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28
"아가씨, 도련님. 내리시죠."
오늘은 전정국과 내가 다녔던 이 학교의 마지막 등교날이다.
우리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졌고, 오늘을 마지막으로 학교에는 오지 않을 예정이다.
얼굴이 알려진 이상 당분간 조심해야한다는 집안의 걱정때문에 오늘은 기사와 경호원이 우리의 등교를 도와주었다.
우리가 검은차에서 내리자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우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3년동안 매일다니던 학교였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바보야 쫄지마."
하지만 그런 나를 눈치채고 내 손을 잡아주는 전정국에 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평소처럼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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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야! 안녕!"
전정국과 헤어져 반에 들어가 평소처럼 친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친구는 반갑게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며 내 눈치만 보고 있었고, 이내 교실 안 나에 대한 모든 시선이 곱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우리같은 서민나부랭이가 얼마나 하찮아보였겠어?"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뒤돌아보았고,
친했던 여자아이들 몇몇이 팔짱을 끼고 날 노려보고있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내가 너네를 왜 하찮게봐?"
"그렇잖아. 무려 탄탄그룹 따님께서 아무것도 모르고 널 대하는 우리를 보면서 얼마나 웃겼겠냐고"
"너네 진짜 왜그래? 나 너네 한 번도 하찮게 본 적 없어."
"그리고 우리가 전정국 멋지고 잘생겼다고 칭찬하는 거 보면서 또 얼마나 웃겼을까. 무려 너는 진짜 아내인데"
나는 이렇게 갑작스레 변해버린 친구들의 태도에 당황스러워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그래도 나는 진짜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달라진 친구들을 보는 게 너무 괴로웠다.
지금까지 우리의 얼굴이 공개되고, 인터넷에 악플이 달려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반 친구들의 변해버린 태도를 보면서 지금 처음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너네 진짜 너무한다. 나는 너네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어."
"너무한건 우리가 아니라 김탄소 너겠지."
"진짜 친구로 생각했으면 비밀같은 거 없었어야지. 속이면서 얼마나 즐거웠어?"
"나는 너희가 불편할까봐...!"
"김탄소! 재벌들은 진짜 변기도 금으로 쓰냐?"
반의 모든 시선이 우리의 대화에 집중되어 있었고, 내가 억울한 심정으로 급하게 말을 꺼낼 때
평소 잘 깝쭉거리던 남자애가 소리치며 물었다.
그 질문에 조용했던 반 아이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나 빼고 모두가 웃고 있었다.
그 질문을 시작으로 반 구석구석에서 한두명씩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앜ㅋㅋㅋㅋ 그럼 막 아침식사하러 미국 갔다오고 그러냐?"
"탄탄그룹이면 회장 아내가 정신병걸렸다하지 않았어?"
"그럼 니네 엄마가 정신병 걸린거야? 그럼 쟤도 좀 정신병있는건가?"
"전정국이랑은 같이 사는거지?"
"풉, 전정국같은 애랑 매일 같이 자면 매일밤이 핫하겠다?"
"야 숨겨논 애도 있는 거 아니야?! 푸핫"
나를 조롱하는 말투와 시선에 나는 아무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 전정국을 보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웃음소리로 뒤덮인 반을 빠져나오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문으로 향했다.
문 앞에 다달았을 때 누군가가 내 손목을 붙잡았고, 나는 깜짝놀라 고개를 들었다.
전정국이었다.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자마자 그제야 참고 참았던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전정국은 그 눈물을 잠시 말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지켜보다 표정변화 없이 교실 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손목을 붙잡은 채로 내가 도망쳐 왔던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얘한테 질문했던 거 다시 그대로 물어봐. 다 대답해줄테니깐."
전정국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나 싸늘해서 웃고 있던 아이들이 웃음을 굳히고 조금씩 눈치를 보았다.
"아까는 뚫린 입이라고 존나 나불거리더니, 왜 닥치고 있는데?"
전정국이 맨 처음 질문을 던졌던 남자애에게로 다가가 멱살을 잡아 올렸다.
발을 바둥거리며 켁켁거리는 남자애를 전정국은 표정변화없이 내려다보았다.
"아까 니 새끼가 젤 신났던데, 질문안할 때마다 한대씩이야. 딱 5초준다.
오, 사, 삼"
"장난이었어!!!"
"뭐?"
"우리도 부잣집 자식한테 기죽기 싫으니깐 그냥 장난으로 그런거라고!"
퍽-
겁에 질려 말하는 남자애의 얼굴에 전정국의 주먹이 부딪혔고,
모든 아이들이 놀라서 입을 틀어막았다.
나도 머리로는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당황해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전정국은 바닥으로 쓰러진 남자애의 멱살을 잡고 다시 들어올렸다.
"질문안할때마다 한대씩이라고 했지?"
"미안해!!"
"사과는 내가 아니라 김탄소한테 해야지."
전정국은 남자애의 멱살을 잡은 채로 끌고 걸어와 내 앞에 내동댕이쳤다.
나는 이 상황이 무서워서 손에 주먹을 꽉 쥐고 얼어붙어있었다.
전정국이 남자애를 향해 "꿇어" 라고 말하자 남자애는 겁을 먹은 채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니새끼가 여기 있는 아까 웃고 떠든 년놈들 대표로 사과해."
"미안..."
"전정국, 그만해! 그냥 좀 질문한거 가지고 너무한거아니야?"
숨막힐 듯 고요한 공기 속에서 아까 날 쏘아붙였던 여자애 한 명이 앙칼지게 전정국 앞으로 섰고,
전정국이 미간을 더 좁히며 그 여자애를 내려다보았다.
"그냥 좀 질문?"
"..."
"그럼 그 그냥 좀 질문 니년한테또 똑같이 해볼까?"
"...."
"너 나 좋다고 쫓아다니던 년이지?
얼굴이 그따구로 생겨먹었는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따라다녔어?
니네 엄마 닮아서 그렇게 생긴거냐?"
"..."
"시발 기분더럽게 왜 울라고 그래? 그냥 좀 질문 니네가 김탄소한테 한 거 그대로 한거잖아."
여자애가 울면서 고개를 떨구자 내 친구였던 여자아이들이 그 여자애를 감싸고 돌았다.
"우리는 탄소가 우리 속인게 기분나빠서 그랬던거야!"
"상식적으로 니네 반응이 이따구일게 뻔한데 어떻게 말해?"
"..."
"적어도 김탄소는 너네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어.
오늘도 너네한테 작별인사하고 싶다고, 연락처는 남기고 떠나고 싶다고 다 말리는데 굳이 학교까지 온건데
친구라는 니네가 어떻게 김탄소한테 이래?"
"그..그건 우리랑 김탄소랑 할 얘기지!
왜 남의 반까지 와서 너가 끼어들어?"
"억울하면 니년들도 남편을 만드시던가."
전정국이 어이없다는 듯 차갑게 웃어보이고는 뒤돌아 굳어있던 나를 내려다보았다.
전정국의 차가운 태도가 무섭고 싫었는데 다행히 나를 바라볼 때만큼은 따듯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김탄소 이제 어떻게 할래? 너가 하고싶은대로 해.
더 때려달라면 때려주고, 사과받아달라고하면 받아줄게."
"더이상... 사과받을 가치도 없어."
"..."
"이런 것들을 친구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한심하고 짜증나."
"..."
"그냥 가자 전정국."
전정국은 내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내 손을 붙잡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복도에서는 이미 우리를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가득했고, 우리가 나오자 우리를 피하며 길이 갈라섰다.
그렇게 나는 최악이었던 마지막 교실에서 전정국의 손을 잡고 탈출했다.
----
"저런 년들 때문에 왜울어?"
"너는 그렇다고 때리면 어떡해? 너는 화나면 막무가내인거 진짜 고쳐야해"
"너한테 그따구로 말하고, 너가 울고 있는데 내가 안빡돌아?"
우리는 옥상에 나란히 앉아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틱틱거리고 있기는 했지만 목소리에서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반엔 왜 왔었어?"
"너 옥상으로 데려오려고."
"왜?"
"아까 그런년들같은 가짜친구말고 너 진짜친구 만나게 해주려고"
내가 고개를 기웃거리며 무슨 소리냐고 되묻기 전에 옥상 문을 열고 지민이가 들어왔다.
"지민아!!"
내가 벌떡 일어나 지민이에게 달려가 나도 모르게 와락 안겨버렸고
지민이는 그런 나를 양팔벌려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지민아, 연락 못해서 미안해. 너무 정신없었어."
"너만 괜찮으면 나는 괜찮아."
"야, 떨어져. 만나라 했지 안으라 한 적 없어."
전정국이 내 마이를 잡고 잡아당긴 탓에 나와 지민이는 떨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 지민이를 바라보며 계속 웃고만 있었다.
"지민아, 내가 이 학교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첫번째 이유는 너야. 널 만나서 정말 감사했어."
"나도야, 너 학교안나오면 진짜 보고싶을거야."
"매일 매일 연락할게!"
"매일은 안돼."
우리는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옥상에 셋이 나란히 앉았다.
"나랑 탄소랑 너무 친하게 지낸다고 틱틱거리더니
가기전에 꼭 한 번 만나고 가라고 그렇게 급하게 전화할 줄은 몰랐다."
"쪽팔리게 그런 건 왜 얘기해?!"
"헐 전정국 그랬어? 감동이야"
"감동받지마. 나중에 젤 친한 친구 못만나고 갔다고 또 찡찡거릴까봐 인심한번 쓴거니깐."
"내가 언제 찡찡거렸는데?!"
우리의 모습을 보고 지민이가 푸흐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보면 기분이 좋아져. 서로 진짜 좋아하는 게 느껴지거든."
지민이의 예쁜 음색이 파란 하늘의 하얀 뭉게구름과 어울어져 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었다.
이제 이 학교 옥상에서 지민이와 얘기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겠지만
이 파란 하늘도, 지민이의 예쁜 음색도, 전정국의 고마운 마음도 영원히 내 마음 속에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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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올려야겠구나."
아빠가 할말이 있다며 저녁식사를 하자고 식당으로 우리를 불렀고,
아빠의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스테이크를 쓸고 있던 나와 전정국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정국이 부모님하고, 회사 측에서는 이미 얘기를 끝냈다.
너희 신상이 공개되고 여론 쪽 반응이 너무 좋지 않아.
아무래도 이 결혼으로 우리 회사끼리 이익을 취하는 게 많다보니 그걸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고,
무엇보다 19살에 정략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안좋게 보면서 회사의 이미지까지 안좋아지고 있다.
이때다 싶어서 경쟁기업들도 부정적인 분위기로 여론을 이끌어가고 있고..."
"..."
"너희가 정략결혼 때문이 아니라 정말 원해서 결혼한 거라는 걸 보여준다면,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거라는 걸 보여준다면 여론이 조금이나마 잠잠해질 수 있을거다."
"그럼 우리 결혼식을 공개로 올리겠다고?"
"그래."
"결국 또 우리를 회사를 위해서 이용하시는거네."
내 날카로운 말에 아빠는 미안한 듯 말없이 내 눈을 피했다.
애초에 결혼이 화제가 되면 이런 부정적 반응들이 나올까봐
결혼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결혼식을 하지말자고 했던건 본인들이면서
이제는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위해서 결혼식을 하라니 참 기가 막혔다.
결혼식에 대한 환상같은 걸 크게 갖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회사를 위해서 하나뿐인 결혼식을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게 좋지는 않았다.
문득, 우리의 인생이 회사의 이익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체감이 되서 슬픈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한숨을 쉰 뒤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직 전달해야 할 말이 남아있는 듯 우물쭈물거리는 아빠가 날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내가 계속 아빠를 바라보자 망설이던 아빠가 말을 꺼네었다.
"그리고 사돈께서... 그러니깐 정국이어머님께서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너희가 정국이본가에 들어와서 지내면 좋겠다고 하셨다."
"뭐? 그 집에 들어가서 살라고?"
"그래. 아무래도 결혼식을 위해서 준비해야하는 게 한두개가 아니다 보니..."
"아빠... 아빠도 내가 그 집 가면 얼마나 기죽어 지내는지 아시잖아요."
"미안하다, 하지만 사돈께서 너무 원하셔서 거절할 수 없었다."
난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절망적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자, 나의 휴식처인 나와 전정국의 집에서 나와서 무서운 시어머니가 있는 시댁에서 지내야한다니.
이건 결혼식 소식보다 훨씬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그 때 묵묵히 아빠의 말을 듣고 있던 전정국이 내 손을 잡았다.
따듯한 온기에 조금이나마 내 마음이 위로가 되는 듯 했다.
"장인어른, 저희가 싫다고 해도 이미 다 결정된 일이고 결국 어른들 뜻대로 일이 진행될 걸 알고있습니다.
그러니 말씀하신 것들은 잘 해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무엇이냐?"
"결혼식 올리기 전에, 본가에 들어가기 전에
신혼여행을 다녀오도록 허락해주세요."
*
♡나의 소중한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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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은 끝났습니다!*
달감
와 여러분 올해의 마지막 날에 찾아왔네요♡
2017년에 의미있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 하나를 말하라고하면 여기서 독자분들을 만난거라고 말할거에요 정말요!
조용히 제 비공개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취미였던 저는 인티 글잡에 글을 쓰는게 이 작품이 처음이랍니다ㅠㅠ
(이 글도 사실 1년 전에 혼자 끄적여놓았던 글이었어요! )
처음으로 이렇게 글을 올려보면서
제 글이 여러분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는게 정말 기쁘기도했고,
동시에 오타나 맞춤법이나 글 실력이나 아직은 저의 부족함이 정말 많이 크다는 걸 깨닫기도 했습니다.
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항상 항상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
+새벽감성으로 말이 길어져버렸군요 헷
독자님들 모두 모두 2018년에는 행복한 일 가득하세요 해피뉴이어♡
+다음 해에 시작하는 29화는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여행편 룰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