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시는 분들만 재생시켜주세요
몇살이니.
열여덟살이요.
어리구나.
아니예요, 전 어리지 않아요.
...
손님들은 어린 여자를 좋아해요. 손님들은 절 별로 찾지 않아요. 손님들은 어린 여자를 좋아하니까요. 제가 여기 산지 오래됬으니 저는 이제 어리지 않은거래요. 그래서 손님들도 저를 찾지 않고, 마담도 이제 저를 신경쓰지 않아요. 언니들은 제가 부럽대요. 근데 왜 그런진 모르겠어요.
...
사람들이 저를 찾지 않는다는건 슬픈 일이잖아요. 그래서 좋은건지는 모르겠어요.
..외로운게 무섭니?
혼자인건 싫어요.
...어리구나.
열여덟살이잖아요. 어리지 않아요.
남자는 나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왔다. 마담이 챙겨준 몇안되는 짐과, 팔짱끼고 나를 바라보는 언니들의 부러움, 경멸감이 뒤섞인 시선들. 그리고, 굳게 부여잡은 남자의 손이 말해주는것 같았다.
이제 이곳은 너희 집이 아니야. 그만 썩 꺼지렴!
마치 가게의 곳곳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는것 같았다. 그 소리침에 나는 남자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왔다. 해가 떴지만 아직은 어슴푸레한 하늘, 겹겹이 둘러쌓인 가게사이로, 힘겹게 새는 빛들이 어둑한 거리를 비춘다. 이런 모습을 본적은 두번째다. 그때는 마담의 손에, 지금은 남자의 손에 붙들려 어둑한 새벽하늘을 바라본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없다는것은 똑같다. 눅진한 새벽하늘이 우중충하다는것 또한.
남자는 아팠다. 몸이 아픈건지, 아니면 다른게 아픈건지는 몰라도 항상 무언가의 약을 먹었다. 내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그는 항생제라고 대답했다. 어짜피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라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넘기자 남자도 굳이 설명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지 손바닥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약들을 한알씩 삼켰다. 색색깔의 알약들을 보고 호기심이 들긴 했지만, 쓸데없는 호기심은 독이라고 말하던 마담의 말이 생각나 그만두었다.
남자와 내가 사는집은 꼭 세상에 그와 나 둘만이 살고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는 했다. 그 누구도 찾아오지 않고,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집에 가끔씩 정말로 나와 남자밖에 살아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봐온 마담과 언니들, 그리고 고객들을 기억하면서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자각하곤 했다. 딱히 우리 둘만 살아있어도 상관은 없지만.
남자는 가끔 내게 피아노를 들이밀곤 했다. 그날 어떻게 친건지 기억은 안나지만 친숙해져보기라도 하라면서 거실에 놓여있는 피아노 앞 의자에 나를 앉혀놓고는 했다. 멍하니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가 내려오기만 해도 남자는 내게 뭐라고 하진 않았다. 그저 그 옆에서 가만히 나를 지켜볼뿐. 가끔은 내게 노래를 불러보라고도 했지만 아는 노래가 없었기에 -라는것은 핑계고 노래부르는것이 창피했기에- 그 말은 무시하곤 했다. 내 이런행동에도 남자는 화를 낸적은 없었다. 그저 알수없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였다.
그 남자가 나를 데려온 이유는 눈 앞에 관찰할 동물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애완동물대신 일지도. 그나마 나는 화장실을 가릴줄은 아니까.
아이가 눈을 꼭 감고 뜨지 않는다. 남자가 그런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 쭈그려앉고는 아이에게 말한다.
왜 눈을 뜨지 않니.
너무 밝잖아요. 눈이...
아이는 말을 잇지않고 남자는 조용히 아이의 말을 기다린다.
...눈이 아파요.
눈이 부시니?
...아파요. 눈이 아파요.
아이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고, 남자는 그런 아이를 끌어안아 일어난다. 아이가 남자의 목에 팔을 두른다.
+) 중간중간이 이해가 가지 않으실수도 있으실것같습니다.
마지막편에서 풀이라면 풀이본을 가져올테니,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물어봐주세요.
저번편에서 댓글을 남겨주신 한분, 그리고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