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XX (부제 ; 쓰레기들의 동행)
w. Hidden.
![[EXO/백현/경수] 이 구역의 XX 00 (부제 ; 쓰레기들의 동행)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f/f/f/fff7b90543986cae3df665c591b1eac1.png)
".....뭐라고?"
"애 가졌다고."
"........"
"네 애라고. 변백현 너랑 내가 만든 애."
"....뭔 개소리야."
"개소리?"
"너 도경수랑 사귀잖아. 나보다 훨씬 많이 잤을텐데 걔가 왜 내 애냐고."
".....경수랑 잔 적 없어."
"....뭐?"
"...너 밖에 없다고. 최근에 나랑 잔 사람."
세상을 살다보면,
미친듯이 행복할 때가 있다.
너무 행복해서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은 때가 있다.
그래서 세상이 나를 질투하는 때가 있다.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남자와 깊은 사랑을 하고,
그 남자에게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었을 때,
바보같이 다른 남자의 아기를 가져버렸다.
![[EXO/백현/경수] 이 구역의 XX 00 (부제 ; 쓰레기들의 동행)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1/8/3/1831afecd99e861f0c4375794b53ae34.png)
"자기~오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자기야."
"응? 왜?"
".......우리 헤어지자."
".....갑자기 왜."
"........."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묻잖아. 무슨 일이야."
"........."
"대답해 빨리. 왜 그래 너."
"......나 애 가졌어."
".......뭐?"
"애 가졌다고."
"........."
"변백현 애 가졌어 나."
그는 나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으로.
놀라움, 당황, 배신감, 그리고 상처가 가득 차 있는 눈으로.
나는 더 이상 그를 바라볼 수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까페를 나왔다.
내가 그에게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그의 가슴에 얼마나 큰 못을 박았는지 아니까.
![[EXO/백현/경수] 이 구역의 XX 00 (부제 ; 쓰레기들의 동행)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2/5/9258e69d52e27d175bf5bd4e16fec85a.jpg)
"여보세요..?"
-나와.
"뭐라고?"
-너네 집 앞이라고. 나오라고.
누가 들어도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였다.
그런 목소리로 백현이 나를 불렀다.
대충 가디건을 걸쳐 입고 집 앞으로 나갔다.
"....여긴 무슨 일이야."
"나 원래 너한테 돈 주러 왔거든? 애 지우라고."
"....나 애 지울 생각 없..."
"근데. 문득 네가 만나던 놈이 도경수라는 게 생각이 난거야."
"......야 변백현."
"결혼하자. 우리."
"....뭐?"
"내가 책임진다고. 내가 책임질테니까 우리 결혼하자고."
".....너 미쳤어? 도경수 무너지는 걸 보겠다고 나랑 결혼한다는거야 지금?"
"덤으로 너까지."
"뭐?"
"모든게 나한테 묶여있는 상황에서 도경수 때문에 아파할 너를 보는 것까지. 완벽하잖아? 네 맘대로 가진 내 애니까."
"이 미친 새끼야."
변백현의 입에서 쏟아져내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아프고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
변백현과 도경수는 늘 사이가 안 좋았다. 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서로 같은 공기를 들이쉴 때면 보는 사람들이 얼어버릴 정도로 살벌하게 싸웠다.
그런데 하필이면, 하필이면 그 둘 사이에서 내가 이런 사고를 쳐버렸다.
"내 맘대로 가졌다고? 지랄하지마. 가지고 싶어서 가진 애 아니야. 너랑 나랑 같이 실수한거야. 온전히 내 잘못도, 온전히 네 잘못도 아니라고. 근데 뭐라고? 나랑 도경수 무너지는 걸 봐야겠다고? 내 맘대로 애를 가져서? 너 뚫린 입이라고 그렇게 막말..."
"너 잘 생각해. 대한민국 사회에서 싱글맘으로 살 자신 있어? 너한테 쏟아지는 시선, 그 애한테 쏟아지는 시선 감당할 수 있냐고."
"......"
"너 경제적인 능력은 있어? 너 그냥 평범한 25살 젊은 신입사원이야. 근데, 어쩔건데? 뭐 어쩔건데? 너 애 가졌는데 회사 다닐 수 있어?"
"....내가 알아서해."
"아~혹시 너 애 낳고 힘들게 사는 거 보면 너한테 미쳐있는 도경수가 내가 그 애까지 책임질테니까 나한테 와라 뭐 이런 말 하기를 기대하냐?"
"닥치라고!"
"너야말로 지랄하지마. 아무리 도경수가 받아준다고 해도 도경수한테 가는 순간 넌 천하의 썅년되는거야."
그의 말이 맞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너무 사랑하는 그라면, 나에게 모든 걸 바치는 그라면, 이렇게 망가진 나도, 원치 않는 내 애도 다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근데, 변백현 말이 맞았다.
아무리 그가 그런 나를 받아줘도, 그에게 다가가는 순간 나는,
그를 망친 천하의 나쁜 년이 되는 거였다.
"잘 생각해. 뭐가 너한테, 아니 도경수한테 좋은 건지."
변백현은 싸늘하게 그 한 마디를 내뱉고 거칠게 차를 몰고 떠났다.
그가 떠나고 난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다.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펑펑 울었다.
아직 내 모든 게 도경수를 원하는데,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그인데,
그 날 하룻밤의 일 때문에
난 이제 그에게 다가갈 수 없다.
아니 다가가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 스스로에게 벌을 내렸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우면서,
그 말도 안 되게 불행할 삶을 살면서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나를 벌주겠다고.
-여보세요.
"....나야."
-알아.
".....결혼하자. 우리."
그렇게 시작됐다.
사랑하다 다친 상처를 주체하지 못해 스스로를 쓰레기로 만들어버린 남자와,
사랑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세상에 내가 쓰레기라고 외친 여자와,
사랑을 굳게 믿다 깨져버린 마음에 모든 게 쓰레기로 보이는 남자의
말도 안 되는 동행이.
반응 보고 연재해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피폐주의) 현재 모두가 주작이길 바라는 애인썰..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