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 뭐, 뭐라는거에요. "
뭐야, 괜히 설레게하고 자빠졌어. 찬열의 말에 깜짝 놀라서는 황급히 그네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꽃밭에 가서 꽃을 보는척 서성서성.
그러다가 잠깐 잘생긴 얼굴봤다가. 아, 행복해라.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는건가? 저런 오글거리는 멘트를 들으면서 이런 좋은 장소에서! 공부도 안하, 아 원래 안하고.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저 멀리서 여전히 아련히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저 남자라고 해야할까.
눈빛 살해 당할듯. 살려줘요!
아, 맞아. 아까부터 유난히 정원밖이 밝다했더니 찬열 덕분이었다. 이 정원은 찬열의 힘으로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듯했다. 아, 물론 찬열이 있을때에만. 찬열이 있지 않을 때에는 밤 낮의 구별이 정확하다고 했다. 이 사람, 대단한데?
" 아, 근데. 여기에서만 낮인걸로 보이는게 아닐까요? 밖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을텐데. "
순간 걱정이 되어서 물으니
" 아니, 여기있는 동안에는 밖에 시간이 아예 멈추는거야. 안에 있던 사람한테만. "
" 아, 그래요? "
여차저차해서 신명나게 놀다가 비좁은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니 밖은 밤이 되어있었다.
" 뭐에요? 시간이 멈춘다면서, 완전 밤이네. "
거짓말한거야? 못마땅한 눈으로 찬열을 쳐다보니 찬열은 남자를 데려다주고 말하자고 했다. 그 남자, 왠지 찬열과 이야기하는걸 계속 째려볼것 같기도 하고 해서 그러는 쪽이 마음이 더 편할것 같아 순순히 알겠다고 했다.
남자는 더 있어도 되는데 보낸다며 찡찡댔다. 찬열은 그런 남자를 가볍게 무시하며 등을 떠밀었고, 남자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순순히 들어갔다.
찬열은 금방 나왔고 우울해보였다. 이유를 알수 없는 나는 그저 위로해줄 생각에 언덕에 걸터앉아 옆자리를 팡팡 쳐댔다. 찬열은 그제야 씩 웃어보이며 옆자리에 안착했다.
" 왜 그런 표정이에요? "
" 그냥, 조금 답답해서. "
" 조금 답답한 표정이 아닌데요? 고민 있으면 말해요. "
" 맞아, 조금이 아니라 많이지. 아직은 말하기 좀 그래. "
" 아아, 그렇구나. 그러면 굳이 말안해도 돼고. "
" 헐, 어떻게 한번 튕겼다고 바로 받아들이냐. "
찬열과 대화를 나누며 티격태격할 동안 밤의 색깔은 점점 더 짙어지지 않았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고서는 호들갑을 떨었다. 원래 내 통금은 12시까지. 그런데 뭐야 헐.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게 11시 40분이란 말입니까. 정녕 11시 40분이라는 말입니까.
실성한 듯 웃는 나를 보며 찬열은 걱정했다. 미친거냐고.
개새끼.
찬열은 사정을 알고선 걱정말라며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을 하고선 과자집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까 그 찡찡대던 사람을 데려와선 (엄청 어색해 죽는줄 알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더니 아까 그 찡찡남은 나를 다시 째려봤다. 그리고선 내게 다가와선 눈을 감으라고 했다.
" 잘가! "
찬열은 내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됐다. 설명을 해달라고! 찬열은 멍하게 서있는 나를 보고는 팔목을 잡아 자신에게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 이건 뭐지, 이 이상한 사람은 뭐지.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길래 눈을 떠보니 내 방 안이었다. 침대 위 난 편안하게 누워있었다. 뭐지, 이건 진짜 꿈이었나. 갑자기 피로감이 느껴져서 옆으로 누워 자려는, 헐.
헐. 으악.
내 앞에 왜 찬열의 얼굴이 보이죠?
글쎄, 나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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