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살던 경수가 어떤 계기로 인해 알 수 없는 세계에 갔는데 그곳에는 절친인 찬열이 왕. 백현과 종대가 찬열의 충신이자 어릴 적 친우다.
그곳으로 간 경수는 백현과 사랑에 빠졌지만 경수에게 반한 찬열이 억지로 왕비의 자리 앉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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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양식에 맞는 옷을 입고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가 그토록 원하던 모습으로 그를 만나줄 테니.
이것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고 싶다.
“종대야."
“…."
“오늘 하루만. 나의 소꿉친구로서 내 호위무사로서 따라와 줘."
“…그래."
“종대야."
“그래."
“이제 외전 안으로 들어서면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너밖에 없다. 찬열이도 나는 믿지 못한다. 그를 피가 흘러 강을 만든다는 북방으로 보내버린 사람이니."
“…”
“마지막으로. 너에게 소원을 빌고 싶다."
“마지막…."
“그래.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외전 안에 들어서자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찬열이와 한 칸 아래에 위치해야 하지만 어명으로 그의 옆자리로 옮겨진 나의 자리가 보였다. 그리고 원래 왕비의 자리 아래에 마주 보도록 되어있는 충신의 자리인 백현이와 종대의 자리 역시. 어명으로 인해 전쟁이 끊이질 않는 북방으로 향한 백현이는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었고 더는 이 곳에서 보지 못할 터이다. 그리고 그 맞은 편 앉아 있어야 할 종대 역시 백현이의 소식과 내 부탁으로 인해, 오늘은 문신이 아닌 나의 호위무사로서 내 뒤에 있을 뿐이었다.
“감히 전하의 용안을 뵈옵니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서양도 아닌 이곳은 몇 달이나 있었으나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 원래 사용해야 한다는 예의범절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좋다고 이가 보이게 웃던 찬열이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마음먹고 하는 나의 옷차림과 태도에 내가 있던 곳이라면 놀려주고 싶을 정도로 크게 웃고 있었다.
“경수야. 어찌 그리로 들어오는 게냐 오너라."
“황공하옵나이다.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오늘은 이 자리에서 감히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두굿겁기 그지없는 조보로구나 한 번 이야기해 보아라."
아무것도 모른 채 기쁜 소식이라 좋아하며 아이처럼 웃고 있는 찬열이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분명 너와 나·백현이와 종대. 우리 네 명은 소꿉친구였는데 어찌 이 곳에서는 계급에 나뉘어 이리 지내는지 모르겠다.
“내 너의 이야기라면 뭐든 들어 줄 터이니 어서 말해 보아라. 과인이 궁금하여 참지 못하겠구나."
“소인은 그저 두 부모의 밑에 태어나 행복하게 자랐습니다. 배울 만큼 배우고 하고싶은 것을 해 볼 만큼 해보면서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나 그 정도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 지금도 네가 원한다면 짐이 무엇이든 해 줄 거라 하지 않았더냐. 계속 이야기해 보아라."
“그런데 딱 하나 제가 미친 듯이 원하던 것을 잃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더냐. 과인이 찾아주마. 아니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리다. 그게 무엇인고?"
“폐하께서 제게서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계속 웃고 있던 찬열이의 표정이 굳었다.
주변 신하들 모두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혹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애초에 찬열이와, 백현이, 종대가 아니었다면 몸종으로 부려지거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을 목숨인 내가 이리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 테지. 백현이가 사라진 지금. 찬열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외전 안에서 칼을 쓸 수 있는 종대는 주변의 공기를 읽은 지 오래. 백현이가 전쟁터로 나가기 전 서로 바꾸었다던, 원래는 백현이의 것이었던 칼집을 손에 쥔 채로 내 옆에 서 있었다.
“그만해라."
“폐하께서 제게서 떨어지게 하셨습니다."
“그만하라지 않느냐."
“폐하의 투기로 인해 사라졌습니다."
“그 정도만 하래도!"
“폐하의! 욕심에 한 순간에 잃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소중하게 여겼고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폐하께서 저를 왕비로 앉힌 후에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좋았습니다.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떨려오는 심장을 어쩔 줄을 모르고 발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숨길 수 없을 정도였던 그 사람을 전쟁터로 보내셨습니다. 궐에 들어오고 아는 사람이라곤 종대와백현이 밖에 없었는데 백현이를 전쟁터로 보내고 종대는 해가 지고 난 후의 호위무사로서 제 곁에 있게 했습니다. 넓디 넓은 궐에서 제가 있을 곳이라곤 제게 주어진 왕비의 방 하나였고, 그곳에 갇혀 궁궐에 있는 호수 안의 잉어처럼 혼자 지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3일. 폐하께서는 끝까지 제게 비밀로 하려고 했나 봅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찬열이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자 소매에 숨겨두었던 단도를 꺼내 들어 백현이와 종대가 가르쳐 주었던 대로 빠른 손놀림으로 심장을 찔렀다.
“경수야!"
나를 보고 뛰어오는 찬열이가 보였지만 그것도 종대로 인해 막혔다. 백현이가 떠난 후 밤마다 방문으로 비치던 그 뒷모습이 지금에서 생각해보니 떨렸던 것 같다. 아닐 수도 있지만. 왜저리 작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물러서십시오. 전하."
“비켜라.비켜라! 비키라 하지 않느냐. 어의 불러오라. 어서!!"
"전하·심장은 급소 중의 급소입니다. 저리 날카로운 쇠붙이로 순식간에 찔렀다면 어의라도 살리지 못합니다."
“비키라 하지 않느냐!! 어찌 친우다! 너의 친우인데 어찌 그리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게야!"
“마지막 소원이니…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안된다…. 누구 멋대로 마지막 소원이냐. 내가 들어줄 터이다. 비켜라!!"
미안해. 백현아.
너 같은 거 잊고 살라던 너의 마지막 부탁이었지만
이미 네가 없는 이곳에서 나는 더는 살아갈 자신이 없다.
부디, 하늘에 가거든 왜 왔느냐 내치지 말고 궐로 들어오기 전 항상 지어주던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겠니?
종대에는 미안하지만, 그 곳에서 너와 함께 오순도순 오래 살고 싶다. 사랑해. 백현아.
“그곳에선 행복해라. 경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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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때 봤던 인터넷 소설을 모티브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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