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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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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려 사르락 소리를 내는 잔디가 발목을 간질인다. 

흩날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곤 언덕위로 올라갔다. 

커다란 벚꽃나무가 보인다. 

나무 앞으로 가 섰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나무 기둥을 쓰다듬었다. 

 

사르륵 

 

벚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잎들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언덕 아래로 작은 시골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앉았다. 

 

눈을 감았다. 

너와 바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질리지도 않냐." 

 

"뭐가-" 

 

"알면서 또 묻는다.마을 풍경 그리는 거 말야." 

 

"응." 

 

"똑같은 풍경 그려서 뭐하려고-" 

 

"다르거든-" 

 

"다르긴.너 그거 백날 그려봐라.아줌마가 너 미술하는거 허락해 주나." 

 

"....시끄러." 

 

"좀 다른거라도 그려보던," 

 

"다르거든!아침엔 화사하고 오후엔 붉은빛이고 밤엔 까맣잖아!"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냐!" 

 

"몰라,바보야." 

 

뾰루퉁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이고는 다시 스케치북으로 시선을 돌렸다.심심해서 괜히 그러는 거 다 알았다.하긴,놀자고 불러놓고 매일 언덕위로 올라와서 그림이나 그리고 있으니.그치만 나는 이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걸.언덕 아래로 펼처진 마을의 풍경과 무릎에 놓인 스케치북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옆에서 김원식이 힐끔힐끔 바라보는게 느껴졌다.그 시선을 모른 척 무시하곤,그저 계속해서 손을 놀렸다.마을의 집들과 산들을 모두 색칠하고 이제 막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을 칠하기 위해 주황색 크레파스를 집어 들 때였다.옆에서 계속해서 꼼지락거리던 김원식이 참다못해 내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야,삐진거냐?" 

 

"그렇게 싫으면 집이나 가라." 

 

"누,누가 싫댔냐!" 

 

당황하면 얼굴부터 빨개지는 김원식이었다.슬쩍 옆을 돌아보니 노을빛 하늘보다 다섯배는 더 빨간 볼로 손을 내젓고 있었다.푸흡,결국 웃음이 터졌다.큰소리로 깔깔거리며 웃는 나를 보며 김원식이 아아,웃지마!웃지말라고! 소리쳤지만,이내 따라서 푸하하 웃어버렸다.스케치북 안의 마을에도 어느새 붉은 노을이 피어있었다.살랑이며 불어온 바람이 김원식과 내 뺨을 간지럽혔다.김원식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냈다.귓가에 바람소리와 김원식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마치 노랫말처럼 들렸다.김원식이 스르륵 눈을 감고 콧노래를 불렀다.노을빛이 물든걸까,나와 김원식의 두 볼이 붉었다. 

 

 

 

다음날 김원식은 가족들과 함께 잠시 휴가를 갔다.매일 옆에있던 김원식이 없으니 괜히 기분이 울적했다.이렇게나 김원식의 빈자리가 크던가?김원식이 없는 겨우 이틀 동안,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그리고 두달같던 이틀이 지나가고 김원식이 돌아오기로 한 날이 되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원식이 집에 있죠?" 

 

"아..이걸 어쩌지.원식이가 좀 아픈데." 

 

"네..?얼마나요?오늘 놀기로 했는데." 

 

간만에 일찍 일어났다.눈을 뜨자마자 김원식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어쩐지 조금 기운없어 보였다.수화기 너머로 김원식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저 바꿔주세요.괜찮아요.몇번 대화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원식이 전화를 받았다. 

 

"미안하다.나 오늘은 못 나간다." 

 

"놀러갔다 오더니,병났냐?" 

 

"그런것 같다." 

 

그렇게 말하곤 김원식은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쌤통이다!나 빼고 놀러가더니!보이지도 않을 수화기 너머의 김원식에게 부러 얄미운 말투로 한껏 메롱을 날려 주었다.내 목소리에 김원식이 여전히 웃음기 섞인,하지만 조금은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다음에 놀자." 

 

"그래." 

 

힘없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서운하다는 감정보다는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쌤통이라고는 했지만,어째 마음이 썩 좋지가 않았다.그렇지만 아프다는데 굳이 찾아가서 귀찮게 하고싶지는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기에는 몸이 근질거렸다.보기보다 워낙 몸이 허약한 김원식이었다.어쩌다 감기라도 한번 걸리면 한참동안을 심하게 앓는 그런 아이였다.괜시리 밀려오는 불안감에 손톱을 물어뜯었다.김원식네 집에 찾아 갈 핑곗거리가 필요했다.그때였다. 

 

"이거,원식이네 좀 가져다 드려라." 

 

"뭐야?" 

 

"떡이다.외할머니가 보내주신건데 많이 남는구나." 

 

"알았어요." 

 

이게 왠 행운?마침 명분이 생긴 것이다.엄마가 건넨 종이봉투를 받아들고 사뿐사뿐 대문을 나섰다.발걸음이 가벼웠다.콧노래를 부르며 껑충껑충 토끼처럼 뛰어가니,종이봉투에 담긴 까만 비닐봉지가 저들끼리 부딪혀 바스락 바스락 하는 소리를 냈다.그마저도 꼭 무슨 대단한 악기가 내는 소리처럼 들려서,기분이 좋아졌다.몇 발자국 그렇게 펄쩍펄쩍 뛰어가니 금새 김원식네 집 대문앞에 도착했다.청록색의 대문은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었다.손을 뻗어 초인종을 꾸욱 누르려는데,무심코 돌아본 대문이 조금 열려있는게 보였다.누가 왔나 싶어서 살금살금 대문 틈새로 얼굴을 밀어넣었다.마당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보라색 하늘.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 계실 시간이었다.그걸 증명이라도 하듯,마당에는 아저씨의 오래된 오토바이가 놓여져 있었다.문득 김원식을 놀래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문을 살짝 열었다.다행이도 끼익 하는 쇳소리는 나지 않았다.발소리를 죽여 현관 쪽으로 다가가던 찰나였다. 

 

쾅! 

 

아저씨가 잔뜩 성난 발걸음으로 쿵쾅거리며 현관 쪽으로 다가왔다.나도 모르게 놀라서 창고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씩씩거리며 대문을 나선 아저씨의 뒤로,다급하게 뛰쳐나온 아주머니가 매정하게 닫힌 대문을 빤히 바라보다가 마당에 털썩 주저앉았다.부부싸움이라도 하신건가?그런데 내가 잘못 본 것인가?분명 아저씨가 울고 계셨던 것 같은데.그런데 그것보다 언제 나가야 하지....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기다리는데,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아주머니였다.마당에 주저앉은 채로 울음을 억지로 참는 듯 서럽게 흐느끼던 아주머니에게로 김원식이 다가왔다.아주머니의 어깨를 감싸고 토닥인 김원식이,벌게진 눈을 하고는 씨익 웃어보였다.아주머니는 그런 김원식을 보고는 더욱 서럽게 우셨다. 

 

"괜찮아.엄마,나 괜찮아요.다 괜찮아."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내릴 듯 한 눈을 한 주제에,김원식은 퍽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곤 아주머니의 등을 토닥여주었다.울음을 참으려는 듯,입술을 세게 깨문 채 김원식이 하염없이 말했다. 

 

"괜찮아요.괜찮아." 

 

하염없이.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김원식은 나와 이 외딴 시골 동네에서 함께 태어나고 또 함께 자라온 친구였다.내 또래 아이들의 수가 적은 이 작고 초라한 오래된 동네에서 함께 뛰어다니고 넘어지고 다투기도 하며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하나뿐인 내 친구였다.김원식은 항상 오빠처럼 굴었다.내가 하고싶은건 모두 들어주었으며,저보다 내가 더 먼저였다.한번은 뒷산 감나무에 열린 홍시가 먹고싶다고 하자,홍시를 따기 위해 나무에 오르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찢어진 적도 있다.놀라서 펑펑 우는 내 목소리를 듣고 모여든 어른들에게,김원식은 특유의 시원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감이 너무 먹고싶어서 그만.그리고 다음날 우리 집 대문 앞에는 잘익은 홍시들이 까만 봉지에 담겨진 채 놓여있었다. 

 

김원식은 그랬다.어릴 적 부터 태생적으로 몸이 약한 김원식은 잔병치례가 잦았다.그런 김원식은 감기몸살을 심하게 앓으면서도 놀자 하는 내 한마디에 우리집으로 달려왔다.바보같게도 저보다는 항상 내가 먼저였다.어릴적 부터 화가가 꿈이었던 나는,놀아달라는 핑계를 대고 김원식을 불러내서 언덕위로 데려갔다.한번은 아침을,한번은 점심을,한번은 노을 진 모습을,한번은 까만 밤을,그렇게 매일매일 언덕위로 올라가 그 아래로 보이는 마을의 풍경을 작은 스케치북 안에 담아왔다.그게 너무 좋았다.그 순간 옆에서 들려오는 김원식의 콧노래가,마침 불어오는 살랑이는 바람결이,사르르 흩날리는 잔디와 나뭇잎들이,너무 좋았다.나에게 있어 그 순간은,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시간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내가 갓 10살이 되던 생일날.어려운 형편에 그깟 그림이나 그려서 뭐에 쓰냐며,아빠는 내가 그동안 그려온 소중한 그림들을 모두 태워버렸다.그림이 아까워서 라기 보다는,그 안에 담겨있는 김원식과의 추억들이 모두 한줌 재가 되어 날아가 버리는게 너무 서러워서,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나와 김원식의 부모님들께서도 서로 친하신 탓에 금방 소식을 들은 김원식은,다음 해 나의 생일날부터 언제나 선물로 몰래 스케치북을 사 주었다.그리고 언제 한번은 크레파스를 사서 주었으며,또 언제 한번은 열심히 모은 용돈을 다 쏟아서 물감과 붓,팔레트,물통 따위를 사 주었었다.그런 아이였다.김원식은 그렇게나 바보였다.언제고 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보단 나를 위해서 무엇인들 하는 그런 아이.때로는 오빠같고 때로는 아빠같은 그런 아이. 

 

 

 

그런 김원식이 울었다. 

처음으로. 

 

무작정 달렸다.손에 들려있던 종이봉투는 어디엔가 떨어져,빈 손이 된 지 오래였다.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눈 앞에 언덕이 보였다.커다란 벚꽃나무를 향해 달려갔다. 

툭. 

투둑. 

낡은 운동화 위로 투명한 눈물이 떨어졌다.내가 왜 우는건지는 나도 몰랐다.벌게진 눈으로 억지로 웃어보이던 김원식의 그 얼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나무에 머리를 기대고 스르륵 자리에 앉았다.왜 운걸까.무슨 일이 있나?그럼 나에게 왜 말을 해주지 않았지?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처음으로 본 김원식의 우는 얼굴은,내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초라하고 훨씬 더 아팠다. 

 

 

 

"다녀왔습니다." 

 

파란색의 녹슨 대문이 끼이익 하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깜빡 잠이 들었던 건지,눈을 떴을 때 보이는 까만 하늘에 놀라서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왔다.집 안에 들어서면 들릴 엄마의 호통 소리를 조금이나마 덜 듣기 위해,두 귀를 막고서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내일 모래?세상에,어쩐다......아,마침 들어오네요.나중에 다시 연락할께요." 

 

거실 바닥에 앉아 통화를 하던 엄마가 나를 보더니 급하게 전화를 끊으셨다.몸을 일으켜서 나에게 다가오시길래,곧 있으면 쏟아질 잔소리들을 예상하고는 몸을 움츠렸다.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시고는 크게 한숨을 쉬며 나를 지나쳐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시는게 아닌가.어리둥절한 상황에 그저 눈만 꿈뻑이고 서 있었다.외가에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생긴건가 싶어,티비를 보고계신 아빠에게 무슨 일이냐 묻기위해 다가갔지만 아빠는 나를 보시고는 엄마처럼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실 뿐이었다.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정말 큰 일이 일어난 모양이었다.엄마는 마당에서 한참을 서성이시다 내가 잠자리에 누울때 쯤 들어오셨고,아빠는 다음날 아침일찍 어딘가에 다녀오셨다. 

 

 

 

꿈을꿨다.푸른 잔디로 뒤덮인 언덕 위엔 김원식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서 있었다.벚꽃나무를 등지고 선 김원식의 표정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따뜻했다.언덕 아래에 서서 김원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이상했다.아무리 김원식을 향해 달려도,낲으로 나아가지 않았다.고갤들어 바라본 김원식의 얼굴은 유난히도 화사했다.눈물이 났다.이를 악물고 달렸다.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다.결국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나를보며 웃고있는 김원식이,유난히도 화사하고 위태로워서,금방이라도 저 흩날리는 벚꽃잎들처럼 어딘가로 사르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엉엉 울면서 김원식을 향해 달렸다.손등으로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서 손을 내렸을 때, 

언덕위엔 벚꽃잎들만 사르르 휘날리고 있었다. 

 

 

 

유난히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뜨고 몸을 일으켰다.봄이라지만 아직은 조금 쌀쌀한 날씨에 언덕 위에서 잠을 잔 탓인지,몸이 으슬으슬 떨렸다.하지만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꿈속에서 본 김원식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았다.서둘러 겉옷을 챙겨입었다.서랍을 열어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챙겨들었다.운동화를 대충 구겨신고 무작정 대문을 나섰다.등 뒤로 나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다른 어떤 무엇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김원식. 

오직 그 세글자만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손에 든 스케치북을 하마터면 놓칠 뻔 했다.간신히 손에 힘을 주고는 달렸다.혹여 놓칠세라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품 안에 꼬옥 끌어안고 달렸다.저 멀리 청록색의 낡은 대문이 보였다.그때였다. 

 

"....어?" 

 

김원식네 집 대문앞에 막 다다를 때 였다.마법처럼 낡은 대문이 끼익 하는 녹슨 쇳소리를 내며 열렸다.그리고 그 자리엔 정말 마법처럼 김원식이 서 있었다.숨을 헐떡거리는 나를 본 김원식이 놀란 눈으로 한참을 서있다가 이내 푸흡,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왠일이야?이시간에 일어날 줄도 알고.나도 마침 너한테 가는 길이었," 

 

"언덕!" 

 

"....어?" 

 

제 말을 도중에 잘라먹고 외치는 나를 보며 김원식이 조금 당황한 듯 움찔했다.나도 저절로 튀어나온 말에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고개를 갸웃거리는 김원식을 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소중하게 품에 꼭 안고있던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김원식 앞에 들어보이며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 

 

"언덕 올라가자." 

 

"하여튼 못말려.이시간에 일어나서 우리집까지 달려와 한다는 소리가 고작,매일하는 그 소리냐." 

 

그래서,안갈꺼냐?부러 퉁명스럽게 말하곤 슬쩍 눈치를 보았다.김원식은 역시나 못이기는 척 하며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가자,언덕.눈을 맞춰오며 푸스스 웃어주는 김원식이 어젯밤 꿈과 겹쳐보여서 였을까,나도 모르게 맞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던 김원식이 살풋 미소를 짓고는 언덕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금방 언덕에 도착했다.벚꽃나무는 이른 시기인데도 분홍빛 꽃을 활짝 피운 채 서있었다.흩날리는 벚꽃잎들 아래에 선 김원식이 마치 어젯밤 꿈 처럼 위태로워 보였다.나무 아래에 앉아있는 김원식에게 다가갔다.평소같았으면 그 옆에 앉아서 언덕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 보았을 테지만,오늘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언덕 아래의 풍경을 등지고 김원식을 마주본 채 앉았다.김원식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눈앞의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할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피식 웃으며 김원식의 눈을 마주했다. 

 

"오늘의 모델은 너로 할래." 

 

"......어?" 

 

"그러고 보니,나 한번도 너를 그린적이 없었다." 

 

내 말에 그제서야 환하게 웃어보인다.따라서 씨익 미소지으며 크레파스 뚜껑을 열었다.열심히 김원식과 스케치북을 번갈아 보며 손을 움직였다.이렇게 가까이서 오랜시간 얼굴을 바라본 건 거의 처음이었다.김원식의 눈이 이렇게 쳐진 눈이던가?그 많던 볼살은 또 언제 다 사라졌나?순해보이던 그 눈썹이 언제 이렇게 남자답게 변했지?김원식의 눈,코,입,모든걸 머릿속에 하나하나 담으며 그림을 그렸다.고요한 언덕 위에는 언제나처럼 사르륵 하는 바람소리와 김원식의 콧노래만이 울려퍼졌다.한창을 열중해서 그리고 있는데 순간 김원식의 콧노래가 멈췄다.움직이던 손을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다.김원식이 빤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괜히 머쓱해져 황급히 고개를 떨궜다.귓가에는 사륵,사륵,잔디를 간질이는 바람소리만 들렸다. 

 

"조그맣던 게 언제 이렇게 커졌냐." 

 

"..너야말로." 

 

"그 작던 눈은 언제 이렇게 또렷해졌구." 

 

"....너도 마찬가지다." 

 

"또 그 부스스 하던 머리칼은 언제 이렇게 길어졌냐." 

 

"....새삼스럽다." 

 

한참동안 그렇게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김원식이 조심스레 손을 뻗어,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얼굴이 화끈거렸다.슬쩍 고개를 들어 마주한 녀석도,여유로운 척 하는 말투와는 다르게 양 뺨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내 말을 들은 김원식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속삭이듯 말했다. 

 

"새삼..스럽지." 

 

"....적응안된다." 

 

"..적응....안되지." 

 

"...." 

 

"어쩌면 그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것일테도," 

 

쓰다듬던 손을 조금 내려서 내 볼을 부드럽게 감싼 김원식이,어젯밤의 꿈처럼 위태로운 얼굴로 환하게 웃어보이고는 말을 이었다. 

 

"참,새삼스럽지." 

 

"...." 

 

"그만큼 우리는 서로한테 자연스러웠던가 보다." 

 

"...." 

 

"키가 커졌다는 말이," 

 

"...." 

 

"머리가 길어졌다는 그 말이," 

 

"....흡." 

 

"이렇게나 새삼스러운 말이던가." 

 

"흐윽,"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정말 꿈속에서 본 김원식처럼 마치 어디론가 가버릴 것 같아서,그렇게 가버리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것만 같아서,그래서 펑펑 울어버렸다.김원식은 어제 숨어서 몰래 지켜본 그 모습처럼 붉어진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나를 안아주었다.품안에 안겨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우는 나를 그저 말없이 안고 달래주었다.숨이 차올랐다.꺽꺽거리며 숨도 못쉬고 계속 울었다.김원식이 품안에서 나를 슬쩍 떼어내고 눈을 맞춰왔다. 

 

"울지마." 

 

"흐읍,끅," 

 

"울지마라." 

 

"흑," 

 

"괜찮아." 

 

"흐아아앙-" 

 

괜찮아.네 그 한마디가 뭐가 그리도 서러웠던가.나는 그 자리에 더 앉아있을 용기가 없어졌다.간신히 눌러 담으려던 울음이 네 '괜찮아.'한 마디에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다.나는 그만 벌떡 일어났다.당황한 네 얼굴이 보였지만,더는 그런 너를 볼 수 없었다.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다시 품에 안았다.무작정 언덕을 뛰어내려왔다.쉴세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소매로 대충 닦아내며 계속해서 달렸다.그렇게 언덕에서 조금 멀어졌을 때 쯔음,흘깃 뒤를 돌아보았다.너는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나를 바라 볼 뿐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손에 쥔 스케치북은 볼품없이 구겨져 있었다.네 얼굴을 그리다 만 그림은 여기저기 얼룩 져 있었다.크레파스 상자를 열어보니,언덕에 흘리고 온 건지 몇개가 비었다.또 다시 울음이 터져나왔다.네가 준 소중한 크레파스였다.가족들 모두가 내 꿈을 반대해도,저 혼자서라도 나를 응원해 주겠다는 무언의 메세지가 담긴 소중한 선물이었다.크레파스 상자를 품 안에 꼬옥 끌어안았다.그렇게 한참동안을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든 것 같다. 

 

 

 

또 다시 꿈을 꾸었다.무수히 흩날리는 벚꽃잎들 아래에 선 김원식은 이번에는 웃고있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울고있지도,화난 얼굴을 하고 있지도,슬픈 표정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그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언덕 위 김원식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천천히 손을 뻗어 김원식의 뺨을 쓸었다.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보인 김원식이,그제서야 환하게 웃어보였다.그리고 그 순간,김원식의 몸이 발끝부터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다급하게 어깨를 끌어당겨 안았다.사라지지 마.가버리지 마.제발.제발.사라지지 마.서럽게 울면서 소리치는 나를 살며시 떼어낸 김원식이,푸스스 미소지으며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안녕. 

한순간에 벚꽃잎이 되어버린 김원식이 바람에 날려 하늘에 흩뿌려졌다.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김원식이 서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벚꽃나무만 남겨져 있었다.눈앞에 서있는 벚꽃나무는 눈이 부시도록 화사했다.마치 김원식의 미소처럼. 

사르락 

귓가에는 살랑이는 바람소리만 맴돌았다. 

 

 

 

누군가 몸을 흔들었다.힘겹게 눈을 뜸과 동시에 양 뺨으로 뜨뜻한 액체가 흘러내렸다.눈물이었다.가득 고인 눈물로 인해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니 엄마가 보였다.슬픈 눈으로 미소지은 엄마가 나를 일으켰다.엄마가 조심스레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천천히 손을 펴 보았다.어제 언덕에서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크레파스였다.크레파스들은 볼품없이 조각나고 부러진 상태였다.멍한 얼굴로 부서진 크레파스를 바라보았다.엄마가 손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엄마가 말했다. 

 

"지금..원식이가 많이 아파." 

 

"......네?" 

 

"어릴 적 부터 원식이 자주 아팠던거,알지?" 

 

"...." 

 

"원식이가..태어날 때 부터 심장이 많이 약했대.그런데 괜찮다고 항상 참아왔는데.........그런데....너무 늦어서.." 

 

"...." 

 

"......치료받으러 서울로 가야한대.아무래도..여기서는 고칠 수 없으니까."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고개를 들어 엄마와 시선을 맞췄다.엄마의 두 눈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순간 머릿속으로 몇개의 기억의 조각들이 스쳐지나갔다.허약한 몸.잦은 잔병치례.가족들과의 휴가.처음으로 본 눈물.괜찮아.괜찮아.하염없이 속삭이던 너.꿈속에서 벚꽃잎이 되어 사라지던 너.멍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주먹 쥔 손을 펴,손바닥 위에 놓여있는 부서진 크레파스 조각을 바라보았다.네가 선물해 준 소중한 크레파스.그 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툭,투둑,떨어졌다. 

 

"원식이가....너한테는..말 안하고 가려했대.너 걱정할꺼 뻔히 다 아니까." 

 

"흐윽," 

 

"........그거 원식이가 너 전해주라고 주고 간 거야." 

 

"흡,끄윽," 

 

부서진 크레파스를 두 손에 꼬옥 쥐었다.머릿속에 네 모습이 그려졌다.내가 집으로 무작정 달려갔을 때,언덕위에 혼자남은 넌 분명 내가 미쳐 챙기지 못한 이 크레파스들을 열심히 두 손에 주워담았겠지.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황급히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 

 

"언제요?흐읍,언제 갔는데요!" 

 

"....방금 막 인사하고 갔어." 

 

"왜!!왜 안깨웠어!!!!" 

 

"......원식이가 너한테는 우는모습 보이기 싫다고 하더라.자기 웃는 얼굴만 기억해 달라고." 

 

엄마의 말이 끝나자 마자 손에 크레파스 조각을 꼭 쥔 채로 집을 나섰다.대충 구겨신고 나온 운동화가 달리는 도중에 벗겨졌다.맨발이 볼품없게 마구 꺾이고 뒤틀렸다.무작정 달렸다.발 밑이 뜨끈했다.분명 피가 흐르고 있을 터였다.찢어진 발바닥이 쓰라리고 아팠다.신경쓰지 않았다.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저 멀리 청록색 낡은 대문이 보였다. 

 

"김원식!!" 

 

남은 힘을 모두 쥐어짜서 소리질렀다.하지만 김원식이 타고있는 차는 이미 저 멀리 떠난 후였다.허망한 얼굴로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무릎이 흙길에 쓸려 찢어지는게 느껴졌다.서둘러 몸을 일으켰다.풀린 다리가 크게 기우뚱 했다.다시 철퍽 넘어졌다.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크레파스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미친듯이 언덕을 향해 달렸다.숨이 멎을듯한 고통,발바닥이 찢어지는 고통,발목 뼈가 이리저리 뒤틀리는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와 나를 괴롭혔다.아프지 않아.하나도 아프지 않아.원식아,넌 이따위 것 보다 훨씬 더 아팠지?미안해.미안해.몰라줘서 미안해. 

 

온몸에 힘이 빠져서 거의 기다시피 해 언덕을 올라갔다.저 멀리 네가 타고있는 차가 보였다.벚꽃나무 옆에 서서 무작정 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네가 보지 못해도 상관없었다.꿈속에서 네가 그랬던 것 처럼,눈물로 잔뜩 엉망이 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원식아." 

 

천천히 나무 기둥을 쓰다듬었다. 

 

"원식아." 

 

참았던 눈물이 결국 흘러내렸다. 

 

"보고싶어." 

 

끝내 너에게 전해주지 못했던 이 그림,이제서야 다 완성했어.나 지금 내가 하고싶었던 일 하면서 살고있다?부모님이 이제서야 허락해 주셨거든.정말 잘 됐지?오랜만에 와본 이 마을은 하나도 변한게 없네.여기 이 언덕도,이 나무도,저 아래 보이는 풍경도. 

 

쥐고있던 종이를 조심스레 폈다.가방에서 작은 통을 꺼냈다.뚜껑을 열고 그 안에있는 압정 하나를 꺼내서 나무에 조심스레 그림을 걸어두었다.천천히 손을 들어 그림을 쓸었다.그림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너는,어릴적 이 언덕에서 함께 저 풍경들을 바라보던 그때의 네 모습 그대로였다.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너를 바라보다 살며시 눈을 감았다. 

 

사르락 

 

살랑이는 바람이 벚꽃잎을 간질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언뜻,너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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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진짜 눈물이 글썽..ㅠ 작가님 문체가 예쁘면서도 아련하네요...ㅠ 원시기....ㅠㅠ 신알신 하고 갑니다!
10년 전
HARU
문체가 예쁘다니ㅠㅠ처음듣는 말입니다ㅠㅠㅠㅠ댓글,신알신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2
와진짜ㅠㅠㅠㅠ눈물나요ㅠㅠㅠ작가님되게 아련하게잘쓰세요ㅠㅠㅠ우이시기ㅠㅠㅠ신알신하고가여!!
10년 전
HARU
눈물나셨다니 제 계획이 성공했군요!!ㅋㅋㅋㅋ잘쓴다고 해주시니 기쁩니다ㅠㅠ신알신,댓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
헐......처음으로 하루님 글 보는데.... 헐....신알신하고가요....아 암호닉 받으시나요..?
10년 전
HARU
신알신,댓글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암호닉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답니다....♥
10년 전
독자4
저 코알라요!!!핳........
10년 전
HARU
코알라님 반갑습니다!이름 너무 귀여워욬ㅋㅋㅋㅋㅋㅋㅋㅋ암호닉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5
귀여우시다니..핳핳(부끄)앞으로 재밌는 글 기대할께요♥
10년 전
HARU
5에게
넵 열심히 쓰겠습니다♥

10년 전
독자6
원식아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글 진짜 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좋은글 기대할게요!
10년 전
HARU
ㅠㅠㅠㅠㅠㅠㅠㅠ부족한 글에 이런 칭찬 감사드립니다!기대에 부응하는 좋은 글 쓰도록 할께요♥
10년 전
독자7
아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ㅜ진짜 눈물이 나네요.....그래서 원식이는 어떻게된거죠...?
10년 전
HARU
원식이가 살아있었다면 직접 만나러 갔겠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시가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식아..흐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HARU
함께 울어드리겠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9
독방에서 링크 타고 왔어요... 으아 진짜ㅠㅠㅠㅠㅠㅠ 나 글 읽고 이렇게 운거 처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어본적은 많은데 이렇게 펖ㅇ펑운거 처음이에요ㅠㅠㅠㅠ 아 진짜 김원식 이 멍청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쁜자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HARU
링크요??아ㅏ그것보다 울지마세요ㅠㅠ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원식이 이 바보ㅠㅠㅠㅠㅠ사실 쓰면서 저도 훌쩍거린건 안비밀입니다ㅠㅠㅠㅠㅠㅠ흐엉ㅇ어ㅓ유ㅠㅠㅠㅠㅠ펑펑우셨다니 저때문에 내일 눈 부으시는거 아닌지..!!ㅠㅠ댓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11
빇독방에서 엉엉 울면서 읽은 픽 있냐고 하니까 작가님 글 링크걸어준 글이 있었어요!! 내일 졸업하는데 눈 부으면 안되는뎅ㅇ ㅠㅠㅠㅠ 안부을거에요 ㅋㅋㅋㅋㅋ 작가님도 예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HARU
우..우와.........ㅠㅠㅠㅠㅠㅠ나주제에 와우ㅠㅠㅠㅠㅠㅠ졸업하시는군요!축하합니다(?)ㅋㅋㅋㅋ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욬ㅋㅋㅋㅋㅋㅋ감사하다뇨 좋아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10
독방 링크타고 왔다가 오열하고가요ㅠㅠ아 진짜 많이 울었어요 원식아
10년 전
HARU
함께 오열해드릴께요ㅠㅠㅠㅠ엉어ㅓ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12
헐...봄날처럼 부드럽고 아련하네요 ㅠㅠ 원시가 어딧니 ㅠㅠ
10년 전
HARU
으아 되게 예쁜 표현이에요!!ㅠㅠ원시기는..........흡....☆★ㅠㅠㅠㅠㅠㅠ예쁜 댓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HARU
(고급 티슈를 뽑아 건넨다)ㅠㅠㅠㅠ울지마세요 독자님ㅠㅠㅠㅠㅠㅠㅠ아련하다는 표현 개인적으로 사랑하는데 감사합니다ㅠㅠ댓글도 감사드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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