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담배냄새가 날 즈음이면 또렷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그가 돌아왔다고.
젊은 느티나무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는 나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담배를 피는 모습을 종종 보이고는 했다. 그때가 언제냐면 지금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서 돌아올 때. 저벅저벅거리는 소리가 돌담을 넘어서 집 안으로 발을 들이면 알게 된다. 그가 돌아왔노라고. 하지만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살가운 인사를 건네거나 미소를 짓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저 상 위에 올려진 책을 읽는 척 귀를 기울일 뿐.
녹이 슬어 날카로운 소리가 나는 대문이 열리면 발자국 소리는 더욱 커지고 담배의 냄새는 점점 짙어진다. 사실 담배 냄새가 역겨워 코를 막고싶었지만 내 손은 얌전히 책장을 넘긴다. 이 집에서 사는 사람 중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한 명이었고 그게 그였으니까.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구분 되는 사람들에게 더 진한 선을 하나 그어 구분하는 듯한 특징 중 하나였다. 게다가 내가 코를 막으면 그를 의식한다는 걸 그가 알게 되니 말이다.
"오늘도 그 책 읽고 있네."
그가 말을 걸었다. 마당 중앙에 놓여있는 마루에 앉은 내 뒤로 지나가던 그가. 그는 내가 마루에 앉아 있으면 무얼 하는 지 슬쩍 보고는 내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는다. 그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가 머리에 옮겨 붙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기를 잠시, 부드러운 손길을 받고 있자하면 손끝까지 긴장이 되어 책을 넘기지도 못하고 꾹 쥐고만 있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면 좋으련만 가지도 않고 조금씩 엉킨 내 머리칼에 손가락을 넣고 빗고 있는 것이 꼭 나를 골리는 것만 같다.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둥글게 만들어 그를 돌아본다.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를 내려 목구멍에 힘을 준다.
"책이 재미있어서 오는 지도 몰랐네, 미안해요."
"무슨 책인데 그렇게 재미있게 봐?"
내 뒤에 서있던 그가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며 물어온다. 그덕에 그의 손은 머리칼의 끝에 걸리고 가슴은 내 뒷통수에 닿아 고스란히 존재를 나타낸다. 최대한 티를 내면 안돼. 그에게 닿은 머리를 앞으로 약간 숙이고 빠르게 뒤를 돌았다. 그리고 덮어진 책의 표지를 보이며 대답이라는 듯 그를 올려본다. 그는 책 제목을 보더니 아는 듯 모르는 듯 묘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피곤할 텐데 들어가서 쉬라는 말을 덧붙이고 다시 상 앞의 내 자리를 찾아 돌아앉는다. 그럼 그는 짐짓 서운한 낌새를 집어넣은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래, 저녁 먹을 때 봐.'
아직도 시선이 느껴지는 뒷통수를 향해 고개만 끄덕이면 다시 모래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발걸음이 옮겨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집 안의 문이 닫히고 인기척이 사라지면 그제서야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가 지나간 머리카락을 내 손으로 다시 빗기 시작한다. 그의 손가락은 가늘고 긴 것이 여자인 내 것보다 모양새가 고왔다. 좋아하는 동시에 샘이 나는 부분 중 하나다.
['오빠'
그는 나에게는 그런 명칭을 가진 사람이었다.
'오빠' ]
이 구절은 읽을 때마다 주인공 숙희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지금이야 온갖 유난스러운 감정이 들어차 있어도 결국엔 잘 될 거니까. 이건 책 안에 글자로 찍힌 글이고 그걸 읽는 난 현실을 사는 사람이니 부러우면서도 화가났다.
그 이유는,
"안으로 들어가자. 식사하자셔."
현실의 나 역시 오빠라는 명칭을 가진 존재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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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고 영향력이 크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