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니와
재 환
“솔직히 우리 과 외모 탑은 나다. 인정?”
“미쳤나 봐 진짜.”
“오케오케. 그럼 너도 같이 투 탑으로,”
“돌았냐고 진짜.”
담이가 혀를 내두르며 질색팔색을 해도 재환은 손뼉박수를 짝 친다. 김담 놀리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 재환의 인생 철칙 중 하나가 있는데 그건 바로 10년 지기 친구 담이를 그 누구보다 획기적인 방법으로 놀리기다. 초등학교 때는 종종 친구들이 재환에게 그런 질문도 했다. 야, 너 김담 좋아하지? 그치? 그럴 때마다 재환은 껄껄 웃으며 고개만 연신 저을 뿐이었다.
“넌 진짜 언제 철들래?”
담이가 눈을 샐쭉 뜨곤 묻는다. 재환은 앞니로 입술을 잘근잘근 거리면서 헤픈 웃음을 짓는다.
“담이야 내가 철들면 좋겠어?”
“어. 스무 살 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는,”
“철들면 무거워서 안돼. 나 보기보다 힘은 약하걸랑.”
“…아 진짜.”
캠퍼스 벤치에 앉아있던 담이가 벌떡 일어나 팔짱을 낀다. 재환과 얼굴을 마주한다. 몇 년을 들어도 재환의 개그감성은 담이와 맞지 않았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는 담이를 올려다보면서 재환은 개구쟁이처럼 눈을 끔벅인다.
“왜애 담이야. 갈 거야?”
“나는 가끔 의문이 들어 김재환.”
“왜 또오. 하루에 한 번 아재개그는 괜찮다며.”
“그니까. 내가 하루에 한 번 이랬지 열 번이라곤 안 했거든.”
“내가 열 번씩이나 했어? 세상에, 세상에.”
담이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흘렸다. 능청스레 말을 뱉는 재환을 새초롬히 쳐다보다가 휙- 자세를 틀어 재환에게서 멀어진다. 그제야 재환은 벤치에서 일어나 제게 인사조차 하지 않고 가버린 담이를 향해 두 손을 흔든다.
“오늘 집 올 때 메로나!!!!!!!”
곧바로 담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운데손가락을 보여주었지만 재환은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외침을 더했다. 메!로!나!메!!로!!나하!!!! 삑사리가 났지만 재환에게는 별 거 아니었다. 부끄러움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인간. 인간 김담을 놀리는 걸 몇 년째 하고 있는 인간. 인간 김재환은 담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벤치에 다시 엉덩이를 붙였다. 그리고는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낮게 중얼거린다.
“저러니 내가 안 좋아하고 배겨.”
그랬다. 예상했듯 인간 김재환은 김담을 좋아한다.
째니와
재 환
담이와 재환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식구다. 그렇다고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고 단지 담이의 부모님과 재환의 부모님이 친한 사이여서 본래의 두 집을 분간하고 있던 벽을 허물고 뚫어버린 게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 결과 옆집이던 담이와 재환은 뜻하지 않게 한 집에 살게 되었다.
“역시 담이가 사오는 메로나가 세젤맛.”
“그게 언제적 줄임 말이야.”
담이가 핀잔을 주어도 재환은 흐핫핫 웃으면서 메로나를 먹기 바빴다. 텔레비전도 켜지 않고 담이는 소파에 재환은 마루에 앉아 나란히 메로나를 먹었다.
“나 이거 다 먹으면 우리 산책 갈까? 담이야 갈까, 갈까?”
“같은 말 반복하는 것도 버릇이야 너.”
“그래서 싫어, 싫어?”
재환은 담이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유순하면서 조용한 성격. 하고 싶은 말은 딱딱 하면서 그게 상대방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같으면 선의의 거짓말을 해주는 인간. 재환은 다 먹은 메로나 막대기를 탁자 위에 올려 놓으며 뒤를 돌아 담이와 눈을 마주했다.
“싫냐구?”
“산책 가는 건 좋아. 째니 데리고 가자.”
“째니 여기 있잖아 담이야.”
재환이 제 얼굴을 꽃받침하며 말한다.
“…아 진짜.”
결국 담이가 또 인상을 찌푸렸다. 동시에 재환은 잇몸을 가득 드러내며 웃었다. 성공, 성공. 질색하는 담이의 얼굴 표정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엽다. 인간 김담만 그걸 모른다. 재환은 으랏챳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담이의 소파 옆자리에 앉아 아직 메로나를 반절 밖에 먹지 못한 담이를 기다려준다.
“먹을 땐 쳐다보는 거 아냐 김재환.”
“나 눈 감았는데?”
“……”
담이가 개무시를 시전한다. 재환은 껄껄걸 웃으면서 눈을 떴다 감았다만 반복할 뿐이었다.
째니와
재 환
애완견 째니는 담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부모님이 준 소중한 선물이었다. 담이는 하얗고 눈이 축 쳐진 째니를 보자마자 무슨 이름이 좋을지 골똘히 생각했는데, 삽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담이의 집에 놀러 온 재환 때문이었다. 언제 또 이야기를 들었는지 하얗고 몰랑몰랑한 째니가 거실 한 가운데에 누워 있는 걸 보곤 재환이 발을 동동 구르며 대뜸 외쳤다. 째니야! 넌 이제부터 째니다. 째니, 째니. 아 귀여워 째니야!!!!!!!!! 담이가 뒤늦게 흰둥아, 흰둥아. 불러도 재환의 큰 목소리를 이길 순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흰둥이는 자연스레 째니가 되었다.
“아이구! 우리 째니 기분 좋아? 응? 아이구! 꼬리 흔드는 것 봐. 야, 김째니~ 기분 좋아?”
“시끄러워 김재환. 지금 밤이야.”
“담이야, 째니가 기분 좋다는데 밤인 게 대수야?”
“사람들한테 피해주잖아.”
“아……”
헥헥 거리며 혀를 내미는 째니의 목줄을 살짝 잡으면서 재환이 깊은 깨달음을 얻은 듯 탄성을 지른다.
“쏘리, 쏘리. 담이야 우리 저기에 앉을까?”
담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슬리퍼를 질질 끌며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는 재환이 활짝 웃으며 복실복실한 털을 슥슥 매만진다. 째니가 연신 꼬리를 흔드는걸 보며 담이가 대뜸 째니의 꼬리를 잡는다.
“어어어어어어, 담이야 너 지금 뭐해?”
“…어?”
“잊었구먼 잊었어. 째니 꼬리 만지면 싫어하잖아 담이야.”
“맞다. 깜박했어.”
“깜은 박하지.”
“……”
“이번 건 좀 무리수였다. 그치?”
흐핫핫. 멋쩍게 웃는 재환의 얼굴을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번에는 담이가 째니의 등을 차분히 쓰다듬는다.
“담아 담아. 김담아.”
아예 벤치 밑으로 쭈그리고 앉아 째니의 등을 쓰다듬는데, 등 뒤로 재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담이는 대답 않고 고개만 휙 돌려 재환을 바라본다. 그 순간 재환이 쪼르르 담이의 옆에 무릎을 굽히고 따라 앉으며 지그시 담이를 응시한다.
“불러놓고 왜 말이 없어.”
“나 생각해봤는데.”
재환이 퍽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담이는 째니의 등을 쓰다듬던 손을 졸지에 멈추었다. 은은히 부는 가을 바람을 타고 재환의 목소리가 살포시 얹어진다.
“계속, 계속 생각했는데 담이야.”
“…”
“나중에 째니 친구 생기면 이름 따미로 하자 따미.”
“…따미?”
“담이, 다미, 따미. 어때 내 센스가.”
“구려.”
“너무하다.”
재환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입꼬리를 내린다. 어두워서 그 모습이 보일 리 없는 담이는 축 늘어져있는 째니를 일으키고 저도 함께 무릎을 피고 일어선다. 김재환 멍청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재환의 욕을 하며 담이가 먼저 앞장 서 걸어간다. 어어어어어-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재환이 담이를 따라 일어난다.
“담이야 같이, 같이가!!!!!!!!!”
재환의 목소리에 째니가 놀라 멍멍 짖는다. 째니 쉿. 담이는 낮게 중얼거리고는 째니와 함께 달린다. 달려, 째니야. 김재환으로부터 도망가자. 재환이 부러 천천히 달리는 것도 모른 채 담이는 달리는 속도에 박차를 가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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