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7] 다음 중 결혼하고 싶은 레알양아치를 고른다면? (단, 선택하면 뒷감당은 알아서 감수해야 함)
- 난이도 상 -
① 또라이에다가 여주만 바라보는 나재민
일단 여주한테는 결혼 상대가 3명이나 있었고 물론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강제적인 이유였음. 재민이 여주한테 반한 계기가 뭐냐 하면, 바로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라고 하자. 김여주는 공부를 너무 잘해서 평소에 꾸미는 것이라고는 틴트밖에 모르고 동그리 안경만 쓰고 다녔는데 입학식 날에는 보다못한 여주의 동생이 안경을 숨겨버리고 렌즈를 껴줬던 것이었지. 왜냐하면 여주가 입학식 순서로 신입생 대표 선서 읽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어. 어쨌튼 재민은 그 모습에 홀딱 반해버렸고 여주가 배정받은 반을 귀신같이 알아채고선 매일같이 찾아오기 시작했음.
" 여보야~ 나 왔어! "
" 야 여주 불편해하잖아. 여보야 좀 작작 해. "
" 상관없어, 어차피 결혼할 거니까. "
자리를 뺏긴 여주의 양아치 짝꿍이 재민을 무슨 표정으로 바라보든 재민은 그야말로 개썅마웨였음. 여주는 그런 재민이 마냥 좋지만은 않음. 근데 아무리 철벽을 쳐도 재민은 굴하지 않고 계속 치댄단 말이지. 한 번은 재민한테 그만 좀 쫓아다니라고 화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재민은 자기랑 사귀면 그만 쫓아다닌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럼 계속 쫓아다닌다는 거잖아..
점심시간이 될 때도 마찬가지였음. 김여주의 맞은편 자리는 재민의 지정석이었고 여주의 친구들도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음. 하지만 정작 여주는 체할 것 같다는 것이 문제. 왜냐하면 계속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여주의 입장에선 그 시선이 너무 끈적해 보이는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재민은 상관없었음. 여주도 가면 갈수록 재민이 익숙해지고 있었음.
*
김여주 야자를 하는데 나재민은 야자를 안 함. 또라이적 양아치인 재민이 야자를 한다면? 난제로 매길 수 밖에 없는 행동을 할 것이었기 때문에. 뭐 이를테면 야자감독 선생님 졸졸 따라다니기나 화장실 거울보면서 춤 추기, 도서관에서 만화책 읽기 등등. 그런데 요즘 일교차가 너무 큰 날씨여서 아침 날씨만 보고 춘추복 차림으로 입고 온 여주는 추워 죽을 것 같았음. 재민이 그나마 편해졌기에 재민의 반으로 가서 당당하게 체육복을 빌려달라고 하려 했음. 그런데 지금 손에 들려 있는 건?
" 담배 안 돼. "
" 어? 김여주다! "
" 몸에 안 좋아. "
알았어, 여주가 피지 말라고 하면 피지 말아야지. 여주의 머리를 쓰담쓰담한 재민은 여주가 체육복 빌리러 왔다는 것을 전해 듣곤 체육복을 찾음. 그런데 체육복이 없음.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걸치고 있었던 후드집업을 여주한테 걸쳐 줌. 이거 입고 있어,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머리칼을 정리해 줘야 함. 이 문항의 조건은 재민과 여주의 키 차이가 많이 나야 함. 그러면 여주한테 후드집업이 좀 클 거 아냐.. 대단한 설렘포인트.
② 우등생인데 까칠한 양아치 이민형
나재민이 공부도 못 하고 맨날 사고만 치는 선생님 시선으로 망나니인 양아치였다면, 이민형은 공부를 오지게 잘함. 머리가 좋은 건지, 어디서 뭘 하고 오는지는 모르겠고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데도 공부를 잘함. 그런데 양아치임. 머리도 막 염색하고 다니고 선도부한테 걸릴 짓은 다 함. 마음만 먹으면 재민처럼 수업도 째고 야자도 쨀 수 있었지만 민형은 전교 2자리권이라서 면학반에 들어가야 했음. 그러면 야자 못 짼단 얘기임.
김여주도 전교 2자리권이니까 면학반에 당연히 들어있겠지, 처음 자리를 정헸을 때 민형의 옆자리가 됨. 여주는 좀 무섭지만 말만 잘 안 섞으면 되겠지 싶어서 민형을 힐끗 보고선 고개를 돌리는데 옆에서 민형의 목소리가 들려옴. 방금 째려봤냐? 아..아니. 우리의 첫 대화는 그게 끝이었음. 그 뒤로는 매일매일 면학반에 들어올 때 민형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된 여주임.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민형이 여주한테 관심이 생긴거지. 여주는 그 이유도 몰라. 그냥 나재민으로 족한데 왜 이렇게 양아치들이랑 많이 엮이나 싶고.
" 이거 먹어. "
" ㅇ..왜? 너가 산 거잖아.. "
" 몰라. 걍 먹어. "
매일매일 빵, 우유 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조공 바치듯이 주는 민형 때문에 여주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음. 답답해진 여주는 날 잡아서 공부하고 있는 민형을 면학실 밖으로 불러냄. 너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따지듯이 물으면 약간 귀가 빨개진 채로 좋아한다고 말해오는 민형. 좀 착한 애일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봐 왔던 행실이 착한 것과는 딴판이었음.
"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 "
" 도대체 왜..? "
" 몰라 걍 결혼해야 돼. "
정말 가관이었음. 은근히 나재민보다 무서운 게 내치치는 못하겠고.. 나재민은 웃기라도 하지.. 진짜 농담일 줄 알았던 여주는 면학반에서 자기소개 용지 쓸 때 이상형 란에다 김여주의 이름을 딱 적어놓는 민형을 보고 경악했음. 그 이후로 여주는 주말 보장 못 받음. 왜냐하면 민형이 귀신같이 집 앞에 와서 도서관 끌고 갔거든. 여주는 전교 20등 안팎이었고 이민형은 전교 50등 약간 위 정도였는데 민형 등수 오르면 데이트가기로 함. 물론 민형은 시험에 힘 지나치게 쏟을 생각 없었는데 힘을 지나치게 쏟아서 여주를 넘어버렸고 여주는 민형한테 끌려다니고...
③ 김여주의 소꿉친구에다 퇴폐미 쩌는 양아치 이동혁
야자가 끝나고 익숙한 아파트 단지를 들어가려고 하면 코 끝을 찌르는 담배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는 여주였음. 그 담배냄새의 주인은 다름 아닌 이동혁. 태어날 때부터 안 소꿉친구이자 유치원 때부터 결혼을 약속한(이때는 장난이었다) 인간 되시겠다. 초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냈을 때는 누구보다 순수했던 동혁이었는데 서로 다른 중학교로 갈라지다 보니 확연히 달라진 동혁이었음. 양아치 친구들 만나면서 술, 담배를 거리낌 없이 하고 상처와 여학생을 달고 다니는 양아치의 표본이었으니까. 그때는 여주를 모른 척 했다고 치자. 그래서 여주도 동혁을 쌩판 모르는 애처럼 취급했고. 그런데 같은 고교에 들어가자마자 더 양아치가 됨. 달라진 것은 안 하던 인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 이제 왔냐. "
" 야. 내가 담배 그만 피우랬지. "
동혁한테 실컷 잔소리를 하려고 몇 발짝 다가가면 손목이 잡힌 채 어느새 동혁의 품에 안겨있는 여주. 미약하게 풍겨오는 술 냄새에 여주도 취하는 기분이었음. 여주가오늘따라 예쁘네. 괜히 부끄러워진 여주는 동혁의 어깨를 퍽퍽 침. 담배 끊어라. 여주 딴엔 강압적으로 말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동혁한테는 통할 리 없었음. 동혁은 여주가 내미는 사탕을 바라보며 능글거리는 웃음을 짓다가 김여주를 쳐다보면서 입술을 내밈.
" 사탕 말고, 뽀뽀 해 주면 생각해 볼게. "
나 담배 피는 사람 진짜 별로야. 볼멘소리로 말하는 여주에 머리를 쓰다듬는 동혁. 아내 될 분의 말은 들어야겠지만, 담배는 못 끊겠네. 미안. 이쯤 되면 여주만 장난으로 여겼던 유치원 때의 약속을 진짜 믿고 있는 듯했음. 여주가 아무 말도 안 하자 나른한 듯 벽에 기대는 동혁임. 어떤 애들이 너한테 집적댄다던데, 나도 한계가 있다. 죽일 수도 있어. 여기서 목소리조차도 나른 그 자체여야함. 여주가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면 순식간에 여주를 벽에 밀어붙이고 입을 맞추는 동혁. 입 맞추는 것은 나른하면.. 나른하지 않으면..? 그건 알아서 생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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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할 일도 많고 심심해서 제가 보고 싶은 것들로 올려봤어요 ~
전 개인적으로 2번이 좋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