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_남자가_시끄러워서_가봤더니.txt
아니 대체 이 집은 왜 방음이 안되는거야? 가까스로 잡고있던 펜을 책상위로 던진 경수가 몸을 일으켰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는거다. 아무리 싼 맛에 사는 반지하방이라지만 이렇게 방음이 안될수가 있나? 어제도 그제도 잠 안자고 뭘 하는지 새벽까지 난리를 치는 통에 밤을 쫄딱 샜다. 게다가 오늘은 혼자가 아닌지 다른 사람 목소리도 들리는것같고!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찔러볼까도 했으나 새벽까지 떠들어대는 망나니같은 작자가 배째란 식으로 나오는것도 무리는 아닐거란 생각에 줄 곧 참아왔던 터였다. 이 순간에도 벽을 뚫고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경수의 미간이 구겨졌다. 분을 삭이고 삭이다 소심한 도경수가 택한것은 쪽지였다. 던졌던 펜을 들어 포스트잇이 꽉 차도록 글씨를 썼다.
[ 안녕하세요. 옆집사는 사람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그쪽이 너무 시끄러워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많이 겪습니다. 조금만 주의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조금 띠꺼운가? 부분 부분 말투가 날을 세운듯했지만 사실 이정도면 많이 순화한건데. 맘같아서는 시끄러우니까 닥쳐 씨발놈아 라고 써주고싶은데 그래도 이웃간의 정을 생각해 -비록 얼굴한번 본적은 없지만- 최대한 말투를 둥글게 고쳤다. 아아, 도경수. 마음이 인도양 뺨치고 태평양 후려치는구나!
연필꽂이에 펜을 꽂아넣은 경수가 포스트잇을 챙겨 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구겨진 신발뒷꿈치를 고쳐신을 생각도 하지않고 문을 열어제끼자 102호의 현관이 보였다. 주거써.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다가가서 하는일은 포스트잇 붙이는게 다였지만 경수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출수없었다. 내,내가 해냈다! 여전히 102호에서 시끄러운 락 음악과 수다소리가 들려왔지만 내일이면 조금은 줄어들것이다. 이웃이 불편하다는데 암, 당연히 그래야지.
***
위이이잉.
고요한 정막을 깨는 시끄러운 소리에 경수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우유도 데워먹고 따듯한 물로 샤워까지 하는 노력까지 보이며 이제 간신히 잠에 드나 싶었는데 노력이 무색하게도 눈을 붙인지 20분 만에 잠이 싹 달아났다. 모두 다 자는 새벽에 청소기를 돌리는 미친놈은 십중팔구 옆집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하며 경수가 이마를 주물렀다. 이쯤되면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쪽지로 한번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란을 피운다면 옆집사는 사람이 일부러 저를 괴롭히려고 이런 만행을 저지른다거나, 도덕시간에 숙면학습도 하지않은 예의범절이라고는 찾아볼수없는 사람이라거나. 이 둘중하나다.
뒤집어진 머리를 대충 빗어넘긴 경수가 문을 박차고 비장한 발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은 이 놈을 때려눕혀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102호의 문앞으로 가는 짧은 순간에도 소심한 성격탓에 그만둘까도 했지만 그동안 당해온 수모들만 생각하면 강냉이몇개쯤 털어가도 시원치않을거란 생각이들었다. 내가 이놈때문에 몇날며칠을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밀린 레포트를 작성하지못해 교수님께 얼마나 많은 쿠사리를 먹었던가. 그 생각만 하면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후,하. 후,하. 몇번의 심호흡 끝에 경수가 소심하게 문을 두드렸다. 저기요. 옆집에서 왔는데요! 나름 크게 낸다고 낸 목소린데 그 효과는 미미했다. 그 사실을 알리없는 경수는 이 미친놈이 내 말을 씹는구나 할뿐이었다.
그냥 돌아갈까? 하지만 여기서 돌아가면 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할텐데! 이미 반 쯤 저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던 경수가 몸을 휙 돌렸다. 남자가 이왕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 끝장을 봐야지! 예의 비장한 걸음으로 102호 문앞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경수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 저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 "
쉬지않고 문을 두드리자 드디어 청소기 소리가 멎었다. 이어서 우당탕탕 하는 시끄러운 소리도 들렸다. 문을 열어주려나보다! 문을 두드리던 손을 내려 초조하게 기다리기를 끝에 드디어 102호 문이 열렸다.
" 누구세요? "
102호 남자는 올챙이배에 머리는 덥수룩하고 동글뱅이 안경을쓴 무능력한 백수아저씨일거야. 이게 바로 경수가 그려왔던 102호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했던 모습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경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어... 저... 옆집에서 왔는데요... "
그러니까... 제가 본 쪽지 보셨어요?그... 제가 그쪽때문에 잠도 못자구요. 레포트도 못쓰고 어...
경수가 횡설수설 말을 늘어놨다. 본인조차도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알수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에 엉터리였다. 손짓까지 동원해가며 조잘조잘 말을 늘어놓는 경수를 바라보기만 하던 102호 남자가 드디어 입을 뗐다.
" 죄송합니다. "
" 아니에요. 조금만 주의해... "
" 관심없어요. "
" 네? "
관심이 없다니요?경수가 물음을 던질새도 없이 102호의 문이 빠르게 닫혔다. 한참을 그자리에 멍하니 서있던 경수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관심이 없다니?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는게 그렇게 어려운 부탁인가? 아니 그전에, 조용히하는데에 무슨 관심이 필요하지?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찼으나 의문을 해결해줄 장본인은 이미 들어가고 없었다. 다시 불러낼까도 싶었지만 밤도 늦었는데 너무 민폐인것같아 관뒀다. 뭐, 대충 알아들었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경수가 하품 때문에 벌어지는 입을 가리며 걸음을 옮겼다. 아, 졸려.
***
문을 닫고 장금장치 까지 걸어잠근 후에야 백현이 참았던 숨을 뱉어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길래 열어줬더니 뜬금없이 고백을 해오질않나. 제 생각에 잠을 못잔다니 중학교때 이후로 처음 듣는 낯간지러운 고백이었다. 그것도 같은 남자에게서.
| ㅎㅎ |
그냥 조각글로 쓴건데 뒷얘기는 쓸지 안쓸지 고민중...ㅎ |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