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 보자. "
" 안 돼요, 진짜. "
"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 말해봐, 다 고칠게. "
" 저도 공과 사는 구분하거든요. "
" 제발 구분 좀 그만 하시지. "
이 아저씨가 왜 이래. 내 평론 쓰는데 자꾸 와서 기웃거린다. 귀에 바람을 불어넣질 않나, 뒤에서 안아대지 않나, 노트북 코드 뽑는다고 콘센트 앞에 앉아있질 않나. 어째 남들이 보는 것과 현실의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남들은 예전보다 더 시니컬해진 천재감독이라고 하는데 지금 내 앞에는 왠 떼쟁이가.
" 진짜 못 쓰겠어요. "
" 그럼 쓰지마. 너 그거 안 써도 내가 먹여살릴 수 있어. "
살짝 미소 지으면서 내 앞에 의자를 가져와 앉는다. 도경수가 이러는걸 이해를 못 하겠다. 사실상 내가 도경수 작품에 대해 평론을 하면 관심도 더 높아지고, 영화 예매율이나 시장점유율도 많이 오르고, 계산적인 면에서도 훨씬 흑자다. 방금 샤워하고 나와 미처 말리지 못 한 머리를 탈탈 털며, 짙은 눈썹 사이를 찡그린다. 더 중후해진게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 잘생겨진 것 같아. 그리고 요즘은 도경수가 화보도 찍고 그런다. 내 눈에만 잘생긴게 아닌가보다.
" OO야. "
" 좀 이따가 얘기해요. 이것만 다 쓰, "
" OO야. "
" 이따가 얘기하자니까요? "
" OO야. "
나를 세 번 부른다.
" 말해요. "
" 나 이제 영화 그만 둘까? "
" ……. "
" ……. "
" 네? "
이게 무슨 소리인가.
" 진심이예요? "
" 어. "
" 왜? "
" 그냥…, 지쳐서. "
" 무슨 일 있어요? "
" (웃음) 없어, 그런 거."
" 절대 안 돼요. "
갑자기 도경수 눈에서 진심이 보여 겁이 났다. 더 대화해야하는데 울컥해 혹시라도 눈물이 날까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눈이 벌써 벌개지려고 한다. 도경수가 문을 두드린다. OO야, 문 열어봐. 나보다 더 침착한 저 목소리가 나를 더 울적하게 만든다. 휴지를 몇 칸 뜯어 두 눈에 꾹 눌렀다. 후, 한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문을 열었다.
" OO야, 내 말 들어봐. "
" 응. 말해요. "
도경수가 내 손목을 잡고 식탁 의자에 앉힌다. 그리고 저도 맞은 편에 앉아 물 한 잔을 마시고 내 두 손을 잡는다.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
" ……. "
" 내가 영화감독인가, 아니면 연예인인가. "
" 아…. "
" 내가 영화를 찍으면 꼭 화보 제의가 들어와. CF를 찍고, 다른 감독의 영화에 특별출연을 해. OST를 직접 불러달라는 제의도 있고. 그럴 때마다, 내 팬들 위한 서프라이즈라고 생각하고 몇 번 응했어. 네가 좋아하는 게 제일 큰 이유였지만. "
" ……. "
" 점점 내가 말하고자 하는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뒷전이 되어가. 내 타이틀은 더 이상 천재가 아니야. 감독은 더더욱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
" 미안해요…, 제가 괜히, "
" 아니. 네 탓이라고 생각 전혀 안 해. 내 결정이었고 넌 좋아해준 것 뿐이니까. (웃음) 너는 내가 뭘 하든지 좋아해주잖아. "
도경수가 말을 하다가 고개를 푹 숙인다. 우는 것 같지는 않은데, 보기만 해도 생각이 많아보여 안쓰럽게 느껴진다. 꽤 오래 숙이고 있는 고개가 아플 것 같아, 잡고 있는 손을 하나 빼 도경수 어깨에 손을 올렸다.
" 결정한대로 해요. "
" 다시 감독이 되고싶어. "
" ……. "
마음이 아린다. 저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뻔히 아는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다.
" 그리고, 너랑 결혼도 하고싶어. "
쿵,
심장이 떨어진다. 떨어진 것도 잠시, 쿵쾅쿵쾅 뛴다. 도경수 어깨에 닿은 손까지 뛰는 것 같다. 항상 바래왔던 말은 아니지만, 언젠가 결혼한다면 도경수랑 꼭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도경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기에 나만 결혼에 대한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다시 눈이 빨개지는 것 같다. 아직 흐르지 않은 눈물을 닦으려고 도경수 어깨에 손을 뗀 순간, 그가 고개를 든다.
" 네 입에서 지겨운 감독 소리 말고, 다른 말 듣고싶어. "
" ……. "
" 너 아직도 나 어려워하잖아. "
" 그런 적 없어요. "
" (웃음) 네가 나랑 맞먹으려고 대드는 모습 보는게 소원이다. "
" 농담도. "
" 네가 나를 아직도 감독으로 대할 때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
" ……. "
" 나는 네가 너무 좋은데. "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하는 도경수 때문에, 맘 놓고 울 수도 없다. 꾹 참느라 흐르지 못 하고 눈에 가득 고여있는 눈물을 도경수가 큰 손으로 닦아주었다.
" 우리 결혼할까? "
" ……. "
이번엔 내가 고개를 숙였다. 코 끝이 찡해질 정도로 울음을 참다가, 펑 터졌다. 듣고싶었던 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식탁 끝에 떨어져 걸쳐진 눈물이 내 다리로 톡 떨어진다. 고개를 든 채로 휴지를 뜯으려고 했는데, 어느 새 옆자리에 앉아있는 도경수. 내 눈을 보려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아준다. 거절의 눈물이야, 기쁨의 눈물이야? 답을 정말 모르는건지 살짝 미소만 지으면서 나에게 말한다. 고개를 들어 감정을 추스리고 입을 뗐다.
" 나만 그런 생각가지고 있는 줄 알았어요. "
도경수가 아까보다 더 밝게 웃으면서 내 다음 말을 기다린다.
" 나만 좋아하는 것 아닌가, 사귀면서도 자존심이 상해서 말을 못 했어요. "
" 그랬어? "
" 이제 결혼에 대한 맘 접어가고있었는데…, "
" 큰일날 뻔 했네, 나? "
" 흐…, "
" 또 울어? 속상하게. 내가 너무 표현을 못 했지. "
다정하게 내 말을 경청하고 기다리는 그의 모습에 또 울컥한다. 목이 메여서 말을 할 수가 없다. 계속 헛기침 하면서 목이 메인 걸 풀려고 하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된다.
" 미안해. "
도경수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입 맞췄다. 짧게 아랫입술을 물었다 놓고 내 눈에 다시 짧게 키스했다.
" 내가 결혼은 할 생각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
" ……. "
" 그 날 생각했어. 너랑 결혼해야겠다고. "
" …언제요? "
" 내가 너의 'sunday morning' 평론을 읽고 너를 만난 날. "
" 아…. "
"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잖아, 네가. "
- OO야, 나와.
그의 문자를 받고 신발을 신었다. 요즘 한창 일이 많아서 집 밖에 나갈 새가 없었는데, 오랜만이다. 도경수가 사준 빨간 목도리를 다시 여몄다. 바깥 공기를 쐬서 그런가, 마음이 들뜨는 것 같으면서도 착잡하기도 하고. 문을 열고 나오니 멋진 SUV 앞 수트 입은 도경수.
" 오늘 말할거죠? "
" 어. 되묻지마. 안 바뀌어. "
오늘은 영화감독 도경수의 간담회날이다. 8번째 작품 '어두운 밤' 간담회에, 그는 기자분들에게 인사도 할 겸 미리 가있으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그 얘기를 한다고 한다. '어두운 밤'을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말. 너무 급작스러워서 몇 번을 되물었지만 예전부터 생각했던 일인 듯 했다. 이 무슨 개소리냐며 나까지 왈왈 대던 그 날, 나는 몇 시간동안의 대화를 끝으로 '알겠다'며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내 마음은 뼛 속까지 팬심이었을 터. 제 가수가 앨범 안 내고, 제 배우가 연기 안 하겠다고 하는 폭탄선언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아, 물론 지금 이 생각도 부질없긴 하다.
" 후…. "
차를 타면서 가는 길. 도경수보다 내가 더 착잡하다. 괜찮냐며 오히려 나에게 묻는 말에 입꼬리만 살짝 웃어보였다. 어제 술을 마시고도 잠이 오지않아 날 밤을 샌게 지금 피곤이 몰려온다. 눈을 감았다. 내 왼손을 폭 감싸듯 가져간다. 그렇게 말 없이 서로 앞만 보았다.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 쓰다 실패하기를 몇 번 반복하니 어느 새 간담회장이다. 내 목 뒤를 안마해주듯 쓰다듬고 내리라며 눈짓을 한다.
" 사람 많이 왔다. "
" 그러게요. "
" 화 많이 났지. "
" 아니예요. 생각해보니 오빠도 좀 쉬어야할 때잖아요. "
"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
" ……뭘요. "
" 나 봐. "
도경수와 눈을 마주치니 내 앞머리를 정돈해준다. 내 머리에 있는 자신의 손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 너무 예뻐. "
" ……. "
"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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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이 2위여서, 쓰러왔어요!
불마크 아니어서 심쿵한 거 아니죠? (긴장)
새드면서 해피고, 해피면서 새드고 그러네요!
이런 분위기로 끝맺고 싶었어요, 경수는 꼭!
새디, 변태 이런 거 아닙니다. (단호)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지만 경수 8번째 작품은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봐'의 그 어두운 밤입니다!
웹툰작가 번외 초록글 고맙습니다!
매번 정말 감사합니다......진짜!!!!!!!!!!!!!
이제와서 얼른 쓰고 댓글 달자는 맘에 아직 댓글도 채 못 달았네요!
지금 달러갑니다~~~~~~~~~~♡
+ 그리고, 단편 말고 다른 걸 한 번 써보려고 해요!
직업시리즈를 연재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매번 불마크 상황으로 끝나는데 한계가 ㅠ^ㅠ
뭔가 매번 달라야한다는 생각에 점점 어려워져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