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물 소리, 하나는 bgm입니다. 둘 다 재생해주세요♡
모르는 남자의 품에서 한참을 펑펑 울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나는 나를 안고 있는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남자의 어깨를 살포시 밀었다. 죄송합니다. 남자는 순순히 밀려났지만, 여전히 한 손으로는 내 허리 즈음을 붙들고, 한 손으로는 내 손목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 남자가 손가락으로 쓰다듬는 손목에서 아릿한 통증이 일었다.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유리창문을 지나가면서 생긴 상처 같았다.
"놔 주세요."
창피하고, 죄스러운 마음보다는 피곤한 것이 우선이었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니 금방이라도 잠에 들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졌다. 남자의 손아귀를 빠져나오기 위해 손목을 비트니 피가 더 새어 나왔다. 남자의 눈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꿈틀거렸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연약해?"
생뚱맞은 질문이었다. 나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제야 남자의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동글동글, 부드럽다가도 가는 선처럼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매력적인 얼굴임이 틀림없었다. 입고 있는 옷과, 화려하지 않지만 귀해 보이는 장신구까지. 아마 이 궁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만큼 높은 신분인 듯했다.
"내가 이거 지금 놓으면."
남자는 내 손목을 들어 올려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너 죽는데. 지금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잖아."
내 말 틀려? 나는 대답 대신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해류는 여전히 죽음을 품고 생명들을 세차게 홀리고 있었다. 무감각한 내 반응에 남자가 후, 한숨을 쉬며 제 머리를 한 번 쓸어올렸다.
선황이 왜 나라를 말아먹을 뻔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에 고개를 갸웃, 하다가 다시 한 번 사과를 건넸다. 목숨을 건진 게 원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제 눈앞의 남자는 내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었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필요는 있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데려다줄게."
그럴 필요는 없는.. 하지만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몸이 때마침 불어온 잔물결에 휘청거렸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는 그런 나를 보고 헛웃음을 치더니 상처가 난 손목 반대쪽을 움켜쥐고 내가 머물던 궁 안으로 헤엄쳤다. 허우적대는 나와 다른 가볍고 사뿐한 움직임이었다.
"들어가서 쉬어."
"...감사합니다."
"다음엔 데리러 올 거야."
"......"
"한 눈 팔지 말고 기다려."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휙, 사라져버렸다. 문득 손목에 감기던 뜨거운 혀의 감촉이 생각났다. 상처는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물의 형태
w. 무냑
어차피 깨버릴 꿈이라면, 조금 더 즐기다 가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행동이라고 해봤자 밥을 잘 먹는 거랑 표정을 조금 더 밝게 짓는 것 밖에 없었지만. 유화는 식사를 가져오며 대면식에 전처럼 우울한 얼굴로 나갈까 속으로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대면식이 뭔가요. 나는 유화에게 물었다.
"황자 분들과 반려께서 가지시는 공식적인 첫 만남입니다."
"......"
"하지만 이미 셋째 황자 님과는 만남이 있으실 테니, 그리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돼요."
유화는 의도적으로 대휘를 빼놓고 이야기한다. 기분이 나빠졌다. 표정이 어두워진 나를 발견한 유화가 황급히 덧붙였다. 대휘 황자 님은 형식적으로는 계승권자시지만, 몸이 약해 간택에서는 제외입니다. 나는 멍청하게 유화를 쳐다보았다.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목걸이의 새파란 보석이 피부에 닿아 화끈거렸다. 가슴이 답답해졌다. 나는 유독 대휘에 관해서라면 예민해졌다. 고작 한 번 만난 것이 전부고, 어차피 꿈에서 깨면 사그라들 사람인데도. 이유는 나도 알지 못한다.
"대면식 이후에는 뭘 하나요."
"딱히 정해진 일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선황조가 그랬듯 인간 신부가 선택한 황자가 황위에 오르니, 황자 분들께서 반려 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 힘을 다하시겠죠."
"......"
"..이것은 표면적인 간택 과정이고, 보통은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반려를 차지하는 게 전통입니다."
곧, 궁에 피바람이 불 거예요. 유화의 속삭임에, 또다시 맑게 웃던 대휘의 얼굴이 떠올랐다.
-
대면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본인들 딴에는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았지만, 시종들이 하나, 둘씩 불어나더니 이젠 꽤 많은 숫자들이 나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간혹 명망 있는 가문의 여식을 황가에 시집보내기 위해 인간 신부에 암살자가 붙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차라리 그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물에서 칼에 찔리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는 것보다 지금 이렇게 감시를 당하는 것이 내 딴에는 더 불편했다. 점점, 유화 몰래 외출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시종들을 따돌리고 나 혼자 궁 외진 곳에서 해초를 만지며 손장난을 치고 있을 때였다. 스릉, 아까와는 다른 물의 흐름에 나는 순간 겁을 집어먹고 간신히 위태롭게 잡고 있던 풀을 놓아버렸다. 또, 허공에 뜬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 남자한테 구해진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 저 해류에 빨려 들어가려나, 싶은 순간에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번엔 그 남자가 아닌 대휘였다. 대휘는 살랑, 제 꼬리를 흔들며 헤엄을 치더니 나를 궁의 맨 위로 올려다 놓았다. 어둠 속에서도 비늘이 반짝거렸다.
"안녕."
만나게 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대휘의 얼굴을 보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는 아름답다. 몸짓 하나, 표정 하나가 곧 바스러질 것처럼 밝게 빛이 난다. 나는 처음 만남처럼 또 그 모습에 홀려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나는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말 대신 그를 제일 잘 표현할 만한 한 단어를 내뱉었다.
"예쁘다. 너."
대휘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림처럼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웃는다. 만약 그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귓가에 꺄르르 소리가 퍼졌을, 그런 웃음이다.
잠깐만, 나는 대휘가 말을 못하는 걸 어떻게 아는 거지?
무언가 입을 떼려고 할 차에, 우리를 감싸고 있던 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순간 대휘의 표정이 확 굳더니 이내 내가 갈 수 없는 좁은 틈 사이로 헤엄을 쳐 사라져버렸다. 잠깐..! 손쓸 틈도 없이 일어난 일에 내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대휘가 사라진 쪽으로 손을 뻗자, 누군가 그런 나를 잡아 돌려세웠다.
"드디어 만나네요."
그는 화마를 닮아있었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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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님께서 글에 동양풍느낌이 난다고 해서 작정하고 동양동양스러운 브금을 깔아보았스빈다,,부디 재밌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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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칠vs응사vs응팔은 ㄹㅇ 취향차이인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