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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쎄 세자 전하께서는 궁에 계신다니까.”
“자네 말을 내 어찌 믿을 수 있는가 요새 통 보이시질 않으시니”
“단지 옥체가 고단하시여 쉬고 계시다 내 그리 이르지 않았는가.”
"어째 갈수록..."
"아니! 내 말을 믿지 못 하겠다는 건가?"
한참 꽃샘추위가 계속 될 거라는 한 관측자의 말과는 달리 궐 안은 눈이 부실 정도로 볕이 쬐여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대신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녹색 빛의 옷을 갖춰 입은 한 남성이 쩔쩔매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한 대신이 그 모습을 보고 의심을 거두지 못하며 한마디 거든다.
"그러하면 김무관은 어찌하여 보이지 않는 것이야?"
"그..그야 세자전하를 지켜야 하는 몸이니 그렇지"
'저저 최내관 쩔쩔매는 표정 좀 보게' '저러니 믿으려 해도 믿지 못 할 수 밖에' 대신들이 다시 한 번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당황한 최내관이 꽁무니를 뺀다
“아..아무튼 난 이만 가봐야겠네 큼..해야 할 일이 많아.”
“이봐!”
'거 참.. 세자 전하의 수발을 드는 자 아닌가?' '그러게 전하께서는 쉬고 계시다 하였잖는가 할 일이 많다니..' 에헤이.. 대신들이 혀를 끌끌 차며 일제히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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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어찌되었어?”
“대강 둘러대어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짙은 눈썹에 크고 선명하여 맑은 눈이 순식간에 휘어진다. 그리곤 꺄르르꺄르르 숨이 넘어갈 듯 웃어재낀다. 녹색의 옷을 입은 남성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직도 떨리는 심장을 안정시키려 숨을 고르고 있었다.
“최 내관! 나 같았으면 자네의 말을 믿지 않았을 거야.”
“전하께서 그 당시의 소인이셨다고 생각해보셔요. 소인은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여요.”
“하하 아참! 종인이는 아직인가?”
"김무관은 얼굴만 내비치우고 해가 떨어지거든 오겠다 하였사옵니다."
'어여 해가 떨어졌으면 좋으련만.." 그리 생각하며 경수는 문밖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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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들어와”
흑색의 도포를 입고 왼편에 검을 찬 사내가 방으로 들어섰다. 경수의 낯이 밝아진다.
“종인아”
"예 전하"
"그리 부르지 말래도"
"허나..."
"듣는 귀는 여기 이 귀 뿐이란 말이야~"
종인이 망설이다 결국 포기한듯 목소리를 낮춘다.
"다들 의심하는 눈치야"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어."
"언른 입궐하자 이러다간 주상전하께서 경을 치실 것이야"
"아바마마께 들키기 전에는 서둘러야지 하지만.."
경수가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의아해하며 경수를 살펴보던 종인은 경수의 벌개진 귀끝을 보고 쓸쩍 웃는다.
"하지만?"
"너랑..."
"나랑? 무엇을?"
"같이 이..있고 싶단 말이야"
'아 이런 말을 뱉어버리다니...' 경수는 부끄러워 종인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을 대굴대굴 굴리고 있다. 그에 비해 여유로운 종인은 경수의 몸짓 하나하나를 뚫을 듯이 쳐다보며 흐흥하며 웃음을 흘린다.
"웃지마아.."
"좋아서 웃지."
"..."
"경수야"
드디어 경수가 고개를 든다.
"응?"
'헙' 경수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고 그 큰 눈이 더욱 더 커다래진다. 둘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종인이 살짝 입맞추고 떨어진다.
"더 깊은건 나중에 해줄 것이야. 어때?"
"아.."
"세자께서는 궐에 들어가실 거십니까?"
"자..잠깐!"
"들어가실까요?"
"아...그래 들어가 들어가 들어간다구"
허허. 종인이 흐뭇하게 웃으며 내일 당장이라도 입궐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종인 또한 더한 것을 하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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