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pm.
모두가 방으로 돌아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고,별빛은 딱히 할 일이 없었는지 일찌감치 침대속으로 들어갔다.똑똑.누군가 별빛의 방문을 두드렸고 별빛은 ‘네’하고 짧게 답했다.노크의 주인은 놀랍게도 학연이였다.어딘가 진지해 보이는 학연의 모습에 별빛은 침을 꿀꺽 삼켰고,학연은 별빛의 침대 끝에 앉더니 말을 시작했다.
“밤도 늦었고,길게 얘기하는거 안 좋아하니까 짧게 바로 본론부터 얘기할께.너 택운이 좋아하지.”
정곡을 찌르는 학연의 말에 별빛은 당황해 마른 입술을 혀로 몇 번 적시더니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학연은 그럴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숨을 후 하고 내뱉었다.
“아.입냄새난다.양치 좀 하고 오지.남의 방 오면서 매너없네.”
다운된 분위기를 어쨋든 띄워보려고 별빛이 실 없는 농담을 했지만 분위기는 쉬이 변하지 않았다.학연은 검지손가락으로 머리를 몇 번 긁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어쩔까.택운이.계속 이 집에 있어도 되겠어?내가 볼 땐 아니라고 보거든.니 성격에 정택운한테 얘기 안 했을 리도 없고,정택운은 정택운대로 생각이 많을거고.너 정전된 날 택운이 한테 얘기 했지?”
돗자리라도 대령해주고 싶은 학연도령의 말에 별빛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학연은 묵묵히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너랑 원데이 투데이 같이 사냐.너랑 나랑 남매야.그 정돈 다 알아.너네 그 날 이후로 눈에 띄게 어색해진거 알아?딱 봐도 알겠더만,이 집 하숙하는 애들 눈치 더럽게 없어.아무튼 넌 어쨌으면 좋겠어?내 마음 같아선 가차없이 내보내고 싶은데 이 하숙집 나 혼자 하는것도 아니고.뭐 나름의 동업자로써 니 의견도 물어봐야 될 거 같아서.”
별빛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2721kg같은 입술을 열어 학연의 말에 대답했다.
“나는……”
이 상황에서 별빛은 무슨 대답을 해야 할 지 몰라 머리를 싸맸다.차라리 택운이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별빛이였다.이제 겨우 정리한 머릿속을 학연이 다시 헤집어놓았다.어찌해야 현명하게 해결했다고 소문이 날까….학연과 별빛 사이에는 무거운 공기가 맴돌았다.얼마나 묵언수행을 했을까 별빛이 학연에게 말했다.
“우선은 택운이오빠 있을때 다시 얘기하면 안될까.우리 둘이서 해결할 문제도 아니고,당사자도 있어야 할꺼 같아서.그리고…난 이제……정리중이야.“
별빛의 말에 학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잘자라는 인사와 방을 나섰다.
학연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에,그렇다고 누구한테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정택운과 차별빛.가장 친한친구와 하나뿐인 동생.학연에게 둘 중 한 명을 고르란다면 미워도 핏줄인 별빛을 택할것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택운을 버릴수도 없었다.언제부터였을까…학연은 벤자민버튼에 빙의해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았다.학연의 촉으론 아마 그 날 이였던것 같다.중학생이였던 별빛이 아프다고 연락온 그 날.
아르바이트라 조퇴도 못하고 급한대로 나은 택운에게 연락을 했고 택운이 우리 집으로 달려갔을터.택운의 성격으론 약이며 죽이며 바리바리 싸갔을 게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