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이었다.
칼이 내 피부를 긋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짙은 웃음을 짓는 너를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나를 찾아오는 고통에 인상을 찡그려야 했다. 너는 내가 항상 부르던 지용이 형이 아니었다. …분명 저 얼굴은 내가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권지용인데. 밤마다 내 이름을 부르던 그 권지용이 맞는데. 나를 의자에 묶어둔 채 내게 상처를 내며 웃고 있는 사람은, 내가 사랑한 권지용이 아니었다.
재밌어요…? 형, 이것 좀 풀어줘요….
시끄러워.
형…,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이번에는 볼이었다. 쓰라림과 함께 피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행복해요? …내가, 내가 이렇게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게, 행복해요? 조용한 방 안에 너의 웃는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크하하! 흐른 피가 입술에 스며들어와 씁쓸한 맛이 입 안에 퍼진다.
…형.
푸흐흑, 크하학!
형…….
…그런 형도 싫지 않은 내가 잘못 한 걸까요.
*
정말 말그대로 짧은 조각글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