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시려 얼것 같은 날씨에 하늘엔 구름떼가 끼어 어둑어둑해지는듯 하더니 이내 흰 눈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도 이맘때 쯤이었던것 같은데. 4년전 11월 "오늘은 딱히 전달할 사항도 없고 눈 많이 올것 같던데 주번 남고 조심해서 가라." "안녕히 계세요!" 일제히 의자끄는 소리가 들리고나서 교실 안이 차츰 조용해지더니 이내 나와 제일 친한친구 윤지만 남았다. "거지 같은 날씨에 거지같이 주번이라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운이 안 따라 주냐" "그러게, 너 아까 급식도 부딪혀서 다 쏟았잖아." "진짜 그 애한테 미안해 죽겠다. 만나면 뭐라고 하지...." "근데 나 걔 우리 학교에서 처음 봤다? 나 나름 인싸라고 자부할 수 있는데. 전학왔나봐." "헐 여주야 생각해보니까 나 오늘 학원 보충있다.어떡하지.. 나 먼저 가볼께 미안...." "그래. 조심해서 잘 가고!" "내일 봐!" 윤지까지 가버리니 이젠 정말 반에 나 혼자만 남았다. 대충 청소를 끝내고 학교를 나오려는데 눈이 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펑펑 "아씨.....진짜 망했네.." 혼자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그냥 버스정류장 까지 빨리 뛰어가야겠단 생각으로 신발을 고쳐신고 있었는데, "너 이거 써." 그 애는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나에게 우산을 쥐어줬다. "응..? 너는..?" 내가 물어봤을때 그 애는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이미 저만치 뛰어가고 있는 중이었고 내 목소리는 그 애한테 닿지 못했다. "어떻게 돌려주지...." 그냥 내일 이반 저반 찾아다니면서 돌려줘야겠단 생각을하고 그 애가 준 우산을 쓰며 버스정류장 까지 갔다. '근데 아까 걔 급식실에서 부딪힌애랑 닮은것 같다...혹시 그 앤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걔한테 밥을 엎었는데 나한테 무슨 좋은 감정이 남아있다고 우산을 빌려줄까..' 로 쓸데없는 생각을 마무리 짓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버스가 도착해있었다. 서둘러 버스에 오르고 나서 우산을 접어보니 우산 손잡이에 '30833 황민현' 이라고 적혀있었다. '아 내일 우산 돌려주러 8반으로 가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면서 멍을 때리다 보니 버스는 우리집근처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골에 살고 있어서 버스정류장도 집에서 가까운 편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집까지 걸어가고 있었는데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아까 우산 주고 뛰어가던 그 뒷모습. 시선으로 쫓아가보니 그 애, 아니 황민현은 우리 옆집에 사는것 같았다. '옆집 사나...? 조금 있다가 우산 돌려주러 가야겠다. 근데 왜 한번도 못봤지..?' 조금은 의아했지만 점점 더 쌓이는 눈송이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와 젖은 신발을 히터 위에 올려두고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출장 가신 이후로 소식이 끊긴지 오래고, 더 이상 남은 가족도 없어 혼자 밥을 먹는건 익숙하다 못해 질리기 까지 했다. 대충 밥을 차리고 먹기 시작했는데, 현관한켠에 기대어둔 우산이 보였다. '아 맞다....돌려주러 가야되는데...밥 먹고 가지뭐.' 생각없이 입에 욱여넣던 밥을 다 먹고, 신발을 신고 우산을 챙겨 옆집으로 발걸음음 옮겼다. 띵동-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띵동-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어디 갔나..?' 다시 되돌아 가려던 순간, 텅 빈것 같았던 집 안에서 기침소리가 났다. 의아해 하며 살짝 열린 대문을 열고 들어가 현관 앞에서 민현이의 이름을 불렀다. "저기...민현아, 나 아까 너가 우산 빌려준 앤데 혹시 괜찮다면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안에서는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들어와..." 라고 대답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민현이가 힘들어 하면서 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너 괜찮아?" "............." "혹시 아까 눈 맞아서 그런거야?" ".........." "목 많이 아파? 말할 수 있겠어? 괜찮은거야?" 나의 계속된 질문에 민현이는 머리가 아팠는지 벽에 기대어 머리를 움켜잡았다. "아 미안...일단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있어. 머리 많이 아파?" 내 질문에 민현이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나는 민현이를 빨리 방 침대에 눕혔다. 꽤 늦은 시간에 민현이 혼자 아픈채로 있는게 걱정이 되었다. "너 밥 먹었어?" "아니........" 먹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냉장고를 열어 둘러보니 음료수 몇병만 덩그러니 있을 뿐 먹을게 아무것도 없었다. "너 도대체 뭘 먹으면서 산 거야?" "그냥 밖에 나가서 먹었어...." "조금만 기다려봐. 나 잠깐 우리집 갔다 올께. 그동안 좀 쉬고 있어." "괜찮은데...." 아무리봐도 괜찮아 보이지 않아서 빨리 집으로 와서 아까 만들어 놓은 밥이랑 반찬들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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