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펑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방 안이 잠시 환해졌다.
재효는, 갑작스레 밝아진 시야에 짜증스레 눈 앞을 가렸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며 환희하는 텔레비젼 속 리포터는 곳곳을 유람하며 사람들을 취재했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
어차피 3년 후에는 남김없이 싹 다 사라질 것들인걸.
정전이라도 일어난 것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 전원이 꺼진 텔레비젼을 응시했다.
암흑으로 가득 찬 화면 속에서 색색깔의 선들이 유영하다가 이내 그 색이 옅어진다.
"표지훈. 들리냐."
"형!!!!! 22세기에요!!!!! 존나 좋아!!!!"
"내가 너 제일 아끼는 동생이랬잖아."
"네!!!! 근데 갑자기 왜요."
"상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말꼬리 늘리지 마요. 나 지금 놀러갈건데."
"단도 직입적으로 말할게. 3년 이따가 지구 멸망해."
"빨리 말... 네?"
"폭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었잖아. 그거, 어제 백퍼센트로 올랐어.
다시 하강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원래의 가능성이 될 리는 없다."
간간히 들려오는 숨소리에 표지훈이 전화를 끊지 않았단 것을 눈치챘다.
당황했는지 아무 음성도 흘러들어오지 않는 전화기를 재빨리 껐다.
어쨌든 이 긍정적인 놈은, 지구가 멸망하든 우주가 멸망하든 삼년은 남았어, 하고 태평히 놀 놈이다.
세상은, 언제부턴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고대시대, 중세시대, 이런 인위적인 시간개념은 거의 사라졌으며, 사람에게는 전생과 후생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물론 과학자들은 증명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했으나, 누구나 그것에 심증을 갖게 됨으로서 신흥 종교가 일어나고 자살률이 그 한 해 동안 급격히 증가하기도 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할 동안 외국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이 명백하듯, 우리가 겪는 '현재'라는 시간은 시공이라는 공통분모로, 우리의 과거 그리고 미래를 포함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동안 과거도 존재하며 미래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들과 함께 흘러간다.
아주 자연스레 말이다.
타임머신도 발명되었다.
아마도 과거인들은 빛보다 빠른 물질을 찾아내어 그것으로 다른 시간, 즉 다른 세계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했겠지.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과거, 현재, 미래는 이 순간을 함께 한다. 즉, 굳이 빛보다 빠른 물질을 발견 또는 발명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뫼비우스 고리와 비슷한 형태이며 그것을 초월하는 방법은 타임머신을 개발한 발명가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천재소년이라고 불리는 나 또한 몇 년간 그것을 관찰하고 공부해왔으나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
아직 대중은 타임머신의 존재를 모르지만, 결국 오직 하나밖에 없는 그 신비한 기계는 다행히 국내에 존재한다.
"안재효입니다."
"...재효군, 혹시 지금 화상으로 만날 수 있나?"
"정전이라서요. 십 분 안에... 복구될 것도 같은데."
"그 정도의 시간은 없어."
"예.. 무슨 일로?"
"3년 후에, 세계가 멸망한다는 말을 들었네. 진실인가?"
"국립과학연구소에서 들으신거면 아마 맞을거에요. 곧 다 끝납니다. 2103년 12월 31일에요."
"시한폭탄은 정지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아니,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 않았나?"
"저 너머에도, 천재는 있는 것같더라구요."
"혹시 되돌릴 방법은 없는건가.. 곧 내 아내가 첫 자식을 낳아. 그럼 그 아이는 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는 거잖나.."
"이기적이시네요. 태어나자마자 죽을 아이도 많을 것인데."
"어쨌든 되돌릴 방법은 전혀 없나.. 일말의, 희망, 이라도.."
"2013년이요."
"뭐?"
"타임머신, 허가해주십시오."
"... 내일까지 오게."
계산은 적중했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1월1일 디패 열애설 뜰거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