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아."
찬열아, 박찬열. 너는 나를 사랑하지? 그렇지? 백현의 강압적인 말투에도 찬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옅게 인상을 쓴 채 침대에 누워져 있는 찬열의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백현은 그런 찬열을 보며 아이같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찬열의 얼굴을 쓰다 듬는다. 찬열이가 많이 아프구나, 그렇구나. 아프지마 찬열아. 내가 걱정하잖아. 아이같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것도 잠시, 이내 표정을 싹 지워 버린다. 백현은 신의 얼굴이었다. 그 것은 백현, 그 스스로도 알고 있기도 했고 주위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했다. 표정이 풍부하다는건, 표현력이 좋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했다. 백현은, 아무에게도 저의 속내를 밝히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찬열아, 너는 절대 내 곁을 떠나면 안돼. 알겠지?"
백현에게 저를 제외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모두 한 범주에 속해 있었다. 타인, 딱 그것이었다. 아무리 백현과 친분이 있다고 해도, 결국 백현에게는 그저 타인이었을 뿐이다. 하루하루 바삐 돌아가는 세계의 굴레 속에서 백현은 자신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혼자가 되는 것을 자처했다? 아니, 백현은 혼자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래서 사회를 이루어 더불어 살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백현에게는 의문으로 다가왔다. 대체 왜? 왜 혼자 사는게 두렵지? 백현에게 사회라는 공간은,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 보다는 짜릿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마약같은 공간일 뿐이다. 아무리 웃고 떠들어도 저의 본질적인 지루함은 절대 가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에 속해 있는 이유는 글쎄, 가끔가다 보이는 저를 감정을 자극하는 사람 때문이 아닐까. 마치 다이아몬드라도 발견한 마냥, 백현은 저의 예상을 벗어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티를 내지는 않지만, 늘 흥분했다.
그리고 백현의 요즘 관심사는 찬열이었다.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정말 딱 찬열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박찬열이라는 존재는, 이때까지 저가 구축하고 있던 인간이라는 범주를 벗어나는 의외의 인물이었다. 찬열이는, 조금 다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네가 참 좋다 찬열아. 백현의 느즈막한 중얼거림은 어느새 흥얼거림으로 바뀌었고, 백현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는 찬열을 바라보며 사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찬열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찬열이 걱정 될법도 한데도 백현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나는, 그냥 네가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돼. 너랑 있으면 더 이상 지루하지 않거든. 백현의 속내를 아는 지 모르는 지 찬열은 그저 계속해서 미동도 없이 침대에 누워 있을 뿐이다.
"…박찬열. 박차녈. 박찬녈."
찬열이 누워 있는 침대에 기대 앉아 찬열의 이름을 발음해 보는 백현이다. 백현은 여러 번 찬열의 이름을 불러보고는 이내 소리 내어 웃어 보였다. 찬열의 모든 것이 이제는 저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인간은 타락했다. 뱀의 꼬임에 넘어 가 선악과를 먹고 만 아담과 이브는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백현 또한, 천국에서 쫓겨난 걸지도 모른다. 사회라는 에덴 동산, 그리고 박찬열이라는 천국에서.
더보기 롤링인더딥이 아니라서 암호닉 확인글 안올려요^^ 그냥 조금 미친 백현이를 보고싶었는데, 망했네요....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