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아, 좋아해]
[널 처음봤을때부터 좋아했어, 9살때부터 네가 좋았어.]
[장난 아니야.]
또 꿈을 꿨다. 며칠전 재환이의 고백을 거절했다. 그저 친한친구로 생각했던 재환이의 진지한 고백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재환이의 고백을 받기가 싫었다, 그렇다고 재환이가 싫은것도 아니었다. 재환이가 너무 좋았고 또 내가 너무 아끼는 사람인데, 재환이의 고백을 받으면 사겨야 하니까, 단지 그게 싫었다, 사귀면 또 그 뒤에는 헤어짐이 있으니까 단지 그 이유였다. 친구사이였을때는 서로 곁에 남아주면서 지낼수있지만, 연인이 헤어지면 다시는 안보니까, 못 볼수도있으니까, 재환이를 영영 못볼까봐 그게 싫었다.
'친구로 지내면 안돼?'
[김별빛….]
'나는 너랑 친구로 계속 지내고싶어'
[친구는 싫어]
재환이의 상처받은 눈빛이 생각났다, 그런 눈빛을 해야하는 사람은 재환이가 아니라 나였어야했다, 꼭 믿었던 친구를 잃어버린것처럼, 나는 재환이를 잃어버린것만 같았다. 눈을 느릿히 감았다 뜨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점심시간이 끝난건지 학교 특유의 종소리가 들렸고, 밥을 먹고 온 짝인 홍빈이가 친구들이랑 축구를 하고 온건지, 땀을 뻘뻘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
"일어났냐, 밥도 안먹고, 이거 받아."
"뭐냐, 누나 밥 안먹어서 걱정했냐"
"아니, 이재환이 너 주라는데, 야 너 이재환한테 화난거있어? 왠만하면 봐주라, 저새끼 하루종일 니 눈치 보는거같더만."
"…."
"저새끼 너한테 죽고 못사는거 알면서, 너무 매정하게 굴지마 인마."
홍빈이의 홍침을 듣고는 의아하게 재환이 자리를 쳐다보니, 재환이가 나를 무심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고는 고개를 돌렸다. 재환이가 나를 피하는건 재환이 입장에서 당연한건데 이상하게 왜 기분이 상하고 섭섭한지, 무슨 심보인지는 몰라도 재환이가 나에게 준 빵을 책상 서랍에 쑤셔 박고는 재환이를 한번 노려봤다. 먹고싶지않았다. 배고픔을 참고는 책상위에 엎드려 눈을 감는데, 홍빈이가 나를 따라 책상위로 엎드리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뭐 인마."
"왜그래, 너답지않게."
"내가 뭘."
"너 이상해, 원래 재환이가 먹을거 주면 금방 풀리지않았어?"
"내가 돼지냐, 먹을껄로 풀리게?"
"돼지, 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잘먹잖아, 오늘따라 진짜 이상하단말이야?"
뭐가 그렇게 이상한지, 이상하다는 말만 번복하는 이홍빈을 외면한채 고개를 돌려 창가만 바라보니, 이홍빈이 뒤에서 내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왜그러냐며 말을 걸어온다. 아, 이자식이 진짜 좀 놔두지 안그래도 심란한데, 홍빈이의 치댐에 인상을 잔뜩 구긴채 고개를 들어 홍빈이를 쳐다보니, 홍빈이는 내 머리에 딱밤을 아프지않게 놓으며 말을 한다. 이재환이 너한테 고백이라도 했냐. 무심한듯 말하는 홍빈이의 말에 순간 내 동공이 흔들림을 느꼈다. 놀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홍빈이를 빤히 쳐다보니 홍빈이는 드디어 고백 했구만, 이라며 뭐가 뿌듯한지 저 혼자 고개를 끄덕거리며 웃어댄다.
"잘됐네."
"뭐가 잘돼, 친구 하나 잃게 생겼는데."
"대신 애인이 생기는거잖아."
"그건 싫어, 헤어질수도 있는거잖아."
"…."
왜 헤어질생각부터해, 안헤어지면 되는거지. 홍빈이의 말에 애꿏은 책상만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괴롭혔다. 안헤어지는게 말처럼 쉽나, 사람은 누구나 다 헤어지게 되있는건데. 홍빈이를 흘끔 노려보고는, 다시 책상에 엎드리니 홍빈이는 내 머리를 여전히 쓰담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남녀 사이엔 친구라는게 없어 별빛아, 너도 지금 그걸 경험하고 있잖아."
"…."
"재환이 잃기싫은 네 마음은 알겠는데, 지금 네 행동이 재환이를 잃게하고있어."
"…."
"다시 한번 생각해봐, 별빛아, 나는 너랑 재환이랑 잘됐으면 좋겠어."
지금 내 행동이 재환이를 잃게한다는 홍빈이의 말에 두 귀를 막으려 애썼다. 홍빈이는 내 마음을 이해를 못했다. 홍빈이를 애써 무시하며 학교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떡해야할지 몰랐다 그냥 울고싶었다. 어린애같은 행동인줄 알면서도 그냥 나를 이해 못해주는 홍빈이가 원망스러웠다. 하루종일 우울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려고 가방을 메는데 앞문에 서있는 재환이가 보였다. 재환이를 무심하게 보고는 뒷문으로 나가니 재환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온다.
"집 같이가."
"싫어."
"할얘기가 있어서 그래."
"친구 싫다며, 나는 할얘기없어."
"별빛아."
잘가. 내 이름을 부르는 재환이의 목소리를 무시했다.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나서고, 휑한 운동장을 보다가 집에 가기 싫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짜피 집가는길에도 이재환을 마주칠수있으니까, 오늘은 집 늦게가자. 라고 생각하고는 천천히 집에서 먼 방향으로 뱅 돌아가려는데, 뭐 저렇게 커플들이 많은지, 우울한 내 마음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어짜피 다 헤어질거면서 저렇게 행복한척은. 혼자 중얼거리며 귓가에 이어폰을 꽂고는 노래를 들었다. 귓가에 들리는 노래는 달달한노래와 사랑노래가 가득했다.
"짜증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