하네...?"
"저 귀뚜라미요."
일동 표정이 굳는 것을 제가 봤습니다. 벌레라면 오만난장을 피우는 아이들이니 확실히 본 것이 맞겠지요. 그러나 금방 하하호호 억지로 웃으며 '귀뚜라미 좋지....'라는 입에 발린 말을 합니다. 하핳... 그나저나 귀뚜라미를 어디서 구해야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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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배진영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귀뚜라미를 구해달라는 나의 뜬금없는 부탁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구해오더라고요. 사실 연구소에 있는 먹이창고 털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주 잘 컸네요....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괜찮습니다. 먹이창고 다니엘 선배 담당입니다."
"아....."
나의 반응에 배진영이 뭔가 깨달은 듯 환하게 웃으며 건네주었습니다. 차마 그 곤충채집통 안에 있는 수십 마리 가까이 되는 귀뚜라미를 마주볼 자신이 없더라고요. 근데....
"혹시 몰라서 5통 가져왔습니다. ....사실 다니엘 선배가 4통 더 챙겨주셨습니다."
뒷말은 왜 붙이는지 모르겠네요. 크흠.. 아무튼 그런 게 다섯 통이나 된다고 합니다. 혼비백산, 아비규환. 지금 우리 집 상황입니다. 귀뚜라미 성애자 민현이와 벌레에 감흥 없는 지훈이를 제외하곤 거실을 난잡하게 돌아다니며 소란스럽게 하는 아이들이네요.... 물론....
"아이씨... 얘들 지들끼리 잡아먹잖아....."
저도 이건 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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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우진이가 새벽까지 깨어있습니다. 억지로 참으려는 듯 눈을 번쩍번쩍 뜨는 것이 느껴져서 의아했죠. 보던 논문을 덮고 물었습니다.
"왜, 안자고?"
"계속, 울렁거려. 누우면 토할 것 같아."
"말을 해야지..!"
"걱정할,"
다급하게 화장실로 뛰쳐 들어간 우진이가 문을 잠가버립니다. 언젠가부터 저렇게 자신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프지 않은 척 하는 날이 늘어날수록 걱정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내가 몰라주면.... 내가 다른 아이들 신경 쓰느라 조금이라도 놓치면... 혼자서 아파야 되는 거잖아요. 그것만큼 쓸쓸한 게 없는데.... 계속 문을 두드리면서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나 여기 있으니 괜찮아, 라는 나의 뜻을 알려나 모르겠지만 한참 동안이나 우진이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괜히 아이에게 부담이 될까 두드리던 것을 멈추고 화장실 문 앞을 서성이고 있는데 그제야 문이 열리고 우진이가 나옵니다.
"괜찮아????"
"진짜 그만 아프고 싶다."
"........."
"걱정 그만 하게 하고 싶어."
이게... 이제 생후 2년 된 아이가 할 말인가요...? 무엇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아무래도... 주인이랍시고 설치고 있는 나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
Q. 연구원 배진영군은 왜 전 본부장 현 배신자인 그녀를 돕고 있는 것인가요? 혹시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인가요?
A.
"선배님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음... 제 롤모델이십니다. 그래서 스파이를 자처하고 있죠. 선배님은 진짜 모든 분야에서 최고십니다."
***
앗녕!!!!!!!! 서울사람입니다!!!!!!!!
오늘은 찌통의 끝을 달립니다.... 우리 아카들 꽃길 걷기 프로젝트를 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
과거가 웬말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흙흘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대충 과거가 끝났네요! 이제 또 간간히 과거가 등장할 것 같아요~
참, 성운이 잠깐 나옴요. 무슨 동물인지 기억나시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 참 그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도 중요합니다. 여러분 기뻐해주세요.
다녜리의 찻잔세트가 아직 무사합니다!!!!!!! 워허!!!!!!!!!!!!
기적과도 같은 아이하니까 우리 포뇨 노래가 생각나더라고요ㅠㅠㅠㅠㅠㅠ
포뇨포뇨포뇨 아기무꼬깊ㅠㅠㅠㅠㅠㅠㅠㅠㅠ
끄야아라라ㅏㅏ아ㅏ라가ㅏ아ㅏ락 추천 80개다!!!!!!!!!!!!!!!!!!!!1
여든개다!!!!!!!!!!!!!!!!!!!! 팔십개다!!!!!!!!!!!! 미쳐따!!!!!!!!!!!!!!!!!야호!!!!!!!!!!!!!!!!!!!에잇티!!!!!!!!!!!
아니 증말 이거 증말 너무해요 진짜... 감동쟁이들 증말 정말 어?!!!!!!
초록글도 올려주시고 말이에요!!!!!!!!!!!!1 어?!!!!!!!!!!!!!!!1
내가 증말 많이 감사하다고...ㅎ
암호닉 분들 내 마음속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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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이렇게 보니까 진짜 예쁘네요. 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