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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연극

w. 아스피린



 손에 쥐어진 볼펜이 뜨끈했다. 아직도 열심히 하네. 한쪽 귀로 들려지는 타인의 소리에 치우치지 않고 그저 열심히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기 바빴다. 창 밖에서부터 쏟아지는 더위에 지친 손이 점점 퇴화하듯 제 역할을 이루지 못하기 시작했다. 더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자 미련 남아 들고 있던 펜을 잠시 내려두었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에 몸을 맡겼다. 정신없이 따가운 햇빛에 취했다. 점차 노곤해지는 몸을 차가운 손이 일깨우기 시작해 무거웠던 눈꺼풀이 서서히 들려졌다. 



 "경수야"



 대답이 없던 경수를 두고 그는 재촉하듯이 이름을 불렀다. 경수는 약간의 몽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돌아오는 답 없이 묵묵히 쳐다보기만 하는 경수를 씨익 웃으며 반기는 그의 표정은 한 없이 올곧았다. 곧이어 차가운 손이 경수의 볼을 지긋이 눌렀다. 하지만, 차가운 느낌과 눌려지는 손길이 경수의 볼에서 일궈내지 않았다. 그만 가, 종 쳤어. 나지막히 들려지는 그의 목소리, 볼륨이 줄어들었다. 그제서야 경수는 깨달았다. 

 잠에서 깨 뜨거운 책상에 곤히 얹혀있던 얼굴을 들자 쥐도새도 없이 옆에 앉아있던 찬열이 경수를 반겼다. 잠꾸러기야, 좀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 들뜬 목소리가 적막했던 교실 안에서 울려퍼졌다. 갑작스러운 소음에 금방 잠에서 깬 경수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시끄러운 찬열을 보자마자 인상을 죽이는 경수에 그는 책상 위에 올려놨던 두 개의 시원한 음료캔 중 하나를 경수의 볼에 눌렀다. 보기만 해도 뜨겁네, 아주. 찬열이 실실 웃으며 멍하게 볼에서 부터 느껴지는 차가움을 만끽하는 경수를 바라보았다.



 "너 말이야, 너."

 "응?"



 경수는 웃고 있던 찬열을 뜬금없이 불러세웠다. 그러자 곧 웃음끼를 지운 찬열이 재빨리 되묻고 나서야 경수는 멋대로 튀어나간 말에 입을 가리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아, 아니야. 그렇게 짧은 추궁이 끊어졌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경수는 찬열에 의해 볼이 무척이나 차가워진 볼을 툭 제 손으로 친 경수는 멍청하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펜을 줍기 시작했다. 찬열이가 언제 왔지. 주우면서 굽혀진 등을 찬열에게 보이고 그의 등장을 예기치 못했던 것을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찬열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진 연습장에 그려진 실루엣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야. 단말마 이루어진 경수의 비명에 찬열은 쏠렸던 시선이 책상 서랍에 부딪힌 경수의 머리로 내려졌다. 어이고, 멍충이. 괜찮아? 연달아 오는 걱정에 경수는 혹이라도 생긴 듯 아픔이 올라오는 뒷머리를 인상을 구긴 채 만졌다. 



 "괜찮아."

 "조심 좀 해라, 도경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퍼질러 자고있지를 않나."

 "미안, 미안. 근데 너는 오늘 먼저 가야 된다며, 왜 집에 안 가고?"



 의문형으로 끝난 경수의 짧은 문장에 찬열은 갑자기 생각난 듯 번뜩 동공의 색이 바뀌었다. 아, 맞다. 나 이따 진석이랑 농구 하러 갈 거였는데. 빠르고 둔탁한 찬열의 목소리에 드디어 완전히 정신이 깨어났다. 그런 경수는 스리슬쩍 미소를 짓고 손에 들린 펜을 필통에 넣었다. 으, 좆됐다. 잔뜩 구겨진 찬열의 표정이 매우 성급해 보였다. 얼른 가, 화났겠다. 경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충 말하고 연습장과 필통을 제법 커보이는 가방 안으로 조심히 넣어두었다. 그리고 뜨끈한 책상 위에 놓여져 녹아 물기로 번질거리는 음료캔을 들어 찬열에게 물었다.



 "이건 센스?"

 "내가 언제 보너스 안 넣어주는 거 봤냐?"



 이야, 방금 좀 웃겼다? 경수가 농담조로 내뱉자 찬열이 익살스럽게 웃고 경수의 어깨를 툭 쳤다. 살짝 밀려진 경수는 오버스럽게 아픈 척을 하다가 은근한 시선으로 찬열을 째려보자 찬열이 킥킥대며 자신의 것인 음료캔 하나를 들었다. 그럼 오늘은 미안하고, 나 먼저 갈게. 조심히 가라! 손목 위에 둘러진 시계를 보던 찬열이 뒤늦게 소르치듯 말하고 빠르게 발걸음을 돌려 교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경수는 어물쩡 문 밖을 바라보다가 책상 옆 고리에 걸쳐져 있는 가방을 메고 뒤이어 조용한 교실을 나섰다.






그림자 연극 1

w. 아스피린



 한 여름이라 그나마 부는 바람도 뜨거운 바람이었다. 한적한 길거리에서 온몸을 감싸는 매서운 햇빛이 이마에 땀을 줄줄 흐르게 만들었다. 경수는 땀에 젖어 끈적한 이마와 볼을 한 손으로 쓸고 미지근해진 음료캔을 꽉 부여잡았다. 덥다. 무의식에 속마음이 흘러나왔다. 발걸음을 조금 빠르게 했다. 그와중에 정신은 몽롱해지고 나름 빠르다시피 했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뒤따라 들려오는 소리가 귓고막을 타고 들어왔기 때문에 발을 계속해서 뗄 수가 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멈춰 그대로 자리에서 선 경수는 역시나 똑같이 멈춰지는 소리에 직감했다. 또 왔구나, 너가.

 미지근했던 캔이 슬슬 손의 온도와 똑같아지려고 할 즈음 경수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 확인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했다. 아까 전 자신의 볼을 만지며 따뜻하게 말해주는 그가 똑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다른 눈빛을 띄운다. 괜스레 빈 속이 꼬여졌다. 경수는 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운을 떼웠다.



 "안녕."

 "……."

 "백현아."

 "……."

 "많이 덥구나."

 "……."



 움직이지 않던 발걸음이 신기하게 떼워졌다. 경수가 뜨거운 열기로 후끈한 아스팔트를 거닐고 백현에게 다가서자 그는 마치 로봇처럼 경수가 다가온 만큼 뒤로 물러났다. 그제서야 우뚝 제자리에 서게 된 경수는 몇 초간 경직된 듯 하다가 백현에게 자기암시를 걸 듯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어줘, 너는 움직이면 안 돼. 이거는 들어줄 수 있잖아. 경수는 아랫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그리고 이마에서 급하게 흘려내려오는 땀방울을 대강 손등으로 닦아낸 뒤 백현에게 차츰 다가섰다. 나사 하나 빠진 사람처럼 초점 없이 서있는 백현의 모습이 경수에겐 기분이 나빴다. 들고있던 음료캔을 그의 눈 앞에 보여줬다.



 "마실래?"

 "……."



 힘겹게 건넨 한 마디에도 백현은 끝까지 반응이 없었다. 익숙한 듯 경수는 아무렇지 않게 음료캔을 따고 가만히 서있는 백현에게 내밀었다. 역시나 받지 않았다.



 "마셔."

 "……."

 "마시게 해줄까?"

 "……."

 "알았어, 자."



 경수는 백현의 앞으로 음료수를 천천히 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현은 아무렇지 않아보이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쏟아진 음료수는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부식될 것만 같았다. 백현의 표정 역시 공기 속으로 부식될 것만 같이 일정했다. 음료캔이 젖은 아스팔트 위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떨궈졌다. 경수는 참담해진 기분으로 뒤돌아섰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속은 아까보다 몇 배는 더 꼬여졌고 비틀렸다. 원인을 제공한 백현의 눈은 초점이 없어보였지만 경수를 여전히 좇았다. 경수는 그런 일방적인 행동이 싫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이 실험 역시 지긋지긋 했다. 하지만 내칠 수는 없었다. 함부로 내치면 다시는 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뒤돌아선 채 그대로 백현에게 멀어지려 갈 곳을 향해 발을 뻗었다. 백현 역시 나른한 표정과 모습으로 경수의 뒤를 따랐다.



 "따라오지마."

 "……."



 경수의 단도직입적인 말에도 백현은 표정 변화 없이 경수의 뒤를 묵묵히 지켰다.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아는 거다. 그리고 경수 본인 역시 알고있기에 마냥 몰아부칠 수도 없었다. 경수는 비틀린 속이 점점 답답해짐을 느꼈다. 진심으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는 게 화가 났다. 매번 같은 패턴을 이루고, 같은 실험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해도 항상 일관된 백현은 로봇 같았다. 경수는 제 목을 꽉 조이는 교복 넥타이를 조금 풀렀다. 후련할 줄 알았던 숨통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바삐 했던 걸음을 또 다시 멈춘 뒤 경수는 우뚝 섰다. 그러자 백현도 경수와 같이 멈춰섰다. 경수는 다시 그의 앞으로 다가가 옆에 서보았다. 백현의 뒤로부터 후광이 경수의 눈을 덮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뒤에 오도카니 서있는 뜨거운 햇빛은 경수와 백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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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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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백현이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네요. 경수를 깨울때도 그렇고 뒤따라올때도 그렇고 백현이가 원래 없는사람인거 같아요.
아 비지엠이랑도 되게 잘 어울리네요ㅠㅠ 담편도 빨리보고싶어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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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 ㅠㅠㅠ 뭐지 뭔가 아련아련.. 암호닉 떡덕후로 신청할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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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련아련 아스로암호닉신청할게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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