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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전체글ll조회 766

 “이게 집이냐. 돼지우리냐? 좀 치우고 살라고 했지.”
 “…….”
 “먹은건 바로바로 버리고, 옷도 바로 세탁기에 집어 넣고, 환기도 자주 시키고.”


잔소리하는 폼이 꼭 아줌마같다. 왠지 앞치마 입혀놓으면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야! 너 또 내말 안듣지!”
 “듣고 있거든.”


웃기고 있네. 나를 보며 입을 삐죽이는 너의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난다.
저거 회사에서는 나름 무서운 직장상사라고 할지라도 내앞에서는 그냥 귀여울 뿐.

어느덧 입고왔던 정장 자켓을 의자에 걸어두고 와이셔츠 팔까지 걷은채로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너의 입은 쉴세없이 움직이고 있다.


 “먹었으면 바로바로 치워. 안그러면 벌레 생긴다니까. 뭐야 이건 또. 내가 하얀옷에 김치국물 튀지 않게 잘 먹으라고 했잖아. 이건 또 뭐야. 야! 너 내가 인스턴트 먹지 말라고 했지.”


식탁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갖가지 쓰레기들과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려있는 내 옷들을 보며 니가 잔소리를 한다.
너의 잔소리는 싫지만, 사실 이런 장면이 꼭 싫은것은 아니다. 부부생활하는 것 같고 좋네.

쇼파에 앉아서 가만히 너가 하는 것을 지켜본다. 나의 집요한 시선에도 너는 아랑곳 하지 않고 청소만 한다.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며 청소를 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뭘 또 혼자 실실 웃고있어? 발이나 좀 치워.”
 “아줌마.”
 “야! 너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씨… 안도와줄거면 방으로 꺼지던가!”


삐지지마. 웃으며 엉덩이를 두번 톡톡 두드려주니 청소기를 밀다말고 또 얼굴이 빨개진다. 잔뜩 당황한 표정이 눈에 보인다.
더 놀리면 옷입고 밖으로 갈 것 같아서 결국 방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윙윙 하는 청소기 소리가 들린다. 잔뜩 빨개진 얼굴로 궁시렁 거리고 있을 모습이 생각나자 웃음이 나온다.
정말 너는 알면 알수록 더 빠져드는 신기한 사람이다. 아 귀여워.

 

 

 “찬열아.”
 “…….”
 “찬열아? 찬열아! 박찬열!”

 

슬쩍 눈을 뜨면 앞치마를 두른채로 날 깨우고 있는 너의 모습이 보인다. 아 잠들었나보다. 그러고보니 앞치마 입었네.

 

 “…앞치마…”

 “…? 얘가 자다 일어나서 지금 뭐라는거야.”

 

일어났으면 세수하고 밥먹으라고 날 화장실로 떠미는 너의 손길대로 이끌려 화장실로 들어왔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다. 뭔가 굉장히 기분좋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너가 날 깨우는 바람에 끊겼다.

그 기분좋은 꿈이 뭘까 하고 생각해봐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빨리 나와!

문밖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 무슨꿈을 꿨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일단은 지금 너가 가장 중요한데.

 

 “화장실에서 뭘 그리 오래있어! 화장실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니 생각 정도?”

 

또 얼굴 빨개지지. 이젠 익숙해질법도 한데. 매번 이런소리를 들을때마다 빨개지는 너때문에 나는 장난을 멈출수가 없다.

나도 팔불출 다됬나보다. 이젠 뭘하든 귀여워 보이고.

 

 “밥이나 먹어. 내가 오늘 피곤한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 짠!”

 

귀엽게 웃으면서 날 데리고 들어오길래 사실 내심 기대는 했지만…

볼때마다 참 할말없게 만드는 요리실력이다.

 

 “넌 참 한결같구나.”

 “…뭐야 방금 그말? 욕이야?”

 

아니. 짧게 대답하고 식탁 의자에 앉았다. 먹을건 많은데 먹을수 있는건 없다. 아 방심했어. 요리시키지 말걸.

 

 “이거봐. 나 저번보다 좀 잘된거같아. 그치? 저번엔 막 모양도 찌그러지고 그랬는데 이젠 완벽해!”

 

너가 젓가락으로 직접 밥위에 올려주는 달걀말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저번에는 도대체가 계란후라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심각했지만, 확실히 오늘거는 적어도 모양은 제대로였다.

 

빨리 먹어봐. 재촉하는 너를 보며 밥과 함께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물면 앞에서 잔뜩 기대하고 있는 너의 표정이보인다.

표정관리가 안되는 말도안되는 짠맛에 인상을 찌푸렸지만, 다행히도 너는 다른 반찬을 이것저것 설명하느라고 나의 표정은 보지 못한 듯 하다.

좀 잔인하지만 요리하지 말라고할까.

 

 “넌 왜 안먹어?”

 “응? 으응. 난 생각이 없어.”

 

…? 지금 속고있는 것 같은건 기분탓이겠지.

 

 

정말 눈물을 머금고 그 짠 반찬들과 국을 먹고 난 후, 나란히 바닥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티비를 보고 있는 중이다.

사과를 깎다 말고 집중을 했다는 증거라고 되는 마냥, 입을 살짝 벌리고 멍하니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어서 살짝 벌어진 너의 입술이 보인다.

손에 들고있는 칼과 사과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아슬아슬하다.

 

칼을 잡고 있는 손을 잡았다. 내 차가운 손에 잠깐 움찔하던 너는 나를 바라보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고 있진 않지만 마치 왜? 라고 묻는듯한 표정이다.

 

 “백현아.”

 “왜?”

 “백현아. 백현아.”

 “…….”

 “백현아. 백현아. 변백현. 변백현아.”

 

그저 의미없이 너의 이름만 불러대는 나를 보며 너는 서서히 인상을 구겼다.

뭐야. 실없는 놈. 다시 고개를 돌려 드라마를 보는 너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생각한다. 너의 이런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비록 요리는 못하고, 잔소리가 많은 너지만 지금의 난 너의 그런모습까지도 사랑해줄수 있을 것 같다.


너가 지금처럼 나의 일상에 계속 들어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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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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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악 이런거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분위기가ㅜㅜㅠㅠㅠㅠㅠㅠ잘보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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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처음으로 쓰는 글이라 미흡한데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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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동거해!(짝)동거해!(짝) 찬백 결혼해!(짝) 결혼해!!!
달달하네요ㅠㅠㅠ 잘 읽고 가요~~

11년 전
대표 사진
레드
댓글 감사합니다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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