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흐,… ”
방안엔 종아리에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회초리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 이래도, 이래도 마님 소리를 잘도 지껄여보거라. ”
회초리를 휘두르며 언성을 높이는 목소리에도 그저 입술만 피 터지게 깨물고는 흐느낌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길 바랐다. 피가 나는 곳을 하염없이 내리쳐도, 여린 아이 입술 사이로 나오는 소리는 ..죽을 죄,를 ..흐, …지었습,니다, 아! ..흐으.. 제..발.. 따위의 용서를 구하는 말과, 중간중간 쉴 틈 없이 흘러나오는 흐느낌이 전부이다. 가느다란 종아리엔 어느새 붉은 피가 맺혀, 말 그대로 피떡이 되어가고. 결국은 제풀에 지친 여자가 독하게 구는 아이에 오른 홧김에 세게 한번 더 휘두르곤 회초리를 방구석으로 휙, 던져버린다. 다른 의미로 참 독하고 악착같은 아이이다. 한없이 여리면서도 고집이 꽤나 센 아이이다.
“ 울고불고 고집 피운다고 될 일도 아니고. 바뀔 일도 아니다. 어찌 그리 어리석게 구는 것이야. 똑똑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 “
“ ..하지만 마님.. , ”
여자는 가소롭다는 듯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곤 저의 쪽으로 가깝게 끌어당긴다. 오래전부터 소녀의 눈꼬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눈물이 여자의 손등에 떨어진다. 두려워하는 사람에 더 다가가자면, 당연하게도 아직 어리고, 또 여린 소녀의 얼굴엔 빠르게 불안감이 퍼져간다.
“ 다시. ”
“ 아! ..흐으..으, ”
소녀의 머리채를 세게 잡은 여자가 한번 더 힘을 가하며 강압적인 어조로 말을 뱉는다. 다시.
“ 정혜야, 나를 한번 불러보거라.”
“ …하으…흐.., 저…저는… ”
무섭도록 굳어져있던 표정을 싹, 바꾸어. 사랑스러운 무언 가를 바라보듯 소녀를 내려다본다. 정혜야, 날 불러보거라. 얼른. 소녀. 더욱 몸을 떤다. 말 그대로 피떡이 된 종아리를 신경 쓸 겨를 없이 무릎을 굽혀 찬 바닥에 꿇어 안는다. 그 순간에도 저의 머리채를 놓질 않아 고개를 빳빳이 들게 하여 눈을 마주하게 만드는 여자. 그에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이젠 죽, 죽. 아까 먼저 볼을 타고 내린 눈물이 줄기가 되어 만든 자국을 타고 계속 죽, 죽.
“ 정혜아씨완 견줄 수 없는. 미천한 계, ”
소녀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여자는 뺨을 거세게 내려친다. 오른쪽으로 돌아간 소녀의 고개는 다시 왼쪽으로, 또 오른쪽으로. 둘만 있는 방에는 한동안 뺨을 갈기는 소리. 그리고 세게 짓누른 입술 새로 차마 막지 못해 흘러나온 애처로운 흐느낌만 울린다.
“ 정혜아씨완 견줄 수 없는. 미천한 계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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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소녀. 그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소녀의 온몸을 덮쳐왔다. 첩인 어머니의 밑에서 태어나 귀한 대접 한번 받지 못하는 현실이 당연했다. 첩과 대감 사이에서 난 서녀 아이인 만큼 주변에서 좋은 소리 역시 듣지 못했고, 예뻐해 줄 어미마저도 제가 아홉이 될 적에 덜컥 죽어버렸다. 그런 현실이 소녀에겐 당연시 여겨졌다. 한 번도 거울에 비치는 저를 들여다보며 곱단 생각을 가져본 적 없었고,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다른 사람을 떠받들어야 마땅한 운명과 위치에 불만을 가져본 적 없었다. 내게는 당연하다 생각했으니까. 난 이렇게나 힘이 없는 위치에 있으니까.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원망스러워해도 됩니까, 어머니.”
“ ……. ”
“ ..엄마.”
아주 갓난아기 때를 제외하곤 이렇게 편하게 엄마라는 말을 담아본 적이 없는데. 어딜 가든 천대받고, 심지어 소녀의 아비라는 사람에게도 무시당하던 불쌍한 저의 어미. 저가 힘든 일을 하고 구박을 받을 때면 항상 뒤따라오던 생각. 어머니도 이렇게 살아오셨냐 고. 우리 어머니,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런 어머니가 내게 있어서는 누구보다 위에 있길 바랐고, 누구보다 귀하게 여겨지길 바랐다. 언제나 어머니가 하는 행동이 소녀에게 있어선 규범이고 기준이었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어머니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이런 말을 외친다 한들, 들어줄 이는 아무도 없을 터이지만, 이렇게라도 어미에게 닿길 바랐다.
“ 왜 저를 이렇게 홀로 두고 가신 겁니까.”
너무하시지. 아홉 먹은 아이에겐 너무 버거운 일이지 않습니까. 눈엔 눈물이 고인 소녀가 모순적이게, 예쁘게도 웃어 보인다. 만월. 달빛이 유난히 밝은 밤. 다시 만월이 돌아오는 날, 제가 시집을 든답니다. 정혜 아씨 이름을 달고.
“ ..견딜 수가, 없습니다. ..죄책감도, 두려운 마음도... ”
한낮 천한 계집이, 그렇게도 고우신 정혜 아씨 흉내를 내는 것도. 태어나서 자라온 곳을 갑작스레 떠나 던져지는 것도. 너무 괴로워 잠들지 못하겠습니다. 꾹 다물어진 탄소의 입에선 결국 흐느껴 우는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쩌면 제 나이 또래만큼 순수하게, 또 어리게. 엉엉 울어대는 탄소는 아직 아물지 않은 종아리의 상처들이 억샌 풀들에 베여가는 것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풀밭에 드러누워버린다. 그리곤 또 엉엉. 누가 내 서러움을 들어달라고. 누군가, 나를 불쌍하게 여겨달라고. 그곳이 평안하다면 나를 데려가 달라고. 용기 없는 소녀가 어미에게 감히 처음으로 빌어보는 소원. 나를 데려가 주세요. 눈물이 흘러 귓가에 닿고, 귓구멍에 들어가 제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눈 옆으로 길게 흐른 눈물엔 어린 소녀의 두려움이 가득 서려 있었다. 유일한 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달을 마주하고 누운 소녀의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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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형이 글인데 아직 태형이가 등장 안했죠ㅇㅅaㅇ,,,
어떤 관계일 지는 짐작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반응이 좋다면 뒷편을 빠르게 가지고 올게요!
2 / 제목이 말도 안됩니다! 맞아요! 다음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 읽으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아직 무료인가ㅠㅠㅠ 무료였으면 좋겠네요ㅠㅜㅠ!!
이런 거 돈 주고 읽는 거 아니야,,,
정혜의 유래 = 전정국? 전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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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ㅎ 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