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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회 졸업을 축하합니다. 입학해서 3년동안 개고생했던게 생생한데 벌써 졸업이란다. 시간 참 잘 간다. 졸업식이 열리고 있는 체육관엔 동기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후배들이 선물을 전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시끌벅적. 그 소리 사이로 반가운 친구들 목소리도 들리고,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꼴같잖은 기집애 목소리도 들리고, 그리고... 네 목소리도 들린다.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리니 언제나처럼 웃으며 다른 아이와 얘기를 하고 있는 네 모습이 보인다. 여전하구나, 너는. 잠시 멍하게 너를 보다가 이런 나를 깨닫고 헛웃음을 짓는다. 나는,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W.민트라떼










[EXO/빙의글/디오] 다가오는 봄에는 | 인스티즈



분명 정식 입학 전 신입생캠프 때 왁스를 발라 세운 머리에 기생오라비같은 얼굴의 너를 보고 정말 꼴불견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나에게 귀염둥이,로 인식되었다. 갓 입학한 후 바짝 군기가 들어 무조건 아는 얼굴이 아니면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하고 보던 1학년일 때 너는 자꾸만 나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허리굽혀 인사했었지. 서로 당황하고 민망한 얼굴로 지나가다가, 결국 세번 째 네가 나에게 또다시 허리를 굽혀왔을 때 나는 너에게 왜 자꾸 나한테 인사해, 내가 그렇게 늙어보여? 그랬었다. 생각하다보니 또 우습다. 이깟게 뭐라고 나는 아직도 내가 했던 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한다. 심지어 날짜까지도.


그 날 후로 나는 너에게 거의 마주칠때마다 먹을 걸 주곤 했다. 기집애보다 더 말라가지고 톡 치면 부러질 것 같은 다리가 안쓰러워서, 라는건 핑계고. 네가 뭐 그리 예뻐보였는지 그냥 주고싶었다. 사실 그러면서 가까워지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다가 한번은, 방과후 수업을 함께 듣고 아이들이 다 빠져나간 복도에서 너와 둘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한테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자꾸 쭈뼛거리며 엉뚱한 이야기들을 꺼내는 너에게 나는 그저 웃으며 네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가 손을 내밀어보라는 네 말에 웃으며 뭔데, 하고 손바닥을 폈을 때 너는 내 손에 초콜릿 3개를 올려놓곤 빠른 속도로 복도를 빠져나갔다. 그 초콜릿 3개에 나는 교실로 올라가 기뻐하며 친구에게 자랑을 하고, 심지어 초콜릿 껍질은 잘 펴서 고이 다이어리에 붙여놓았더랜다. 웃기지. 있잖아 경수야. 나는 봄을 되게 좋아하거든. 근데 그 날 후로 봄이 오면 못견디게 그 날의 네가 생각나. 함께 걸었던 그 복도에 비쳐 들어오는 봄햇살, 네가 했던 말, 네 표정, 나는 다 기억나거든. 그래서 미칠것 같아. 그날의 네가 날 다 뒤집어놔.


어느 날은 늘 그랬던 것처럼 친구와 귀염둥이,라고 너를 지칭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때 같은 반의 남자애가 도대체 귀염둥이가 누구냐며, 네 이름을 말하며 너를 지칭하는거냐 물어왔다. 당황한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발뺌했고. 걔가 왜 귀여워? 난 걔가 귀여운줄 모르겠던데. 그 남자애는 너를 데려오겠다며 장난처럼 나를 협박했고, 나는 데려와봐!하고 패기 넘치게 뻔뻔한 척을 했다. 그러다가 진짜 그 남자애가 너를 데려왔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교실 밖으로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가 너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걸 들켜버린 것 같아서. 다시 교실로 들어왔을 때는, 다른 친구가 내게 부럽다며 말을 걸어왔다. __아, 좋겠다. 경수 너한테 고백하려고 온거 아니야?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 친구야. 당연히 아닐뿐더러 나는 절대 그런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저렇게 잘생긴 애가 나를 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 날 밤은 네가 나한테 '근데, 너는 우리 학교 남자애들 중에 누가 제일 좋아?'라는 문자를 보내왔었다. 사실 그 때 한창 반 아이들이 같은 반의 남자애와 나를 엮는 바람에 그런 질문에 물려버린 나는 아, 얘도 걔랑 사귀라는 소리 하려고 이러는건가 하고 난 다 좋은데?ㅎㅎ같은 개소리를 찍어 전송해버렸다. 그런 내게 솔직히 말해보라며 '나 이제 너한테 편한 사람 아니야~?'라던 너. 그리고 그날 밤 나와 엮이던 그 남자애는 나에게 고백해왔고, 나는 이 고백을 거절했을 때 나에게 닥칠 후폭풍이 두려워 그 고백을 받아줘버렸다. 이제와 하는 변명이지만, 그 남자애를 친해지고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주변 아이들은 '썸씽'이라고 나와 그 아이의 관계를 규정지어버렸다. 그래서 뭐랄까, 내가 그 남자애를 차버렸다면 나는 전교적 썅년이 될 위기에 처해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날 아침 도경수는 인사를 건넨 나를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좁은 학교 덕에 내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다. 아침에 내게 전해줄 것이 있다던 너는 2교시 쉬는 시간에 나와 내 남자친구가 된 아이를 놀리는 중이었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그 남자애에게 나쁜 년이지만, 너에게만은 그런 얘기를 듣기 싫었던 나는 너에게 야, 너 나한테 줄거 있다며!라고 화제를 돌렸다. 그제야 아, 하고 박터지는 소리를 한 너는 내게 "이제 **이도 있는데 내가 이런거 줘도 될지 모르겠는데, 이거, 내가 어제 네 문자 씹고 자버려서."하고 막대사탕을 건넸다. 막대 끝에 작게 '사과'라고 적혀있는 사탕. 경수야, 사실 나 이거 못먹었어. 아까워서 못먹겠더라고. 3년동안 2번에 걸쳐 기숙사 방을 옮기면서도 이 사탕 계속 챙겼더라. 지난번에 기숙사 방 빼면서도 찾았거든. 나 진짜 바보같다. 그치.


그 외에도 도경수와 나 사이 자잘한 일들은 참 많았다. 노래를 잘 했던 네가 수련회날 밤에 무대에 서게 되었다며 너 무슨 노래 좋아해? 내가 불러줄게, 했던 날, 급식실에 줄을 서 있는 내게 다가와 뜬금없이 A타운 인사법을 아냐며 손을 잡았던 날, 내가 준 사탕 왜 안먹었냐며 서운하다 했더니 아까워서 못먹겠다며, 평생 내 생각 하며 간직하겠다고 했던 날, 시험 잘치라며 안하던 문자를 네가 먼저 보낸 날, 앞머리 자르니까 훨씬 낫다, 했던 날, 계속 올리고 다니던 머리를 내리고 나 어때? 했던 날, 함께 귀사하던 길에 차가 온다며 나를 잡아 인도쪽으로 이끌던 날, 우리 둘 다 같이 **대학교 갔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 잠깐도 안되게 내 어께에 둘러졌다 떨어진 네 손까지... 되게 별거 아닌데 그 모든 일들이 나에겐 '별거'였다. 내가 생각해도 참 웃긴다. 내가 이만큼이나 도경수를 좋아했구나. 이런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나 혼자 설렜을만큼. 참, 그 남자애와는 일주일도 못가 친구로 지내기로 했었다. 내 머리가 도경수때문에 복잡해서 온전히 그 아이에게 집중할 수 없어서, 지금 생각해도 그 아이에겐 참 미안하다.





근데 경수야. 내가 너한테 제일 설렜던건 이런거 다 아니야. 너 혹시 그 날 기억하니.
교실엔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올라가 친구를 기다리고 있던 나밖에 없었고, 원래 잠이 많아 등교가 늦는 너는 눈을 반도 못 뜬 채로 네 교실로 향하던 그 날. 도경수는 나밖에 없는 우리 교실을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이미 지나친 창문을 다시 뒤로 몇걸음 걸어와 덜 뜬 눈으로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솔직히 말하면 부끄럽지만 그 순간 나는 나와 창문 너머의 너를 빼곤 모든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때의 떨림을 잊을 수 없다. 우습게도 이 아무것도 아닌 인사가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었다. 











경수야, 물론 너는 기억나지 않겠지. 이 모든 일들은 다 나 혼자 기억하고 있는 나만의 추억인데.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경수야. 그래도 나는 네가 좋더라. 네가 나한테 이랬던 모든 일들이 너에겐 무슨 의미였는지, 의미가 있는 일이긴 했는지조차도 나는 모르지만, 설령 모든 여자에게 네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행동인지 혹은 나를 상대로 어장관리를 하던 것이었다 해도 나는 네가 좋더라. 한참을 못박힌듯 그 자리에 서서 너를 보다가 그만 푸스스 웃어버렸다. 도대체 너란 애가 나한테 뭐길래 이렇게도 나는 네게 매여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린 도경수와 그만 눈이 마주쳤다. 도경수는 순간 당황한 듯 싶더니, 예의 그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눈인사를 건넨다. 경수야, 너 그러는거 가식이라는 애들도 많더라. 뭐, 난 너랑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그 눈인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무표정하게 경수를 쳐다보자 그는 다시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천천히, 하지만 반듯한 걸음으로 도경수에게 다가갔다.


"야, 도경수."
"...어?"
"너 좋아했었어."


순간 벙쪄서 어버버거리고 있는 도경수의 얼굴이 눈에 가득 찬다. 알고 있었으면서 뭘 새삼스레 몰랐던 척이야. 주위 동기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런 눈들은 개의치 않았다. 무슨 상관이람. 쓰게 한 번 웃고 마지막 한마디를 건넨다. 졸업 축하해.



그리고 나는 쿨하게 돌아섰다. 왔을 때처럼,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또각또각. 경수야, 이렇게 나는 너를 향했던 지독한 3년의 외사랑을 끝내려고 한다. 고마웠어. 잠시나마 이 팍팍한 고등학교 생활에 설렘을 안겨줘서. 비록 네가 내게 준 설렘보다 지독한 비참함이 더 컸지만, 그래도 난 고마워. 이로써 나는 너를 털어버리고 싶다. 다가오는 봄에는 그 날의 복도와 똑같은 햇살에도 네 생각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많이 좋아했어, 경수야. 그리고 이제 다신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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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짝사랑 글만 쓰고 있네요
이 모든 이유는 제가 제대로 연애를 못해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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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엉엉엉엉 짝사랑ㅜㅠㅠ 학교에 경수같은 얘잇으면얼마나 학교갈맛날까요! 아련아련 짝사랑ㅠ빨리경수야 나잡으러와 엉엉 설레요자까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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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진짜ㅠㅠ아련돋는다ㅠㅠ신알신받구달려왔어요ㅠㅜㅜ혹시암호닉되면젤리로해즈세요ㅠㅠㅠ필력돋네요ㅠㅠ뒷편은없나요?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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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으헝헝ㅠㅠ짝사랑ㅠㅠㅠ경수가좋아하는거알고
둘이꽁냥꽁냥하는모습도궁금한데...넘잼써용작가님♥!♥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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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오ㅏㄴ전설레요ㅠㅠ 새벽같이 감수성 폭발하는 글이네여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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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안!!!!도ㅑ!!!!!!!!!!!이렇게 끝나다니 똥줄이 다타네요....ㅠㅠㅠ.....뒷편은없나요22222222 그나저나 울님 필력이 너무 현실성이 돋아서 읽는 내내 상상이너무잘되었어요 ㅠㅠ신알신하고갈게요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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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으악ㄱ 아..앙대..!!여기서 끝나면 안돼요..ㅠㅠㅠ흐어어후엉 이런글 너무 좋아요..S2번외있어야 되는데...경슈마음도 알고 우리둘이 행쇼해야 되는데...흡..독자를 위해 열심히 글 써쥬세요 예를들면 다가오는봄에는 번외라던지 다가오는봄에는 번외랄까 가령,다가오는 봄에는 번외라던지..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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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신알받고 왔습니다ㅏㅏ하 짝사랑...ㅋㅋㅋㅋㅋ 작가님=저 똑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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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설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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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경수의마음을알고싶네요ㅠㅜㅜㅠㅜㅜ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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