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이상해진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갔을 때는 최후의 통보밖에 받지 못했다. TV 드라마에서 의사들이 하는 말 보다는 덜 비장했으며, 훨씬 자연스러웠다. 앞에 약간의 텀이 있긴 했지만 나는 그저 많은 환자들중에 하나였다. 주먹에 힘을 쥐어보았고 이내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내 몸은 변화했다. 점점 모든 행동들이 버거워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방에만 갖혀 살다보니 그나마 있던 친구들까지 떠나버렸고, 연락하는 친구라곤 12년된 소꿉친구 하나 뿐이었다. 그날도 집에 있겠다는 나를 불러내서 그 추운 날 아이스크림을 권하던 아이였다. 둘 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벌벌떨면서 그네에 앉아있었다. 친구가 한참을 발장난치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아 너 그거 알아? 지하철 화재사고.- ..어. 몇 년 전에 났던 거?- 응. 거기서 사고난 사람이 보낸 문자가 있었는데 뭐였는지 알아?- 음.. 글쎄.- 나 너한테 완전 정떨어진다 키읔 키읔 꺼져 쌍비읍 이었나? 그랬어.갑자기 입에 문 아이스크림보다 가슴이 더 시려왔다. 떨리는 눈동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당장 내일이 마지막 수술인 내게 나 자신조차 큰 욕심을 안 부리고 있었다. 그랬기에 다른 사람들을 생각을 못 했다. 내게 남은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을 때 친구가 말했다.- 기다리란 말이 제일 나쁜 거 같아. 뭐야 그게.- ...야.- 응. 왜.- ..나 기다리지마라.겨우 눈을 맞추며 마른 입에 침을 넘겼다.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친구의 얼굴은 변함없이 나를 응시했다. 처음 최후통보를 받은 날보다 좀 더 긴 텀을 두고 친구가 입을 열었다.- 기다릴게.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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