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기억해 내고 싶은 과거의 순간들이 있다.
막상 그 때가 되면 행동이 정지가 된듯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 순간이 과거의 한 조각이 되어 떠다녀버리면
다시 겪어보고 싶어지는
그 순간.
다시 되돌아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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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2010년
아침부터 갑자기 쌀쌀해지는 날씨탓에
엄마의 따뜻하지 않은 밥공기 위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국 한숟갈을 뜨다가 그 연기로 인해 뿌옇게 된 엄마의 안경알을한 번 쳐다 보았다.
“엄마! 나 여기 꼭 다녀야해?”
“그럼, 이거 성적 떨어진거 어떻게 할꺼야?”
“…”
“다른 애들은 벌써부터 예습이다 복습이다 다 하고 있는데! 너 벌써부터 이렇게 뒤쳐지면 나중에 수능은 어떻게 할꺼야? 어여 가방싸고학교나 가!”
“진짜 엄마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오늘 4시까지야. 집앞으로나오면 학원차가 와서 바래다준다니까 3시 50분까지 나가.”
엄마의 입은 소방관처럼 쉴틈없이 물줄기를 막 쏘아댔다.
따가운 물줄기에 맞고나서, 학원에 가기싫다고 입술로 툴툴거리며 있는 힘껏 귀차니즘을 표현하는 나.
아직 초등학생일 뿐이었다.
식탁위에있는 소시지를 손으로 집어 상큼한 케찹에 찍어먹으며
오늘은 날씨가 어떤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들을 나눌지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지
이러한 생각들로 꽉찬 초등학생일 뿐이었다.
가방을 바람막이로 삼으며 갑자기 쌀쌀해진 바람을 뚫고
하얀 실내화로 갈아신고
교실문을 드르륵 연다.
온세상의 어둠을 다 끌어모은 얼굴빛으로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며투정을 부렸다.
“얘들아… 나 오늘 부터 학원가… 어떡하지…”
“그냥 공부만 한다는 생각으로가. 뭐 어때 학원인데.”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원에서 또 공부를 하다니 끔찍하다...”
친구들과 몇마디를 나누고 정신없이 멍때리다 수업이 다 지나가고
방과후수업이 있는 친구들을 떠내보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하늘의 색깔과 태양의 온도, 이 둘의 어울림
하교시간이 되서야
해와 눈을 마주치고
눈을 감아도 햇빛의 잔상이 아른아른 거린다.
이 느낌이 참좋다
시야가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이 현상이 참좋다.
이렇게 좋은날, 나는 지금 전과목 학원 교실안
정확히 왼쪽 맨앞 구석에 앉아있다.
맨 뒤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남아있는 자리가 이것뿐
선택은 없었다.
교살안의 어색함을 잠깐 없애주는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면
이윽고 침묵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순간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화장실로 가서 어색함이 감돌았던 숨을 내뱉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을때
누군가
내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내 핸드폰에 무언가를 입력하고 통화버튼을 누르더니
그 아이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그 아이의 손이 나에게로 향하고 내 핸드폰을 건냈다.
“지금.. 뭐하는거야?”
그 아이는 당황한듯이 살짝 미소지으며 동그란 안경알을 통해 날쳐다봤다.
그리고
“그냥”
저 두단어를 내 가슴 한가운데에 툭 던지듯 골을 넣었다.
그 공은들어갈듯 말듯 주위를 맴돌다
두번째 수업이 시작되었을때
스코어는 3점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