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날 지각해놓고 당당한 걔들도 걔들이지만 진짜 이상한 건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교장선생님조차도 그 애들을 혼내지 않았고 심지어는 빨리 자리에 앉으라고 하는 재촉도 없었다. 나는 그게 너무 이상해서 처음에 걔들 중에 하나가 이사장 아들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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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전고는 개학식 날에도 정상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로 신입생들한테도 예외는 없어서 4교시가 끝난 후 급식실에는 신입생, 재학생이 너, 나 할 것 없이 모여들었고 마침내 아침의 그 아이들이 급식실에 들어선 순간 세상의 피곤을 모두 모아둔 얼굴로 밥을 먹던 언니들의 고개가 그곳으로 고정되며 고요함이 급식실을 찾아왔다.
여학생들, 급식을 나눠주던 아주머니들에게만 찾아온 그 침묵은 그 애들이 급식을 다 받고 남자 식당으로 사라지자마자 탄식과 함께 사라지고 그들에 대한 대화로 전환되었다.
‘야 봤어? 진짜 쩐다.’ ‘쟤네 올해 신입생이라고? 유급 하고 싶다.’ ‘그럼 여기서 입시 1년 더해야 됨. 님 수고’ ‘미안, 실언함.’ ‘근데 진짜 미쳤다.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도 있냐. 지난 3년간 내가 학교에서 본 건 뭐, 오징어였나. 물론 내 얼굴 포함이다.’ ‘야, 근데 진짜 남준쌤이랑 호석쌤 긴장해야 할 듯.’
‘1학년 부럽다. 쟤네랑 3년 내내 같이 다닐 거 아냐.’ ‘근데 쟤네 말이야. 꼭 그거 같다. 사대천왕!’ ‘헐! 진짜? 쟤네라면 그렇게 불러도 될 듯.’
풉! 사이좋게 밥을 먹던 나와 내 친구들은 우리의 뒤편에서 들려온 사대천왕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사이좋게 먹던 걸 뿜으며 기침했다. 다행히 우리의 그런 모습은 급식실의 소란에 가려져 묻혔다. 사대천왕이라니! 단체 몰카도 아니고!
중학교 때 읽던 인터넷 소설에나 나오던 단어를 현실에서 들었다는 생각과 함께 내 뇌리에는
저기 좀 봐, 사대천왕님들이 등교하고 계셔! 어머, 멋지다! 아니 저길 봐, 난 00가 제일 좋아! 사대천왕 네 분이 매일 같이 등교하다니 너무 행복해!
같은 대화가 매일같이 들려오는 일상이 스쳐 지나갔다. 여기에 안경 벗고 머리 풀면 예뻐지는 여주까지 등장하면 완벽한 인소겠네. 내 손발 무사할까? 아니 그전에 여주가 등장하면 전학 가야지.
다행히 여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다음날 등교한 학교에서는 모든 애들이 걔들을 사대천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냥 여주 나오기 전에 튈까 봐. 여긴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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