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도경수] 스폰서 도경수 3333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5/7/e57c3279c6915c76c4e1474a5a269b5b.jpg)
처음 조깅을 하기 위해 밖에 나왔을 때 상쾌함보다 무서움이 앞섰다.
새벽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고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런닝화 끈을 조인 후 안개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보통 동료 연예인들은 매니져랑 같이 뛴다는데 나는 그 뚱뚱이랑 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차라리 납치를 당하지.
누가 쫓아온다는 기분으로 달리면 어느새 공원 몇바퀴는 뛰었다.
트레이닝복 주머니 속에 든 핸드폰이 울렸다.
오늘 촬영 때문에 헬스장 가는 일은 나중으로 하라는 매니져의 건방진 목소리였다.
아씨, 알람인줄 알았다.
헬스트레이너가 1시간 30분으로 운동량을 정해두라고 해서 맞춰둔 알람이 있었다.
예상치 않게 뚱뚱이 목소리를 들으니 좆같았다.
시간이 20분이나 더 남아 있었다.
가끔 조울증 이란 단어를 듣는 나는 집에 가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나와 tv를 켰지만 상쾌함은 커녕 눈커풀이 무거웠다.
요새 촬영이 너무 빡빡했다.
영화 중반부부터 등장하는 나도 힘든데 초반부터 촬영하는 도경수는 오죽할까 싶었다.
베드씬 연습은 그 날 이후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안무가들은 문자 한 통도 없고.
이러다가 그 연습 한 번을 끝으로 촬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이 되었다.
대본 뒷부분에 다른 여배우랑은 관계 바로 직전까지 부분도 있던데, 무슨 의자왕이세요?
졸음으로 절은 몸뚱이를 이끌고 침대에 막 몸을 뉘였다.
요란한 초인종 소리와 함께 코디인 변백현이 등장했다.
타이밍 하고는!! 일부러 존나 늦게 열어줬다.
"왜 이제 열어줘! 아우 쉰내야. 여자집 맞아?"
"그 코트 뭐야."
"이 코트? 오늘 첫만남 씬이라고 말해준 게 누군데."
첫만남 씬은 공교롭게도 도경수가 나에게 첫눈에 반하는 장면이었다.
빨간색 성애자로 의심되는 작가가 대본에는 꼭 빨간색 코트를 입은 여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적어놓았다.
그 부탁아닌 부탁을 감독이 못 들어줄 필요는 없었고 나에게 통보를 했었다.
나는 빨간색을 혐오했다.
"매니져는?"
"매니져 형은 오늘 바빠서 못 온대."
"아싸."
"대신 내가 감."
차라리 네가 낫다.
숍에서 메이크업까지 풀세팅한 내게 킬킬거리며 코트를 입혀주었다.
"야 인물이 확 사네."
"나 빨간색 제일 싫어하는거 몰라?"
"싫어해도 넌 빨간색이 제일 잘 어울려."
내 시야에서 빨간색을 가리고 싶었다.
변백현 목에 둘러있는 두툼한 검정색 목도리를 빼내어 내 목에 칭칭 감았다.
워낙 기장이 긴 탓에 목도리에 가려 빨간색이 보이지 않았다.
"존나 비싼건데 뭐 묻기라도 해봐."
"이거 두르고 밥 먹을건데."
"오늘 밥 없다. 지금 이동시간까지 합하면 휴게소 못 들러."
"진작에 말할것이지. 나 오늘 한끼도 못먹었어."
"네 사정."
싸가지가 밥맛이네. 벤을 타는 백현이를 따라 탔다.
***
세트장에 도착했다.
배우 생활하면서 이렇게 큰 세트장은 처음 보았다.
대형 제작사는 달라도 달랐다.
cg로 대체할 초록색 배경을 빼고는 모든 것이 실재같이 정교했다.
아니 부엌이 우리집보다 좋아?
싱크대에 서서 수도꼭지를 돌렸다가 물이 콸콸 나오는 것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입구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안 피곤해?"
"괜찮아요."
방금 도착한 도경수를 감독이 집에서 기다리던 똥개새끼 마냥 쫓아가 대화하는 모습을 입모양으로 추측해낸 결과였다.
말과 달리 도경수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옆에는 코디와 메이크업이 따라붙어 그의 걸음에 맞춰가며 세팅을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 키가 누구 코디처럼 땅딸막했는데 번번히 얼굴을 숙여주기까지 했다.
가지가지해요.
실내가 더워 목도리를 풀어 옆에 놔두었다.
변백현이 보면 개 빡치겠지.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왔다.
종족 무리처럼 끌고 다니는 도경수가 갑자기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세트장을 훑는 시선이 나에게서 멈추었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다시 수도꼭지에게 돌렸다.
"야 내 목도리!"
"어?"
의상을 찾다가 막 도착한 변백현이 화나서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서둘러 목도리를 주워서 변백현 목에 둘러주었다.
이놈의 목도리는 둘러도 둘러도 끝이 없어.
"한대 패고 싶다 진짜."
"미안요."
"존나 한방 먹이고 싶다."
변백현이 말만 그렇게 하는 줄 알았더니 진짜 꿀밤 한방을 먹였다.
별로 아프지 않았다.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베시시 웃었다.
"다행인줄 알아."
"액션."
감독의 손짓에 촬영이 사작됐다.
빨간색 코트가 여전히 시야에서 거슬렸다.
도경수가 멀리서 걸어오다가 나를 보고 멈추는 장면이었다.
녹초였던 아까와는 달리 언제 그랬냐는듯 말똥거리는 도경수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정면에서 바라보는데 한참이 지나도 컷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만약에 진짜 나와 도경수가 이렇게 만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컷."
괜찮을 것 같았다.
***
도경수가 남은 분량을 촬영할 동안 나는 다시 세트장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가는 곳마다 있는 초록색 배경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세트장 끝부분에 다다랐을때 뻥 뻥뚫려 문이 없는 다른 세트장과 달리 이곳만은 문이 있었다.
혹시 출구인가 생각이 들어 지나가는 스태프를 잡고 물었다.
"여긴 어디에요?"
"베드씬 촬영하는 곳이에요."
헐. 그래서 막아놓았구나.
베드씬 촬영은 밀폐된 공간에서 소수인원으로 촬영한다.
나만 볼거야! 이게 아니고 배우 배려 차원에서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일반 가정집의 축소판이었다.
초록색 배경 따위는 없었다.
침실의 문을 여니 포근한 색채의 침대가 놓여 있었다.
연습실과는 판이한 분위기의 침실에 신이나서 침대에 누웠다.
창문에는 옛날방식의 배경 프린트를 붙여놓아서 진짜 신혼 주택같았다.
그때였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촬영인원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촬영하는 모양이었다.
좆됐다.
어디서 나왔는지 알수없는 속도로 침실 문을 닫았다.
다행히 이곳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방문에 가만히 귀를 대고 동태를 살폈다.
간간히 액션,컷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정적과 시끄러움이 교차했다.
그렇게 몇시간이 흘렀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해 침대에 누워있었다.
마지막으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그냥 나갈걸… 날린 시간에 후회가 앞섰다.
너무 방심을 했던 것일까.
아직 안간 사람이 있었는지 침실 문이 달칵 소리와 함께 열렸다.
도경수가 서 있었다.
나는 누워 있는 자세 그대로 굳었다.
촬영하던 인물이 도경수 일줄은 몰랐다.
서로 응시하는데 아까 첫만남 장면이 떠올랐다.
그가 문을 닫고 침대로 걸어왔다.
내가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추더니 옆으로 마주보고 누웠다.
"어제 밤샘 촬영했어."
"…."
"피곤해."
깜박거리다 지긋이 감아버리는 그의 눈은 충혈 되어 있었다.
이윽고 그가 내 품으로 어린 아이처럼 파고 들어왔다.
코트를 진작에 벗어 두었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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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잇치
오예!!!!!!!!!!!!!!암호닉신청!!!!!!!!!!!!!!!!!!!!!!!!!!!!!!!!!!!!!!!1♥ 냐나니뇨냐니뇨뇨 댓글 달아주신 독자분들 감사드려요 ㅠㅠ 제글의 원동력!!!!! 내사랑!!!! 너무봐서 외울지경임;;;;;;;; 하나하나 반응이 꿀꿀 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 구체적으로 감상평 달아주시는 분들도 ㅠㅠㅠ꿀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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