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434494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벚꽃 잎이 휘날리는 봄, 흑발의 단정한 생머리에 춘추복을 입은 경수가 홀로 놀이공원을 걷고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면 금세 어질어질해지는 경수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기어코 홀로 무리에서 나와 놀이공원 구경도 하면서 사람구경도 할 겸,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빵빵하게 부푼 풍선을 조그마한 손에 꼬옥 쥐고 노오란 꼬까옷을 입은 채 양 갈래로 귀엽게 머리를 땋은 여자 아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커플, 유치원에서 단체로 소풍을 와 원복을 입고 짹짹 대는 아가들. 많은 사람들이 각자 행복한 기억을 담으러 이곳으로 놀러와있었다. 물론 경수도 포함해서.  

    

그렇게 그저 마냥 걷다 솜사탕을 파는 가게를 보자 저절로 발이 멈춰졌다. 솜사탕 기계에 설탕을 넣은 뒤 나무 막대기로 휘휘 젓자 신기하게도 솜사탕이 저절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경수는 등에 매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맨 뒤 지퍼를 열어 천 원짜리 세 장을 꺼내 아저씨를 향해 건넸다. 솜사탕 하나요!  

    

    

" 오랜만에 먹으니까 되게 맛있네. "  

    

    

한입 베어 물자 큼지막하게 딸려오는 솜사탕을 입에 넣어 우물거리며 경수가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그러자 사람만한 분홍색 토끼 인형이 한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가까이로 다가가자 인형 다리에 서너 명의 아이들이 착 달라붙어있었다.  

    

    

" 얘들아, 하나, 둘, 셋! 하면 브이~ "  

    

    

하나, 둘, 셋!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는 아이들과 장갑을 끼고도 열심히 브이를 그리는 토끼 인형. 경수는 여기까지 온 김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형을 향해 걸어갔다.  

    

    

" 저기요! "  

    

    

반쯤 인형의 얼굴을 들고 땀을 닦던 백현이 낯선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인형 탈을 제대로 쓰고 뒤를 돌아보자 조금은 부끄러운 듯 베시시 웃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순간 머릿속에 뜬금없이 복숭아가 떠올랐다. 그렇게 백현이 어버버하고 있는 새에 경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주시겠어요? "  

    

    

네, 라고 답하려다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백현이 아차 하고 손을 들어 입을 막는 시늉을 하다 손가락으로 O 모양을 만들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자 해맑게 웃던 경수가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어플을 작동시키고는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을 잡아 세워 사진 찍기를 부탁한 뒤 백현의 옆에 어정쩡하게 섰다.  

    

경수도 백현도 왠지 온 몸을 간질이는 기분에 차렷 자세로 뻣뻣하게 굳어 나란히 서있자 사진을 찍으려던 아주머니가 입을 뗐다 .  

    

    

" 아이고, 그래서야 사진이 이쁘게 찍힐 것 같어? 둘이 더 붙어봐, 어유, 훨씬 이쁘네. 거 토끼 총각은 학생 어깨에 팔도 올리고, 어이구, 잘한다~ "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백현이 경수의 어깨를 감싸고 제 쪽으로 슬쩍 끌어당기자 경수가 백현의 품으로 폭 안기고, 끌여당겨진대로 경수의 고개도 백현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상태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야, 잘 나왔네! "  

"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  

    

    

경수가 아주머니에게서 핸드폰을 받아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하자 백현도 슬금슬금 그 쪽으로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조금 놀라 잠시 주춤하던 경수가 다시 화면을 띄웠다.   

    

경수와 백현의 뒤로 커다란 벚꽃 나무가 있었다. 벚꽃 잎이 가랑비처럼 흩날렸고, 그 사이에서 두 사람이 다정한 포즈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웃음기를 머금은 경수와 인형탈 속에서 아마 쑥스럽게 웃고 있을 백현이 있었다.   

    

사진을 확인한 경수가 "맘에 들어요?" 하고 묻자 백현이 두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흔들어보였다.   

    

    

" 사진 같이 찍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리고 경수가 백현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 백현은 속으로 '안되는데'를 외치며 발을 동동 굴렸다. 이대로 헤어지기는 싫었다. 그리하야 백현이 선택한 방법은 무작정 경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경수는 그걸 모르는 지 제 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경수가 조금이라도 뒤를 돌아볼 것 같을 때마다 백현은 몸을 옆으로 돌려 숨겨지지 않는 몸을 숨겨보겠다고 나무 뒤에 숨는 등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하지만 끝내 아이들이 백현을 발견함으로서 그 노력이 와장창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 우와, 큰 토끼 인형이다! "  

    

    

아이의 목소리에 경수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를 긁적이는 토끼 인형과 인형을 끌어안고 꺄르륵 웃는 아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런 경수를 발견한 백현이 후다닥 아이를 안아올려 사진을 찍은 뒤 갑자기 반대편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 뭐지…? "  

    

    

그 모습을 바라보던 경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다시 가던 길을 가려던 참이었다.  

    

    

" 어? "  

    

    

순식간에 되돌아온 백현이 경수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운 뒤 상체를 숙여 잠시간 숨을 고르고 경수의 눈앞에 과일주스를 척 내밀었다. 이게 무슨 영문인가 싶어 그 커다란 토끼의 얼굴을 올려다보자 백현이 바디랭귀지를 시작했다.   

    

    

' 나 '  

    

    

손으로 제 가슴을 퍽퍽 치고,  

    

    

' 그 쪽이랑 '  

    

    

경수를 가리킨 후,  

    

    

' 같이 걷고 싶어요. '  

    

    

팔과 다리를 허공에 휘적거리며 걷는 시늉을 한다. 인형탈 속에서 경수는 보지 못할 말들을 입모양으로 웅얼거리며.  

    

과일주스를 받아든 경수가 눈알을 굴리다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하얀 목덜미가 발갛게 변한 것 같기도 하고.  

    

    

" 그런데요. "  

    

    

한참을 발 맞춰 걸어가다 경수가 멈춰 서서 백현을 향해 몸을 돌렸다.   

    

    

" 이거, 인형, 더울 거 같은데.. "  

  

" … "  

" 이거라도 좀 마실래요? "  

    

    

그리고는 주스를 백현에게 내민다. 백현은 아니라며 손을 흔들었지만 경수의 연이은 부탁으로 결국 인형 탈을 조금 위로 든 뒤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다보니 저 혼자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백현이 미안한 지 양 손바닥을 붙여보이자 경수가 괜찮다며 백현을 달랬다.  

    

그 때였다. 또 한 번 백현이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당황한 경수가 빈 주스 컵을 들고 황망하게 서 있다 보니 저 멀리서 풍선 하나를 들고 뛰어오는 백현이 보였다.  

    

헉헉 거리며 경수의 손에 풍선을 쥐어준 백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이름, 뭐에요? "  

" 네? "  

" 이름이요. 나는 변백현. "  

" 아…, 전 도경수에요, 경수. "  

    

    

경수의 대답을 들은 백현은 하루종일 거추장스러웠던 인형 얼굴을 벗어 옆구리에 끼고 말을 이어갔다.  

    

    

" 그럼 나중에 또 보자, 경수야. "  

    

    

백현은 땀에 젖은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하며 꼬깃꼬깃하게 접힌 쪽지 하나를 경수의 손에 함께 건네주었다. 경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서있자 백현이 씩 웃으며 경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몇 번 흩뜨려놓더니 손을 흔들며 잘 가라는 인사를 했다.  

    

넋이 나간 듯한 경수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던 백현은 '그거 내 번호야!' 하고 또박또박 입모양으로 말한 후 꼭 연락하라며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뺀 나머지 손가락을 접은 채 귀에 가져다댔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두 사람의 뺨이 그 날의 벚꽃처럼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대표 사진
독자1
아나..이렇게 설레도되나여..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어떻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예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어흐어 완전 설레는 봄같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으어어ㅓ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달달한배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마지막ㅇ에완전설레네ㅔ여...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어대박 ㅠㅠㅠㅠ좋다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헝허우ㅜㅜㅜㅜㅜㅠㅠ백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어 설레.....ㅠㅠㅠㅠㅠㅠ 벚꽃하고 백도는 참 잘 어울려요 그쵸? ㅠㅠㅠㅠㅠㅠㅠ행쇼 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6
아진짜정말ㅠㅠ브금이랑 글이랑 진짜잘어울려요ㅠㅠ벌써 봄이온거같기도하고!잘보고가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7
작가님 ㅠㅠㅠㅠㅠㅠ너무설레잖아오ㅠㅠㅠㅠㅠ잘읽고가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8
으이이이이잉간질거려요ㅠㅠ 하..너무 예뻐요둘이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9
설렘가득하네영ㅎㅎ잘보구가영ㅎ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10
올오올 변배켜뉴ㅠㅠㅠㅠㅠㅠㅠㅠ도경슈ㅜㅜ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11
아...아...! 이거에요...! 제가 꿈꿔오ㅓㅆ던 놀이동산인형탈....오오오오오상상이현실이됫다 오오오오오오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처음이전1462147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