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바람에 까만 코트 깃을 세운 명수가 발걸음을 빨리했다. 빠르지만 담담하게 걸어가던 명수가 건물 앞에 멈춰 서서 숨을 내뱉었다. 하얗게 입김이 퍼져 나오고 까만 모자를 좀 더 푹 눌러 쓴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밝은 불빛에 인상을 찌푸린 명수가 수많은 사람들을 피해 비상구로 향했다. 터벅터벅 계단을 올라가다가 13층에 다다라 복도로 빠져나왔다. 훅, 하고 숨을 내뱉은 뒤 주위를 살핀 뒤 자연스럽게 구석진 룸으로 향했다. 키를 이용해 문을 열고 들어간 명수가 코트 안에서 소음기를 장착한 총을 꺼내 들었다. 손을 뻗어 불을 켠 뒤 침대로 다가간 명수가 누워있는 중년의 사내의 머리에 총구를 가져다 대었다. 눈을 내리깐 채로 사내를 보던 명수가 살짝 눈을 감으며 방아쇠를 당겼다. 총을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명수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숨을 훅, 내뱉고 총을 집어넣은 뒤 일어서려던 명수가 반대편 소파에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인상을 찌푸린 명수가 코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사, 살려 주세요” 소년의 목소리에 움찔한 명수가 코트 안에서 손을 빼낸 뒤 소년을 쳐다봤다. 눈물에 의해 눈가와 볼이 퉁퉁 불어 있는 걸 확인 한 명수가 무언가에 끌리기라도 한 듯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들었다. 지갑 사이에 끼워 놓았던 명함을 꺼내 든 명수가 소년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받아. 멀뚱멀뚱 저를 쳐다보기만 하는 소년에 짜증이 난 명수가 무심하게 말을 툭 내뱉었다. 손을 뻗어 명수의 명함을 받은 소년이 눈치를 보며 옷깃을 여미었다. 단추가 다 뜯어진 흰 와이셔츠를 입고 까만 반바지를 입고 있는 소년을 보던 명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코트를 벗어 셔츠 위에 입고 있던 니트를 벗은 명수가 소년에게 니트를 입혀주었다. 코트를 제대로 챙겨 입은 명수가 소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한 명수가 인상을 쓴 뒤 급하게 룸을 빠져나갔다. 급하게 비상구로 내려온 명수가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뒤로 돌아 건물 위쪽을 한 번 쳐다본 명수가 살며시 웃으며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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