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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숭이 전체글ll조회 832
담쟁이 넝쿨 

 

우지호는 작은 녹음실을 운영한다. 그의 녹음실인 보이지 않는 담쟁이 덩쿨들에 빽빽히 둘러싸여 있다. 가지마다 안타깝게 매달린 초록손들이 무언갈 갈망하듯 조그마한 다섯 손가락을 힘차게 뻗는다. 그 소리없는 몸부림 속에서 지호는 조용히 물을 준다. 햇빛하나 들 지 않지만, 담쟁이는 팔을 더 길게 뻗고 그 애원과 같은 손짓을 지호는 담담히 바라본다. 지호는 궁금하다. 과연 저 여린 손이 움켜쥘 수 있을까. 지호는 이리저리 엉킨 담쟁이 덩굴에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색 없는 미소를 짓는다.  

 

 

 

지호는 묘한 사람이다. 멀리서 보아도 뚜렷히 보이는 이목구비가 묻지 않아도 선뜻 말해준다. 날카롭게 찢긴 눈매 틈새에 대조적으로 둥그렇게 몸을 만 눈동자. 그 사이를 둥그렇게 관통한 코, 그 아래 아직 덜 여문듯 고개를 내민 입술. 하나하나 큼지막하게 남는 구석 없이 자리잡았지만, 그의 향기는 옅다. 아마 그의 얼굴에도 예외없이 자리잡은 덩쿨 대문일 터이다. 키도 높게 뻗었고, 어깨 또한 누군가 기댈 자리가 남을 정도로 넓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보며 알 수 없는 왜소함을 느낀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에 고개를 갸우뚱거리에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지만, 지호는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닿기도 전에 짙은 녹음 사이로 숨어들어간다. 그랬기에 그는 그리 넓지도 않은 숲속에서도 늘 혼자이다. 이런 그와 달리 그의 녹음실은 매일 몰려드는 래퍼들을 맞기에 바쁘다. 비교작 싼 녹음비용과 어느 녹음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최신식 녹음기기가 기 이유지만, 래퍼들이 지호의 녹음실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우지호의 존재였다. 지호는 음악에서 만큼은 웅크리지 않았다. 빈 공간을 날카롭게 채우고 더딘 흐름을 살점이 뜯어나갈 만큼 채찍질한다. 그 어떤 구멍이 숭숭 뚫린 조잡한 믹스테이프라도 그의 존재 하나로 제 틈을 모자람 없이 메뀠다. 그랬기에 지호의 녹음실에는 특히 학생 래퍼들이 주 고객층이 되어 있었다. 지호의 녹음실은 오늘도 예외없이 많은 사람들을 품에 안는다. 사람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열기에 천장에서 바닥까지 내려온 담쟁이가 움찔거린다. 그리고 곧이어 울려퍼지는 비트의 파동에 크게 몸이 크게 흔들린다. 급기야 목소리가 비트 사이로 급하게 몸을 끼워넣자 잎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차갑게 식은 손바닥들이 지호의 몸을 싸늘히 덮는다. 지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트에 빗껴나간 잎들을 힘껏 내리친다. 비뚤어진 음이 침묵으로서 비명을 지른다.  

 

"박경! 너 박자 그렇게 타지 말랬지!" 

 

지호가 머리 위로 수북히 쌓인 입사귈 털어내며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옆에서 비트를 타고 헤엄치던 조그마한 체구의 남자가 아직 젖은채로 큰 눈을 연신 끔뻑거렸다.아직도 물장구를 치듯 물기가 촉촉히 어린 눈동자였다. 지호는 그 눈빛에 엷게 인상을 짓는다. 그리곤 칼날처럼 말한다. 

 

"넌 박자를 타는 방식이 너무 똑같아. 이 노래에서 탄 플로우, 여기서 타고 저기서 타고...... 그래서 리스너들이 네 노래에 식상해 하는 거야. 비트의 좁은 틈사이, 숨겨진 틈 사이에 라임을 박아넣는 것." 

 

지호의 주먹 쥔 손이 망치처럼 테이블을 내리친다.지호은 테이블에 진정 어른 팔뚝만한 못을 박은 눈빛이다. 경이라 불린 조그마한 남자는 그 궤뚦을 담담하지만 불한하게 응시힌다.  

 

"그게 랩이야. 넌 박아넣지 않아. 슬쩍 발만 담가보거나 혹은 억지로 끼워 넣고 있어." 

 

진실은 늘상 뾰족한 법이다. 이에 제대로 가슴을 찔린 경은 어색한 미소로 피 맺힌 가슴을 어설프게 덮었다. 녹음실에 조용히 퍼지는 비릿한 핏내음에도 지호의 표정은 여전히 무채색이였다. 곧이어 지호의 손가락이 거미처럼 복잡한 기계 틈 사이를 파고들어가 초록색 버튼을 밟았다. 곧 익숙한 피아노 반주가 싸한 분위기를 타고 흐르고, 경의 목소리가 텅 빈 공간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경은 안절부절 못하는 듯 보였다. 자신의 허점을 남에게 속절없이 드러내보이는게 여간 불편하지 않을리 없다. 경은 아직도 제 것이 아닌듯 한 목소리에 땀이 흐르는 손을 교복바지에 서둘러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가 듣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남이 듣는 제 목소리를 듣고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던 때를 떠올린다. 경이 무의식적으로 희미한 미소를 흘린다. 내가 듣는 나와 남이 듣는 나, 그리고 그 큰 차이, 이가 주는 커다란 생소함. 경은 이에 익숙하지 못하기에 이 순간이 더욱 떨린다.  

 

"괜찮다 하던 내가 바보인걸. 나 오늘도 아니 내일도 너 없이는 살지 못 할것 같......" 

 

녹음실을 채우던 경의 믹스테이프가 입을 닫는다. 그리고 지호가 입을 연다.  

 

"들었지?" 

 

역시 날이 섰다. 예상은 했건만 그 서슬퍼름에 경은 움찔한 듯 어깨를 움츠렸다.  

 

"네........" 

 

경의 대답이 바닥으로 힘 없이 가라앉았다.  

 

"다시 녹음한다. 처음부터." 

 

발끝부터 올라앉는 냉기에 경은 다시 조심스레 헤엄칠 준비를 한다.  

 

 

 

 

 

첫작이네요.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써진 그런 아이에요ㅠ 팬픽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어주셨으면 해요 하핳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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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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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내밀메 경코가 여기잉네ㅠㅠㅠ내가신알신해야지 첫댓글이지ㅠㅠㅜ문체짱짱ㅠㅠㅜ나 암호닉은 비비빅으루 해주세요 흑슝이님ㅠㅜ. 아 닉도 기여웡ㅜㅜ꼬바고박 연재 기다릴께요 알랍휴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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