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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winter 전체글ll조회 1044


  

  

 

 

  

  

겨울은 길고 어두웠다. 그리고, 그 어두운 겨울에 조용한 마을에 한 해와 이틀을 차이를 두고 두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한 아이는 하얗고 조그마한, 그러나 그만큼 단단한 아이였고 다른 아이는 조금 까무잡잡한 피부에 조금 큰 키를 가진, 그러나 유약한 아이였다. 

마을은 조용했고, 두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를 잃었다. 겨울의 눈 폭풍으로. 

그리고 하얀 아이는 몸을 떨며 울고 있는 검은 아이에게 속삭였다, 내가 너의 형이 되어줄게. 

  

  

  

  

겨울 아이 

  

- 1 - 

  

  

  

경수는 종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낮게 속삭였다. 인아, 일어날 시간이야. 종인은 몸을 움찔거리다가 눈을 반쯤 뜨고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웅얼거렸다. 

  

-몇시야? 

  

경수는 손을 뻗어 종인의 머리맡에 있는 창문에 드린 커튼을 걷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햇살에 종인이 얼굴을 찌푸리자 종인을 일으켜 종인에게 속삭였다. 눈이 내렸어, 인아. 종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종인이 급하게 몸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보자, 창 밖에 소복히 쌓인 눈이 보였다. 종인은 웃고는 경수를 보았다. 

  

-형, 눈이 왔어. 

  

경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종인의 손을 잡았다. 응. 눈이 왔네. 종인은 경수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가만히 손을 손에서 빼냈다. 그리고 경수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웃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경수는 그것이 종인이 억지로 지어내는 웃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아. 

  

경수가 단단한 목소리로 종인을 불렀다. 종인은 아무런 대답없이 웃어보이다가, 이내 속삭이듯 말했다. 

  

-형, 나 나가서 눈 좀 보고 올게요. 

  

  

  

* 

  

  

경수와 종인이는 마을에서도 조금 외따로 떨어져있는 곳에 살았다. 종인이 학교에 더는 나가지 않기로 한 다음부터 줄곧 경수와 종인은 그곳에 살았다. 

경수는 주로 외국 서적을 번역하며 시간을 보냈고, 종인이는 그런 경수를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혼자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그것도 지치면 가만히 경수 옆에 앉아 경수가 번역한 책을 가져다 읽고는 했다. 

그러다보면 하루는 흘렀고, 경수는 한번씩 마을에 내려가 사온 음식들로 금방 종인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했다. 

  

-형, 나 오늘은 스튜 먹고 싶다. 

  

-안그래도 하고 있었네요. 

  

책에 꽤 집중하고 있던 종인이 문득 고개를 들어 말하자 경수는 웃어보이고는 대답했다. 경수가 요리하는 냄새가 훈훈한 기운과 함께 끼쳐오자 종인은 결국 책에 대충 책갈피를 끼워넣고는 경수의 곁으로 다가왔다. 

  

-형은 요리를 너무 잘해. 

  

-입맛 까다로운 동생 먹여살리려면 어쩔 수 없지. 

  

경수가 가벼운 목소리로 답을 하고 요리를 마저하다가 종인은 무심결에 경수에게 건내려 후추통을 집었고, 곧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투명했던 후추통에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종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경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종인의 손에서 후추통을 뺏어들었다. 

  

-인아,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마. 

  

경수는 속삭이듯 종인에게 말하고는 후추통을 불에 가져다 대 녹이고 후추를 적당히 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종인을 향해 말했다. 

  

-바게트, 좀 가져다 줄래. 

  

  

* 

  

저녁을 먹고 나서 종인은 조금 졸린 듯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경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씻고 나온 종인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따뜻한 차였다. 

  

-인아, 너 감기기운 있더라. 어젯밤에 기침했어. 

  

종인은 아무말 없이 경수가 건네주는 머그컵을 받아들고 경수가 입혀주는 목 달린 스웨터까지 얌전히 덧입었다. 

  

-인이는 몸이 약하니까 늘 주의해야해.  

  

경수는 마치 자신에게 다짐을 하듯이 종인에게 말하고는 뒤이어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 

  

경수가 씻는 소리를 들으며 종인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조금 졸았다. 

  

-머리를 여태 안말리고 있으면 어떡해. 

  

조금 서두르듯 욕실을 빠져나온 경수는 바로 종인에게 향했고, 종인은 그제야 아, 하고 낮은 탄성을 흘렸다. 머리 말릴게. 종인이 수건을 들어 머리를 말리는데, 수건은 곧 종인의 손을 떠나 경수의 손으로 갔다. 그리고, 마치 당연한 수순이듯 경수의 손은 부드럽게 종인의 머리를 쓸기 시작했다. 

  

-…형, 그럼 나 졸린데.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눈이 더욱 내려오는 종인에게 경수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잠들어도 돼, 내가 침대로 옮겨줄게. 

  

-에이, 형. 나 무거워. 

  

-이리 작아보여도, 형은 힘이 세다.  

  

경수는 조금 경쾌한 목소리로 답을 하고는 벽난로 앞에 앉아 졸기 시작한 종인의 머리를 마저 말렸다. 그리고 그 말에 푸스스 웃던 종인은 살풋 미소짓는 얼굴로 결국 잠에 들었고 경수는 그런 종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마에 입을 맞췄다. 

  

-…두려워 하지마, 인아. 

  

다시 한번, 속삭이듯 말한 경수는 마치 그것이 주문인양 꽤 경건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대로 종인을 안아 종인의 방 침대에 눕혔다.  

  

  

  

* 

  

  

  

종인은 새벽에 눈을 떴다. 밖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천장을 멍하니 응시하는 종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별들이었다. 비록 형광스티커였지만, 색색별로 제법 공을 들여 경수가 구해온 것이었다. 언젠가 종인이 경수가 즐겨 읽던 책 코스모스를 보고 우주에 가고 싶다고 흘리듯 말했던 것을 놓치지 않고 들었던 경수는 종인의 생일 선물이라며 종인의 방을 우주로 꾸며주었었다. 그리고 종인의 생일 이틀 전이었던 경수의 생일에, 종인은 서툴게 쓴 편지와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선물 했었다.  

  

-…. 

  

종인에게 경수는 어떤 의미일까. 형, 형을 대신해 곁에 있어주는 가장 가까운 사람. 때때로는 부모님 처럼 때때로는 큰형처럼. 그런데도 종인은 늘상 경수를 대하는 것이 어려웠었다. 아니, 어렵다는 것은 경수 자체가 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었다. 

  

-경수형. 

  

종인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를 형으로 부르는 것이, 왜 어색하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자신의 손에 닿는 것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는지. 종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위로 튀어오르는 불빛들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이내 잠으로 빠지는 끄트머리에 생각했다. 

  

언젠가, 경수를 떠나야겠다고. 

  

  

  

- 

  

맞아요, 겨울 왕국 보고 모티브 따서 쓴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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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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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빨리다음편을...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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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신알신하고가요ㅎㅅㅅ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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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winter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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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비회원인데...!! 비회원인게 이렇게 슬플 수가!! 경종이라니!! 무려, 경종이라니!! S2해요.. 겨울왕국에서 모티브!!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 취향저격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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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winter
감사해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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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분위기가 제 취향을 저격했습니다!ㅠㅠㅠ 잘 읽었어요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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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winter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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