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적응
Written by.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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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훈아, 형 안 볼꺼야?"
장애학교, 쉬이 말하듯 태연학교라 불리우는 이 곳에서 일하는 루한은 가엾은 여럿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병을 고쳐주는데 매일 힘을쓴다. 자신의 담당인 아이들 중 고쳐나간 아이들이 있어 기뻐했지만 잠시 쉴 기간쯔음 다시 들어오는 아이들에 의해 피곤함이 쌓여가지만 인상을 찌푸릴수는 없을터. 매일을 웃어보이며 아이들의 농담과 장난을 받아쳐주고있었다, 몇일전 들어온 세훈은 사회부적응이었다. 사람들과 말을 섞지않고 사람들이 있는곳을 싫어하고 눈에 띄는것과 시끄러운것을 싫어하는 한마디로 외톨이형 대인기피증과 비슷한 병이었다. 매일 보면 환히 웃어주고 인사를 건네고 말을 걸어보았지만 눈길만 흘끗 줄뿐 대답은 없었다.
" 세훈아… 형 좀 봐줘,응??"
제 옆에 앉아 말없이 글을 끄적이는 세훈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첫날부터 항상 책상에 앉아 뭘 그리 열심히 적나 쳐다보면 항상 공책을 덮어버리곤 자리를 떠났다. 세훈은 자신의 물건을 만지는것을 싫어하기때문에 공책에 손을 댈수도 없어 항상 궁금증에 시달렸지만 오늘은 저도 안보고 다른날보다 심란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뭔가를 적어가고있었다. 세훈의 팔틈사이로 보이는것은 가사, 노래 가사였다.
「모두들 잠든 새벽 세시 나는 옥상에 올라왔죠
하얀색 십자가 붉은빛 십자가 우리 학교가 보여요
조용한 교정이, 어두운 교실이 엄마, 미안해요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어ㅇ..」
세훈이 가사를 끄적이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걸까. 낙화, 사회부적응과 관련된 노래인것만같아 계속 머리에 떠올리다 문득 생각난 문장을 뇌리를 거쳐가지않고 바로 입으로 보내어 세훈에게 전했다. 형이 세훈이 곁에 있어줄까? 처음으로 세훈이 저와 눈을 마주쳤다. 말없이 곁에 있어달라는듯 공허한 눈동자속에 제가 비치는것을 보고 소름이 끼쳤지만 다시 한번 세훈에게 내가, 곁에 있어도될까? 하고 물었다.
" 거짓말.?"
거짓말 도대체 뭐가 거짓말이라는 걸까. 처음으로 제게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단어였다는게 안타까웠다. 저런 아이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만큼 바닥으로 떨어져 가슴이 찢겨있는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뭘 원하냐는듯 저를 쳐다보는 세훈에게 형이 세훈이한테 거짓말한거야? 무슨 거짓말한건데? 하고 물었지만 한참을 대답않고 공책에 뭔가를 길게 적더니 이번엔 공책을 덮지않고 저와 눈을 한번 마주치고는 교실을 빠져나갔다.
어차피 원하는걸 말해도 떠날거면서.
한번도 이 학교 학생이나,선생님들과 말을 섞지않은 아이였다. 그 첫마디가 저라는것에 대해 기뻤고 그리고 원하는것이 뭔지에 대한 궁금증이 또 생겨버렸다. 저 아이는 제게 하나를 알려주고 하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아이였다, 세훈아… 세훈아… 늦은 저녁이 됬을때도 세훈이 돌아오질 않았다. 기숙사생활이라 밤에 학생들이 자고있는지 확인하던 루한이 세훈의 침대가 비어버린것을 보고 학교 안과 동네 근처를 돌아다녔지만 보이질않았다. 어디갔니,어디갔어 세훈아… 자신이 누구보다도 먼저 고쳐주고 싶은 학생이었고 제 관심대상이자 제가 처음으로 동성적 연애를 생각해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제 눈 앞에 없으니 답답한것은 당연한것이고 걱정보단 그 후의 우려가 점점 커져만 갔다. 하는수없이 혹시라도 지금쯤 방에 돌아와있을까 싶어 다시 학교로 돌아가 기숙사로 들어서자 문앞에서 열쇠를 끼워넣는 세훈이 보였다.
"세훈아. "
세훈이 열쇠를 끼워넣고 반쯤 돌리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피곤한건지 풀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게 안쓰러워 세훈의 앞에 서자 말없이 제 눈을 쳐다보는 세훈에게 어디갔다왔어, 걱정했잖아. 하며 세훈의 어깨를 잡았고 살짝 떨리는 눈동자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며 매일 갖고다니는 볼펜을 꺼내어 루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루한의 손등에 뭔가를 적는 세훈을 보며 꽤나 귀엽다. 하고 느낀 루한이 소리나지않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리고 다 적은건지 달칵 소리를 내며 볼펜심을 떼어놓은 세훈이 다시?주머니에 넣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뭘까 싶어 손등을 내려다보자 반듯한 글씨로 써져있는 꽤나 긴 문장을 보고 놀랐다.
「 선생님은,날 좋아해줄수 있어요? 저 지금 선생님한테 기대하고있어요.」
루한이 교무실로 돌아가 종이를 꺼내어 볼펜으로 빠르게 뭔가를 적어가더니 다시 기숙사쪽으로 향해 세훈의 방 앞에 서선 문틈 사이로 접어 끼워넣었다. 내일쯤이면 다시 저와 눈을 마주치며 뭔가를 적어갈 세훈이 머릿속에 아득하다. 느릿하게 깜빡여지는 제 눈꺼풀에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교사용 숙소쪽으로 걸어가 제 방문 열쇠를 찾아 끼워넣고 잠깐 눈을 돌려 복도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자 벌써 새벽 2시가 남짓 넘어서있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들 사이에 아까 세훈을 찾으러갔을때 넣어놓은건지 세훈의 공책조각이 끼워져있었다.
「 좋아요,정말로.」
세훈이 썼음이 분명한것은 반듯한 글씨체였다, 아까 공책에 적은 가사도 제 손등에 적어준 문장과 같은 글씨체로 써진 종이를 손에 쥐고는 살짝 웃었다. 아마 제게 마음을 놓아준것이 고마웠을것이고 또 제가 넣어준 종이쪽지를 보고 지을 표정을 상상한 루한이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잘자,세훈아 …
세훈이 문을 닫고 한참을 신발장 앞에서 서있었다, 내가 잘한걸까… 루한선생님도 저를 떠나버리면 어떻게할까, 혹시 나를 더럽다고 생각하는것은 아닐까 싶어 무릎을 감싸안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했다, 저번 학교에서부터 저를 좋아해줄수있어요? 하고 물었을땐 모든 선생님들이 더럽다며 이래서 태연학교에 온것이냐며 저를 비판하고 가끔은 끌고가서 강간을 치기도 했었으나 그 일을 말하기엔 사회부적응이라는 큰 난벽이 제 앞에 우뚝 솟아있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벗고 뒤로 돌아섰을때 톡 하고 작은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뒤로 돌자 하얀 쪽지가 제 신발 뒤에 떨어진것을 보고 쪽지를 주워 펼치자 루한의 동글한 글씨가 빼곡이 써져있었다.
「세훈아,형은 세훈이 한번도 싫어한적없어. 세훈이가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내일은 웃으면서 인사했으면 좋겠다. 잘자, 형이 많이 좋아해.」
그리고 다음날 교무실과 특수교육반 사이에 복도에서 루한과 세훈이 마주쳤고 세훈은 떨리는 마음을 주체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루한이 제가 고개를 들때까지 기다렸다가 제가 고개를 들자 멀리서 입모양으로 제게 말했다. ' 잘 잤어?" 그리곤 손을 흔들며 밝게 웃었고 어제 확인한 쪽지가 생각나 아직 미숙하지만 입꼬리를 살짝 올려 손을 흔들었다. 잘잤어요, 선생님덕분에.
저도, 많이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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