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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 전체글ll조회 477
동혁은 생각했다.

이번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학교를 자퇴하고 아무도 모르게 뒤져버릴거라고. 내 팔자가 너무 기구해서, 너무 불쌍해서. 그냥 아무도 모르게 콱.



- 마지막은 혼자서 -






검은 반팔티 한장과 그 위에 걸치듯 입은 얇은 하복만을 입고 걷는 등굣길은 등에 땀이 주륵주륵 날 정도로 뜨거웠다. 머릿속으로만 쌍욕을 뱉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표정으로 다 드러났는지 등굣길에 마주친 학생들은 동혁을 흘깃 흘깃 쳐다보았다. 

동혁의 표정은 살짝 건들면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사람 같았으니깐. 뜨거운 태양 아래서의 동혁은 더욱.

그래도 이 개같은 날씨와 함께 더이상 등굣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오늘이 방학식이니깐.

4교시만한다는 소식을 들은 반 아이들이 왁자지껄 사물함을 비우고 온갖 문제집,시험지를 쓰레기장으로 버리느라 정신 없는 틈에 동혁 혼자만 가만히 책상에 앉아있었다.

" 이동혁. 너 사물함 정리 안해?"

그딴거 왜해. 공부도 안해서 버릴 것도 없어.
 개학식때 니네들이 알아서 치워주겠지. 

" 어? 어. 치워야지."

아 개같다. 진짜. 이제노 진짜 어쩌냐. 이제 나 없으면 친구도 없을텐데.
안그래도 재미도 없어서 인기도 없을텐데. 아냐,그래도 그 얼굴을 가진 이상 친구 몇명쯤은 달고 다니겠지.부럽네 얼굴 하나는 타고나서.
라고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풀지도 않은 모의고사 봉투 시험지 몇장을 한손에 달랑 들고와 쓰레기통에 쑤셔 박았다.

야간 아르바이트 하지말기, 수영장이나 계곡에서 물 조심, 밤 늦게 돌아다니지 말기, 흡연과 음주는 금지 등 같은 지키지도 않을 뻔한 주의사항 몇개 듣고
종례 종이 치자마자 하나같이 우르르 반을 빠져 나가는 애들은 정말 행복해보였다.
한명만 빼고.

" 이동혁, 오늘도 알바가?"

- 어. 오늘 사장님이 마지막 날이라고 오랬어. 뭐 챙겨주실건가봐

" 3년동안 알바한 짬밥 무시 못하네. 월급 더 챙겨주면 밥 사줘."

- 그래. 

밥은 무슨. 아 먹을 순 있겠네. 내 장례식에서.
근데 내 장례식을 치뤄 줄 사람이 있으려나. 젠장. 내 팔자 진짜 좆같다.

" 맞다. 나 오랜만에 재민이 만나"

- 나재민? 

" 응. 오늘 피시방 가기로 했어. 너도 같이 가면 좋은데."

- 됐어. 나 알바한다니깐. 잘가. 



동혁은 오늘을 기점으로 날짜를 셌다. D-15

자신의 자살일을.

어느 정신 나간 인간이 자신의 달력에 ' 자살 ' 일을 써놓고 하루하루를 세다가 결국 마지막엔 혼자서 자살을 했다는 인터넷 썰을 볼 때만 해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시간이 흘러 눈 떠 보니 그게 바로 자신이였다는거. 

생각해보니 너무 불쌍한 인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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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공지사항
없음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비회원229.81
와.... 너무 기대돼요ㅠㅠ 얼른 다음글을..!
8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이런 소재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 동혁이 성격 최고 좋습니다,,, 다음 편 기다릴게요!!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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