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현 X 김시민내
연애만 안 되는 느낌이 드는 썰
부제(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어)
#이징作 #슬픈내용 #아님
X
"정PD, 이번 시나리오 좋던데?"
"아. 이번에 운이 좋았죠."
"그거 자기 실화라는 소문이 있던데 진짜야?"
"안타깝게도 진짜네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거야, 열심히 촬영해."
..그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라는 투정같은 질문이 목께까지 차올랐지만 내뱉지 않았다. 시민이가 내 눈 앞에서 보이지 않은지 벌써 7년째지만 여전히 잊지 않고 있었다.
2017년 9월 3일
1 거긴 어때? 여긴 날씨가 아직도 후덥지근해
1 추우면 따뜻하게 입고 더우면 땀 난다고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2017년 11월 19일
1 무슨 일하고 있어? 난 네이버 검색하면 내 이름이 나와
1 너도 검색하면 네 이름이 나왔으면 좋겠다
1 이 휴대폰을 버린 거 알지만 난 지금도 기적을 바라고 있어
확인하지 않을 걸 알지만 난 7년째 답이 오지 않는 연락을 보내본다.
X X, 8년 전
쟤가 정재현이야?, 와 소문대로 진짜 잘생겼네. 쟤 집안도 좋다면서?. 8년 전 고등학교를 입학한 재현에게 쏟아진 말들이었다. 태어나면서 이 관심이 익숙했던 재현은 아무렇지 않았다. 가끔 부담스러웠지만 별 생각이 안 들었다. 사람들은 다 제게 잘 보이려고 애썼고, 노력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냥 이런 생활이 무료하면서도 나쁘지 않았다.
"여진아 왜 불렀어?"
"..응 할 말이 있어서."
"뭔데? 중요한 거야?"
"음.. 아니 ..아 직접 말하려니까 진짜 떨린다. 재현아 난 네가 좋아. 넌 어때?"
그리고 그 다음 날 전교엔 소문이 퍼졌다.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 중 유명하기로 TOP 3인 박여진이 정재현에게 차였다. 재현의 추종자들이 낸 소문이었고 여진은 물론 재현도 민망해 반에 조용히 있었다. 많은 애들은 재현에게 네가 뭘 잘못했는데 반에 박혀있냐고 위로답지 않은 위로를 했다. 재현은 다시 평소처럼 지냈지만 여진은 그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재현이 고백을 받을 때마다 결과는 반복됐다.
"난 진짜 별로야!"
"너도 걔 좋아했어? 왜 별로야?"
"고백한 사람 마음 가볍게 보고 소문 나도 걘 잘 지내잖아! 진짜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하는거야?"
"..내 얘기 맞지?"
"..헙!"
모두가 재현을 어화둥둥하던 시기. 유일하게 재현에게 반감을 보이고 욕을 하다 걸린 시민. 그게 둘의 첫만남이었다. 어느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날 욕한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라는 기분이 든 재현은 시민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시민이는 계속 재현을 욕한 게 마음에 걸려 그런 재현이 불편하기만 했다. 재현이 시민이 지나가면 오다다 달려가 친한 척을 하며 다정하게 대할 때마다 뒤에서 들리는 제 얘기가 가슴에 콕콕 박히기도 했다.
"..미안해, 사과할게."
"응? 뭐가?"
"내가 몇 달 전에 정재현, 네 욕 몰래 했잖아. 그거!!"
"아, 그거? 사과 안 해도 되는데."
"..받아줘, 그리고 다시 나한테 관심 갖지 마. 욕 먹을만큼 먹었어."
"..욕을 먹어?"
2009년 5월 3일
시민아내
일부터 욕하는 애 없을거야
그런 소리 들으라고 너한테 다가간게 아닌데.. 미안해
너가 왜 사과를 해 너 진짜 나 끝까지 미안하게 하는거야?
그냥 다시 모르던 사이로 돌아가자고! 내가 잘못했으니까!
싫어
나 너한테 나쁜 의도로 다가간 거 아니야
나 너한테 관심 있어
X X X, 2009년 12월
"아 짱 추워! 야 정재현 핫팩 있냐?"
"일로 와봐."
시민이는 총총 뛰며 재현 앞으로 갔고 재현은 패딩 주머니를 뒤적 거리더니 핫팩 두개를 꺼냈다. 그리고 주머니에 있어서 뜨거워진 핫팩을 바로 시민이의 볼에 챱, 하고 올리고 시민이는 아, 뜨뜨!! 라며 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으궁, 그렇게 뜨거웠어요 우리 시민?"
"자짜 애 치급 하지 말라해찌!! 이거 송 떼라!!"
"싫은데? 누구 좋으라고, 이런 꿀 같은 기회를 놓쳐?"
"ㅋㅋㅋㅋㅋㅋㅋ김시민 완전 찹쌀떡이야! 진짜 좋아!!"
재현은 시민이의 찹살떡같은 두 볼을 붙잡고 안 놔줬다. 이 날은 재현이 시민이에게 관심이 있다고 얘기한지 대략 7개월은 지난 시점이었다. 그니까 그 사이 둘은 엄청 친해졌고 소위 말하는 썸을 타고 있었다. 물론 학교는 난리가 났다. 정재현이 자기를 욕한 여자애한테 관심이 생겨 먼저 다가갔고 지금은 썸을 타고 있다고.
그리고 둘이 18살이 되고, 5월. 여전히 썸을 타던 재현과 썸을 타던 시민이는 출처를 모르는 소문을 듣게 됐다. 이번에 입학한 오여인이라는 신입생이랑 잘 되간다는 정재현의 소문을. 배신감은 물론이고 처음엔 믿지도 않았다. 하지만, 점점 뜸해지는 연락과 만남으로 그 소문을 믿게 됐다.
재현은 시민이는 제외한 여자와 썸은 무슨. 그냥 끈질기게 달라붙은 오여인 때문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다. 한창 예민해져서 괜히 시민이에게 화풀이를 할까 무서워 오히려 연락을 안 하던 상태였고. 결국 재현과 시민이는 정말 어이없게 정확히 1년 후. 썸이 끝나고 1년 전 시민이 바라고 바란 처음부터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게 됐다.
X X X X, 2010년 10월
"진짜 다른 애들한텐 비밀로 하려고?"
"응. 나 이제 다 정리했어. 학교 애들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정재현도 몰라?"
"..응 걔도 몰라. 걔랑 끝난지가 언젠데. 잘 있어, 내 친구."
"그래 언제든 한국 오면 메일 보내라. 성공해서 보자."
그 날은 시민이의 한국에서 마지막 날이었다. 재현과 끝나고 우울한 시민이에게 위로가 되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작가의 꿈을 갖고 유학을 결정했고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고 학교 앞에서 친구와 이별을 했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며 등교하던 재현을 봤다. 살이 빠져 더 잘생겨진 재현은 정말 미웠지만 너무 보고싶었다. 그리고 재현에게 한 마디의 인사도, 연락도 없이 영영 외국으로 떠났다.
"..저기 요즈음 왜 시민이 학교 안 와? 어디 아파?"
"..아, 너 아직도 모르는구나. 아 어떡하지.."
"왜? 무슨 일 있어?"
"이거 진짜 비밀인데.. 시민이 유학 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며칠동안 심한 열병을 앓던 재현은 집에서 끙끙 앓았다. 시민이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음만 들리고 연락은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인정했다. 나와 김시민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구나.
X X X X X, 2018년 4월 2일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유독 힘들었던 씬이나 기억에 남는 씬이 있나요?"
"음.. 있죠,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이 왜 여자 주인공이 말도 없이 떠났는지 이유도 모른채 계속 아파하는 감정이요,"
"이게 감독님 실화라는데 아니, 완벽한 정재현 감독님한테도 이런 얘기가 있었나요?"
"네. 있었죠, 전 완벽하지 않아요. 그 아이가 없는한, 계속."
"아 먹먹하네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ㄱ.."
인터뷰가 끝나고 영화 상영이 시작됐다. 영화를 보던 재현의 두 눈엔 눈물이 고였다. 몇 년이 지나도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
X X X X X X
2018년 2월 23일
1 아직도 춥다
1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1 난 이번 작품을 다 찍었어
1 꼭 너한테 보여주고 싶어
2018년 4월 2일
1 오늘 시사회를 했는데
1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1 보고싶어
2018년 5월 19일
1 사진
1 꽃 예쁘지?
1 오랜만에 학교 강연하러 갔다가 봤어
1 보여주고 싶었어
2018년 7월 27일
1 이렇게 더운 날 감기가 들었어
1 다들 나한테 바보래
1 너도 그렇게 생각해?
1 너도 여름이면 감기에 걸렸잖아
1 챙겨주진 못 했지만 많이 걱정했는데
2018년 9월 5일
1 미안해
1 앞으로 널 잊어 보려고
1 너가 이 연락들 보면 나 되게 민망할 거 같아
1 ㅋㅋㅋㅋㅋ잘 지내
2019년 4월 30일
나도 보고싶어 1
나 지금 돌아가면 늦은거지? 1
X X X X X X X
우리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이 행운을 줄지, 아니면 불운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그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한다.
우리는 기적을 바라고 살아간다.
나도 기적을 바라고 살았다.
네가 다시 내게 돌아오라는 기적.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어느 노랫말처럼 너에 대한 내 마음이 다 씻어졌으면 좋겠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늘 그렇듯 이번에도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끔 힘들 때 그냥 옛날 생각을 하곤 한다.
오롯이 너와 관련된 일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생각도 많이 한다.
X X X X X X X X
나도 보고싶어
나 지금 돌아가면 늦은거지?
아니
전혀
♡⁺◟(●˙▾˙●)◞⁺♡
헷. 어떤 제목이 매력적일까 고민하고 고민..
처음 부분 보고 완전 새드엔딩으로 생각하실까 걱정해서
해시태그 급히 추가..
#슬픈내용 #아니라고 #했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