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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윤지성] 저기요, 윤 대리님 | 인스티즈
 


 


 


 


 


 


 


 

저기요, 윤 대리님 

W. 곤지 


 


 


 


 


 


 


 


 


 


 

"자기야, 진짜 미안. 진짜로" 


 

"됐어, 안 해. 삐쳤어, 말 걸지 마" 


 


 


 


 


 

잠이 웬수다. 그것도 엄청난. 칼퇴근은 아니었지만 야근하는 아내를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도착해 씻자마자 찾아온 그동안 차곡차곡 적립되어 있던  

피로를 이기지 못 하고 잠들어 버린 게 지성의 1차 실수였고, 그 잠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비에 당황해 저를 데리러 오라 연락한 아내의 전화를 못 받은 게 2차 실수였다. 

다행히 큰 비도 아니었고 뒤늦게나마 -이것까지 안 받으면 진짜 끝이다 하며 여주가 이 꽉 깨물고 건 마지막 전화였다- 지성이 깨 헐레벌떡 우산을 들고 나갔지만 이미 

여주는 꽤 젖을만큼 젖어 있었고 충분히 기분이 상해버린 뒤였다. 걸어오는 내내 둘 사이에 아무 말이 없었을만큼. 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곧장 가 버릴만큼. 


 


 


 


 


 

"..." 


 

"..." 


 


 


 


 


 

원래 지성의 계획은 그거였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을 차려 얘기하면서 풀어주기로. 어제 곧장 사과를 하긴 했지만 아직 여주의 기분은 저기압에 가까웠으니까. 

근데 운도 참. 둘 다 아슬아슬하게 깨어 버려서 - 어젯밤, 베개와 이불을 주며 바닥에서 자라 하는 걸 겨우 설득해 등 돌리고 자는 걸로 합의봤다 - 아침은 고사하고 달랠  

시간조차 없어서 얼른 출근 준비를 마치고 묘한 기운 그대로 차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손가락으로 손등을 톡톡 치면서 달래 봤지만 돌아오는 건 까칠하게 쳐내는 손길뿐.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다들~" 


 

"어, 대리님. 오늘은 왜 따로 출근하세요?" 


 

"우리 팀장님이 나한테 삐친 게 좀 있어서요. 내가 잘못했지" 


 


 


 


 


 

평소엔 직원들 불편하게 깨소금 냄새를 풍긴다거나 사랑 푱푱 분위기를 내뿜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정하게 같이 들어왔는데 따로 출근하는 둘에 지성 옆에 앉아 있던 이 사원이 

눈을 깜빡이며 물으면 지성은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무리 삐쳤기로소니 출근은 같이 하고 싶었는데 주차를 마치자마자 저를 가만히 보더니 '흥' 하고 새침하게 

하더니 문을 열고 먼저 가 버렸다. 그 와중에 냉하게 한 마디 말 없이 가는 게 아니라 '나 삐쳤어! 빨리 풀어 줘' 하며 귀엽게 시위하는 여주에 지성이 웃은 건 안 비밀 


 


 


 


 


 

"팀장님, 이거 좀 드세요" 


 

"이게 뭐에요? 갑자기. 나 뭐 잘 해 준 거 없는데" 


 

"대리님이 본인이 드리면 안 드실 거라고 전해 드리라고.." 


 

"윤 대리가요? 알았어요, 두고 가요. 전해줘서 고마워요"  


 


 


 


 


 

결재 서류와 함께 내밀어진 샌드위치와 따뜻한 커피에 여주는 그저 멍하니 김 대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뭐지, 이거. 나 결혼한 거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왜 이래? 내가 

딱히 이런 걸 받을만큼 잘 해 준 적도 없는데. 하고 당황할 때쯤 알게 된 진짜 제공자. 그 말에 그 사람이 있을 쪽을 살풋 보면 아니나 다를까 제 쪽으로 빼꼼 바라보고 있던 

두 눈과 마주친다. 제 딴에는 아직 덜 풀렸으니 나름 머리 써서 김 대리를 시켰나본데 틀렸네요, 윤지성씨. 직접 와서 애교도 좀 부리면서 줬어야 해, 그럼 내가 풀렸을텐데 


 


 


 


 


 

"드렸어? 딱히 다른 말 하신 건 없고?" 


 

"네. 그냥 '윤 대리가요?' 하는 말에 살짝 톤이 올라간 거 말고는 없었어요" 


 

"..그래, 고마워. 커피 맛있게 마셔" 


 


 


 


 


 

아무래도 제 방식이 잘못 되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잠잠한 핸드폰이 첫번째 증거였고 묘하게 톤이 달라졌다는 김 대리의 증언이 두번째 증거였다. 이거 아닌가 봐, 어떡해? 

제가 못 챙겨준 건 둘째치고 아침을 거른 게 신경쓰여 제가 주면 문 들어가기도 전에 까일까봐 김 대리에게 커피 한 잔 값 지불 해 가며 쓴 방법인데, 역시 잔소리를 듣더라도  

직접 들어가서 줬어야 했나 봐. 풀리기는 커녕 더 꼬이게 생겼네. 그래도 힐끗힐끗 본 팀장실 유리 너머 김 팀장 님께서 아주 야무지게 샌드위치를 드시고 계시는 걸 보며 

만족했다. 그나저나 우리 자기는 왜 이 맛있는 스무디를 두고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걸까. 딸기, 블루베리, 망고 종류도 다양하니 고르는 맛도 있는데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고.  


 


 


 


 


 

"허, 지금 팀장님 저한테 갑질하는 거 맞죠" 


 

"음.. 아마?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그런 것 같네요" 


 

"됐다 그래. 나도 이제 삐칠거야" 


 

"과연 그게.. 좋은 선택일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지성은 이런 식의 갑질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분명 이런 건 제 옆자리 이 사원의 담당인걸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제게 맡겨지길래 뭐지 했더니 글쎄 팀장님께서 중요한 

자료라 이번엔 이 사원이 아니라 꼭! 반드시! - 힘 꾹꾹 주면서 말했다 - 윤 대리가 해야만 한다고 하셨단다. 심지어 본인에게 직접 말한 것도 아니고 전달하셨다. 이걸 어떻게 

화도 못 내고. 그래, 내가 죄인이지 죄인이야.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승진하지 못 한 게 이렇게 서러워질지 몰랐다. 믿었던 사람에게 발등 찍히는 게 이런 느낌이려나 


 


 


 


 


 

'그거 엄청 중요하고 급한 거니까' 


 

'꼭! 오늘까지 다 마쳐 주세요' 


 

'아, 그리고 원래 오늘 제출하시기로 했던' 


 

'보고서도 완벽하게 해서 늦지 않게 주세요' 


 


 


 


 


 

'자기야' 하는 제 톡은 읽고도 답이 없더니 몇 시간 뒤 온 톡이 저거였다. 뿅뿅 뜨는 알림에 뭔가 하고 봤더니 하트로 저장된 이름과는 이질적으로 딱딱하고 힘 팍팍 들어간 

문장들이 가득 화면을 채웠다. 이 팀장님이 권력을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시다니. 건의함 어디 있어, 건의함. 저희 팀장님이 사적 감정을 공적인 일에 사용하십니다 하고 

확 적어버릴까 하는 마음이 울컥 차올랐다 종국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당할만큼 죽을 죄를 진 걸까 하는 억울함이 떠올랐다. 솔직히 이 정도 분량은 아예 안 데리러 갔을 때 

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그 전화 받고 침대 위에서 진짜 튀어나가서 머리 정리도 못 하고 뛰어갔는데! 어느정도 감안 같은 거 왜 안 해 주는데!!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이건 원래 오늘까지 제출하기로 했던 보고서구요. 오늘 맡기신 건 마저 자료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검토한 뒤에 수정해야 할 게 있으면 다시 부를테니까 나가보세요. 남은 일은 빨리 하시구요" 


 

"...근데 솔직히 좀 억울합니다. 아니, 내가" 


 

"나가달라고 했을텐데요. 이제 내 말 무시까지 하는 거에요?" 


 

"하.. 알겠습니다." 


 


 


 


 


 

저 축 처진 어깨는 뭐야, 진짜 불쌍해 보이게. 정확히 말하자면 다 풀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직까지 어제 기분 그대로 꽁한 건 아니었다. 요 며칠 일이 많았던 것도 알고 

어젯밤 나름 정리했다지만 부스스한 머리로 우산 들고 뛰어오던 것도 좀 기특했고. 하지만 봐 줄 수는 없다. 저는 어제 8시 넘어서까지 야근을 했으며 마지막의 마지막,  

그러니까 5번만에 전화를 받은 건 괘씸했고 지금 제 상태는 환절기라 쌀쌀해진 날씨와 비의 콜라보 때문에 자칫하면 감기가 올 것 같았으니까. 만약 몸살 걸리면 진짜 죽었어. 

그래도 혼자 중얼거리면서도 정작 아무 말 못 하는 게, 자리로 돌아가 한숨 폭 쉬면서도 제 몫을 하려 키보드 위에 올리는 손이 귀여운데 어떡해. 괴롭혀야지. 


 


 


 


 


 

"이건 내 경험을 듬뿍 녹여서 얘기하는 건데" 


 

"너넨 상사랑 절대 결혼하지 마. 알았지?" 


 

"직급 높아도 다른 회사 사람이라던가 아니면 다른 팀 만나" 


 

"나 봐봐. 이렇게 권력을 듬뿍 담아서 나를 괴롭히잖아" 


 

"난 내 와이프가 나보다 잘난 거 진짜 괜찮았거든" 


 

"괜히 뿌듯하고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근데 그 멋진 사람이 이렇게 나를 괴롭힐지 몰랐어. 하고 탕비실 테이블에 엎드리는 지성을 여러 감정이 뒤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김 대리와 이 사원이었다. 오늘이야 둘이  

싸워서 윤 대리님이 피해를 보고 있는 거지만 평소엔 이득도 많이 보시면서. 장난이라도 윤 대리를 괴롭히면 어딘가에서 뜨겁게 느껴지는 레이저 모르는 사람이 없고 

남들 같으면 탈탈 털릴 일도 윤 대리님은 탈 털리고 마는 것도 있는데, 많이 봤는데. 그래도 여기서 '에이-' 하면서 사실대로 말할만큼 눈치 없는 사람들은 아니기에 그저 

'고생이 많으세요' 하는 위로에 영혼을 없애는 걸로 나름의 의견 표력을 할 뿐이었다. 아마 둘 다 속으로는 '윤 대리님, 배부른 소리 하십니다'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윤 대리님, 지금 시위 하시는 건 아니죠? 여기 오탈자가 너무 많은데요" 


 

"그리고 문장이 너무 뚝뚝 끊기는 것 같은데요. 한 줄에 세 문장은 좀 아니죠" 


 

"잘 하시더니 오늘따라 영 컨디션이 안 좋으신가봐요. 저도 참 속상하네요" 


 


 


 


 


 

'윤 대리니-임' 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각오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솔직히 집중해야지 하면서도 머리 한 편으론 누굴 생각하느라 실수가 있었던 건 맞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깐깐하고 사람 잡아먹을 듯한 목소리랑 눈빛 하기 있냐고. 그 와중에 자꾸 하는 기침은 죄책감 가지라고 어필하는 건가 하는 못된 생각도 살짝 들었다.  

'얼른 수정해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하고 자리로 돌아와 확인 해 보니 오탈자가 마지막 페이지에 하나, 둘, 셋. 딱 세 개 있었다. 진짜 나빴어, 김여주. 아니, 김 팀장님. 


 


 


 


 


 

"말씀 하신 거 수정했구요, 지금 하고 있는 거 끝내려면 오늘 야근 해야 할 것 같은데 기다려 주시나요" 


 

"2시간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못 끝내십니까?" 


 

"...자료 조사도 해야 하고 수집해서 정리도 해야 해서 생각보다 좀 걸릴 것 같은데요" 


 

"일단 하는 데까지, 아니 최선을 다 해 보시고 나중에 다시 말씀 해 주세요" 


 


 


 


 


 

지성은 저도 모르는 새 바닥을 보며 입술을 쭉 내밀고 있었고 그 모습은 그대로 여주의 눈에 담겼다. 맘 같아선 어디서 입술 쭉 내밀고 있냐고 한 마디 할까 싶지만 그랬다간 

정말 역으로 제가 지성의 기분을 풀어줘야 할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본능적인 직감에 입을 꾹 다물고 '나가보세요' 하는 말만 내 뱉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지성에게 맡긴 일이 

급한 건 아니었다. 무조건 오늘 내로 끝내라는 건 일종의 횡포 같은 거였다. 애초에 다른 보고서까지 신경 써야 했던 지성이 하루 안에 마치기 살짝 무리가 있는 양이기도 하고. 

잘하면 아슬아슬하게 오늘 내로 끝낼테고 아니면 마는거지, 뭐. 그나저나 좀 많이 괴롭혔나, 이제 그만 해야겠다. 사람이란 게 적당히 치고 빠질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는 우리가 집에 가야 할 시간~ 내일 또 만나요~" 


 

"퇴근이다!! 퇴근, 퇴근. 신나고 재미있고 좋은 퇴근"  


 


 


 


 


 

하나 둘 씩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는 있지만 지성은 한없이 시무룩 해 하고 있는 중이었다. 원래는 저도 아내랑 단둘이 오랜만에 외식이나 하려 

했는데 그 아내분이 얹어 준 일 때문에 퇴근을 못 하고 있어서. 10분 전에는 어떻게든 끝내보겠다고 불태웠지만 문득 아무리 나를 다 던져도 이걸 오늘내로 끝낼 수 없을거란 

판단력이 제 머리를 스쳐 지날 때, 그렇게 야근을 직감했을 때부터 현저히 줄어든 속도와 그만큼 텀이 커진 키보드 소리를 타닥타닥 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김 팀장님, 나 진짜 야근 해야 돼요?" 


 

"아직 다 안 끝나셨어요?" 


 

"네... 제가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럼 야근하시던지 집에 가져 가셔서 하셔야죠" 


 

"야근하면 기다려 주고 가져가면 좀 도와줘요?" 


 


 


 


 


 

여주는 일찍이 짐을 다 싸 두고 지성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직원들은 다 퇴근하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 한참을 모니터 앞에서 한숨을 푹 쉬더니 일어나 터덜터덜 제 쪽으로 

걸어온다. 누가 보면 끌려가는 줄 알겠네.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문에 매달려 저를 바라보는데 웃음을 참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잡아두고 대답하는데 마지막 말에 순간 풀려버릴 뻔했다. 간절한 눈빛을 저렇게 쏘아대면 내가 맘 약해지는 거 다 알고 저러는 거야, 분명.  


 


 


 


 


 

"...그럼 내일 오후 12시까지 하실 수 있어요?" 

  

"12시까지면 할 수 있긴 한데... 솔직히 이거 급한 거 아니었죠" 


 

"됐어요,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이만 퇴근하세요" 


 


 


 


 


 

아무래도 이상하다 했지. 급하다는 거, 오늘 무조건 꼭 끝내야 한다는 거 다 나 괴롭히려고 그랬던 거였어. 결국 지성은 나가면서 여주를 째릿하며 바라봤다. 미워 진짜, 

제 짐을 다 챙기고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서도 둘 사이엔 애매하고 묘한 약 25cm의 거리가 있었다. 아마 마음의 거리 그런 거겠지, 지성도 삐치고 여주도 덜 풀렸으니까. 

차에 타서 시동을 걸고 핸들을 잡은 지성이 뭔가를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홱 고개를 돌려 제 옆자리에 앉은 여주를 가만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기요, 김 팀장님" 


 

"왜요, 윤 대리님" 


 

"공과 사 구분 잘 하시는 분 아니었어요?" 


 

"어머, 아닌데요? 그런 거 되게 연관 짓는데요" 


 

"그러셨구나. 저는 똑부러진다길래 구분 잘 하실 줄" 


 

"잘못 알고 계셨네요. 그리고 한 번 삐치면 되게 오래 가요" 


 

"그건 저도 알고 있죠. 그래서 제가 고생을 좀 하거든요" 


 

"허 참, 애초에 삐치게 하지 않으면 고생할 일도 없으실텐데" 


 


 


 


 


 

이 무슨 초딩 싸움이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한 마디는 해야겠다 싶었던 지성이 뼈 있는 말을 던지자 지지 않겠다는 듯 반박 해 온다. 저러니까 둘이 결혼했지, 둘 다 밖에선 

똑부러지고 일 잘 한다고 칭찬 받는 사람들인데 둘만 있을 땐 10살짜리, 아니 유딩에서 초딩 저학년 어디쯤 수준이 된다는 걸 상상이나 할까. 따박따박 둘 다 질 마음 1도 없이  

상대가 하는 말에 대꾸를 해 온다. 덕분에 아직까지 회사 주차장에 머물러 있으며 그 와중에 왜 서로 존댓말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게 함정이지만. 


 


 


 


 


 

"야! 김여주!" 


 

"왜, 윤지성!" 


 

"뭐? 윤지성? 이게 오빠한테!" 


 

"뭐! 아직 회사 안 벗어났거든? 내가 상사라고" 


 

"사원증 벗고 퇴근했거든? 너 그냥 내 마누라거든? 그것도 1살 어린!" 


 


 


 


 


 

결국 먼저 터져버린 건 지성이었다. 따지고 보면 오늘 하루종일 괴롭힘 당하고 억울함이 쌓인 건 지성 쪽이었으니까 당연한 결과일수도. 울컥하는 마음에 확 질렀더니 똑같이 

제 이름을 부르는 아내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윤지성이라니, 아무리 싸워도 꼬박 오빠 소리는 했었는데 지금 내가 뭘 들은거지. 얘가 나 지금 윤지성이라고  

이름만 부른 거 맞지. 세상에... 내가 서러워서 살겠나. 그 때부터였다, 결국 유치한 말들이 오가기 시작한 게. 


 


 


 


 


 

"좋겠다! 나이 많아서!" 


 

"그래, 좋다! 부럽냐?" 


 

"그게 왜 부럽냐! 하나도 안 부러운데?" 


 

"됐어, 말 시키지 마. 나 화났어" 


 

"흥! 오빠가 나한테 먼저 말 걸었거든?" 


 


 


 


 


 

이걸 어떻게 배울만큼 배운, 한 회사의 팀장과 대리이자 부부의 대화로 볼 수 있을까. 예를 들자면 어느 집에나 있을법한 연년생 '초등학교 저학년' 남매가 나눌법한, 심지어  

대화라기보단 하루에 한 번쯤 있는 투닥거림이 더 현실성 있고 납득가지 않을까 싶지만 놀랍게도 전자가 사실입니다. 그리고 싸운 남매들이 그러하듯이 홱 토라져서 서로 

보지도 않고 제 할 일 - 이 남매(?)의 경우는 오빠는 운전을 하고 동생은 초록창과 갤러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 을 하면 완성...? 


 


 


 


 


 

"배는 안 고파?" 


 

"안 먹을거야, 근데 배고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래서 어떻게 해 줘" 


 

"...초밥 먹을래? 나 먹고 싶어졌어" 


 

"갑자기? 그래, 어디 갈까. 가고 싶은 곳 있어?" 


 


 


 


 


 

그래도 조금 더 나은 게 있다면 어른 남매는 먼저 사과할 줄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줄도 안다는 거. 평소에도 '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지성인지라 싸운 것과 속상한 것보다  

제 옆에 있는 사람이 지금 공복인 게 조금 더 신경 쓰이고 큰 문제였다. 몰래 눈치를 보고 있던 여주가 지성의 말에 조금은 소심한 목소리로 제 의견을 얘기하면 아까의  

꼬맹이 오빠는 사라지고 그 대신에 이번에는 밉지 않게 상대를 바라보며 아내가 얘기한 곳으로 향하는 다정한 남편이 있었다. 


 


 


 


 


 

"맛있어? 많이 먹어, 많이" 


 

"응, 진짜 맛있어" 


 

"그럼 빨리 나한테 사과해. 너 오늘 나한테 심술 부린 거 맞잖아" 


 

"오빠가 잘못했으니까 그러지! 어제 진짜 나빴던 것도 맞잖아" 


 

"또 싸우겠다, 또. 나도 잘못 한 건 맞지만 아내로서 삐친 걸 팀장으로서 풀면 안 되지. 그건 네 잘못이야" 


 


 


 


 


 

오랜만에 먹는 초밥에 생각보다 더 신이 나서 먹고 있으면 많이 먹으라며 제 몫까지 덜어주는 남편에 히 하고 웃으면 기분이 붕 떠 있는 건 또 어떻게 알고 살짝 가라 앉혀 줄 

얘기를 꺼낸다. 나도 나름 할 말은 있다 하는 생각으로 얘기하면 조곤조곤 맞는 말로 대답 해 오니 어떡해. 아무튼, 말솜씨 하나는 참 대단하다니까. 알았다, 알았어. 


 


 


 


 


 

"사적인 일을 공적인 권력을 이용해 횡포 아닌 횡포 부린 점, 정중하게 사과 드리겠습니다" 


 

"뭐 이렇게까지 용서를 비시니까, 제가 정상 참작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기분 푸시고 저한테도 사과하세요, 남편으로서" 


 


 


 


 


 

거래하는 것도 아니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악수라니. 이게 뭐라고 둘의 눈빛하며 목소리, 표정까지 진지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래처 사람 둘이 만나서 거래 성사라도  

시킨 줄 알만큼. 잡고 있는 손을 두 어번 흔들고 끝이 났나 했더니 이번엔 여주가 입을 연다. 나는 사과를 했으니 이젠 내가 받을 차례다, 얼른 내 놔라 하고 있으면 지성이 

잡은 손 그 상태 그대로 옆으로 넘어오더니 한 번 꼭 껴안은 뒤 일명 '예쁜 눈' - 지성이 애교 부릴 때나 부탁을 할 때 쓰는 필살 무기 - 을 하고선 말을 꺼낸다.  


 


 


 


 


 

"자기야, 사랑해. 미안해. 아니 어떻게 잠에 못 이겨서 자기를 비 맞고 오게 할 수 있어? 나 진짜 나빴다, 그치." 


 

"맞아, 나빴어. 그리고 난 야근하고 있는데 자기는 자고 있었던 것도 솔직히 조금 마음에 안 들었어" 


 

"미쳤네, 미쳤어. 자기 아까 기침하던데 감기 걸린 거 아니야? 내가 그래서 아메리카노도 따뜻한 거 샀잖아" 


 

"맞아! 그것도 오빠가 들고 와야지, 김 대리를 왜 시키냐. 그거 아니었으면 오빠 보고서 할 일도 없었어. 알아?" 


 


 


 


 


 

그 말을 듣고 당황스럽고 놀라 입까지 벌린 채 멍하니 있으면 '진짠데. 그 때 오빠 왔으면 그 일 원래대로 이 사원 주고 오빠 퇴근 늦을 일도 없었어' 하고 태연하게 한 마디 

보태며 그 입에 초밥을 넣어주는 살벌한 팀장님이자 다정한 - 이라고 포장 해 본다 - 아내가 있었다. 친절하게 꼭꼭 씹으라며 입을 닫아주는 센스까지. 결제는 - 공정하게 

가위바위보 해서 - 멋있게 오빠가 하고 - 오늘은 오빠가 쏜다 하는 멘트도 했었다. 참 잘 놀아, 둘이 - 들어올 때보다 훨씬 다정한 모습으로 가게를 나섰다.  


 


 


 


 


 

"대리님, 결재 부탁드립니다" 


 

"어떤 회사가 팀장이 대리한테 결재를 부탁합니까?" 


 

"저는 특별한 곳을 다녀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재 안 해 주십니까?" 


 

"생각 좀 해 봐야죠. 내용도 모르고 결재를 바로 해 줄 순 없잖아요?" 


 


 


 


 


 

배도 부르겠다 살짝 살짝 찾아오던 감기 기운까지 보태 여주가 까무룩 잠들어 버리면 지성은 신호가 멈춘 사이 뒷자리에 있던 담요를 가져와 덮어 - 줬다고 쓰고 꽁꽁  

감쌌다고 읽는다 - 준 뒤 조용히 차를 몰았다. 그닥 길지 않은 시간이였는데 꽤 깊게 잠들었던지 헤롱대는 아내를 매단 채로 집 안으로 들어가 쇼파에 앉히면 어깨에 폭 하고 

기대더니 저런 말들을 하며 입술을 쭉 하고 내민다. 잠에 취한건지 그저 재롱인건지 몰라도 그 모습이 귀여워서 괜히 뜸 들이며 바라보고만 있으면 점점 조금씩 굳어가는 

표정에 결국 쪽 하고 뽀뽀를 해 주면 또 금세 풀리는 얼굴에 따라 웃고는 거의 끌고 가다시피 화장실로 데려가는데 뒤에서 장난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재한 김에 윤 대리님이 내 감기 가져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무디도 좀 줄이고. 가을 다 돼 가는데 스무디가 뭐야"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먹이면서 자기는 얼음 잔뜩 들어간 거 먹고" 


 

"만약 제 감기 가져가시면 제가 꿀물은 타 드리겠습니다. 김 팀장 표 꿀물" 


 


 


 


 


 


 


 

 

그냥.. 괜히 단편 하나 쓰고 싶었어요. ㅎㅅㅎ 다들.. 그럴 때 있잖아요? 

투닥투닥 하면서 다정한 둘, 그런 거. 그리고 ㄴㅇㅌㅍ에 그 댓글 아세요? 

부인분이 과장이고 남편분이 대리이신. 네, 보고 있습니다. XXX 대리님 그거... 

그것도 쓰고 싶어서. 조합 해 보니 지성씨에게 잘 어울릴 듯 하여 써 보았지요 


 

다녤 얘기도 금방, 아마도 금방.. 들고 올 거에요. 이제 금같은 방학이 끝나버렸... 

그래도 힘을 내서 한 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들은 제 LOVE니까. S2 

그럼 다들 꿀잠 주무셨으면, 행복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저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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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5.25
끄야ㅑㅑ어ㅓ어ㅏ아앙 첫댓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이 새벽에 지성이라니 작가님 지성이 주인공으로 더 써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성이러 입덕햇눈데ㅠㅠㅠㅠㅜㅜㅜㅜㅠ진짜 너무 좋고 설레고 흐어ㅓㅓㅇㅇ이거 어떡하죠 너므 귀여워서 다 뽑아버리고 싶어요 지서야ㅠㅠㅑㅠㅠㅠㅠㅠㅠㅠ지성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너무 귀엽자나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최고❤️❤️❤️❤️❤️❤️❤️❤️❤️❤️?
6년 전
독자1
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성이 글이라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셜레 죽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 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21.140
아 세상에 설레미쳐요 아 세상에 왜 이렇게 글을 달달하게 잘 쓰시는 거에욧!!! 꿀이 뚝뚝 떨어지잖아요ㅠㅠㅠㅠㅜㅠㅠ아 진짜 세상에....심장이 저릿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삐친 윤지성 너무 괴롭히고 싶잖아...눈앞에 그려져서 더 심장아파요ㅠㅠㅠㅠㅡㅠㅠㅠㅠㅠ귀여워ㅠㅜㅠㅠㅠ
6년 전
독자2
어머어머... 작가님... 저 이 글이 작가님 첫 글인데 너무 잘 쓰시는거 아닌가요?ㅠㅠㅠㅠ 과제 하나 끝내면 보상으로 작가님 글 하나 읽어야겠어여ㅠㅠㅠㅠ 신알신하고갑니다! :-)
6년 전
비회원55.214
아 작가님ㅠㅠㅠㅜ너무너무 다정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글이에요ㅜㅜㅜ주기적으로 생각날 것 같아요ㅜㅜ세상이 삭막할 때 와서 봐야하는 글이에요ㅜㅜ감사해요ㅠㅠ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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