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쓰는 편지
w. delight
1.
준면이 형, 아니 준면아. 네가 이 글을 볼 때 쯤이면 난 아마 네 곁에 없겠지?
넌 유난히 깜빡거리는 일도 잦고, 덤벙거리는 일도 잦아서 이 편지 찾는 데도 오래 걸렸을 거야 분명. 내 생각이 맞으면 이 편지 읽을 때 웃으면서 읽기, 약속.
이 편지를 쓴다고 한 건 내 마음이 아니라 너가 원해서 쓴 게 절반인거 알아? 너가 드라마 보는 거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이 아파서 병실에 있는 몇 달 동안 하루도 빠
짐없이 편지를 써서 남자 주인공이 퇴원하는 날 전해주는 내용이 있었잖아, 넌 그거 보면서 나도 저런거 받고 싶다.. 이렇게 말 했었고.
또 널 엄청 좋아하고 사랑하는 나는 너가 원하는데 또 안 해줄 수가 없으니까 악필인 못난 손 움직여서 이렇게 편지 쓰고 있고.
어버이 날에도 부모님한테 편지 한 번 써드린 적 없었는데 너한테 처음으로 편지를 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정말.
지금 이거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옆 방에서 곤히 자고 있을 너가 너무 보고 싶네. 밖에서 천둥 친다고 방금 불쑥 내 방으로 쳐 들어온 너 때문에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몰라.
이거 너 몰래 쓰는 거라서 넌 절대로 알면 안 되는거야. 솔직히 너랑 알고 지내고, 서로 마음을 확인한 후 서로 반 쪽이나 다름 없이 지내온 7년이 넘어가는 세월 동안 너에게
제대로 사랑한다, 좋아한다 표현도 한 번 못 해준 것 같아서 늘 미안했는데 이런 내 성격 알고 자기도 부끄럽고 그랬을텐데 먼저 다가와 준 네가 얼마나 고마웠던지.
내 성격이 그다지 강하고 그런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너 앞에선 항상 멀쩡한 척, 강한 척만 해서 네가 날 너무 큰 존재로 볼 땐 정말 민망했어. 나 사실 알고보면 진짜 찌질하
고 소심함의 절정이야. 너한테 김치찌개 해준다고 나대다가 손 베었을 때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면서 무심하게 입으로 손가락을 넣었는데 그때 완전 아팠어.
때 아니게 내 속 사정 고백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네.
내가 네 곁을 떠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 떠나야 하는 날 까지 길게는 못 써주겠지만 짧게라도 편지 써놓고 가려고.
그러고 나선 집 구석 구석에 꽁꽁 숨겨 놓을 거야. 내가 남겨 놓고 갈 이 편지들을 하나 하나 찾아가면서 날 기억해줬으면 해. 너무 큰 바램인가?
네가 안 찾아도 민석이한테 다 말해 놓고 갈거라서 김민석 억지로라도 이 편지들을 다 찾아서 읽어야 할 거야.
어이고, 또 천둥 치네.. 방금 너 겨우 재워놓고 나왔는데 또 깨서 나 없다고 찾아오기 전에 어서 다시 들어 가야 겠다.
준면아, 난 네가 늘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뻘글이네요..죄송해요.. |
새벽에 노래 듣다가 갑자기 감성 돋아서 쓴 뻘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짧게 짧게 써 나갈 것 같아요. 준면이 앞에 비어있는 공간은 읽어주시는 분들이 추리 해 보시라고 만들어 봤어요. 읽어주시는 분이 있으실까도 의문이네요... 제 뻘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