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이 이루어지는 중
3
그의 고충(?)
그날부로, 나는 전정국과 오래 만나 온 친구처럼 친해졌음. 사실 친해지기보단 어떻게 보면 야자 메이트.
"어, 혹시 전정국 지금 없어?"
"전정국? 아마 매점 갔을걸."
바로 어제, 전정국과 걸었던 이름 모를 내기에 어쩌다 보니 내가 이겨서 전정국이 내게 초코우유를 사주게 되었는데, 이 자식이 반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한다.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려던 전정국의 이름을 억지로 삼켜내고 조용히 벽에 기댄 체 끝나기만을 기다렸는데
"진짜 예전부터 좋아, 했는데…"
"아… 진짜 미안."
왠지 들으면 안 되는 걸 듣고 있었음. 왜 그 많은 대화중에 하필이면 이런 걸 듣고 그러냐.
나까지 숙연해지는 분위기였음. 드라마 같은 상황. 이런 일이 실제로 있긴 하구나.
한층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여자애는 얼굴이 빨개진 체 반대편으로 걸어갔고,
…아 잠시만, 나?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치기 시작하는 전정국, 그리고
전정국
[ㅇㄷ]
[초코우유 사줄 테니까 매점ㄱㄱ]
격렬하게 울리는 눈치 없는 내 핸드폰. 제발 닥치란 말이야!
최대한 자연스럽게 해.. 김여주.. 할 수 있다..
"아, 어어. 너 매점에 있다 그래서 찾고 있었는데 여기 있었네."
"아―,"
그래. 존나… 자연스러웠어.
"아, 근데ㅡ"
"뭐, 왜. 뭐! 나 배고파!"
"…알았어, 사준다니까?"
갑자기 의미심장한 태도로 물어오는 전정국에 혼자 찔려선 일부로 말을 돌려 입을 틀어막았고, 가까스로 한숨 돌릴 수 있었음.
그나저나 정말로, 전정국은 이런 상황을 개의치 않아 하구나.
불현듯 이상한 감정이 뒤섞여 마음 한구석이 허해지는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뭐. 나는 전정국을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4
아뿔싸
춘추복이 적응되기도 전에 어느새 하복을 입은 우리는 여전하게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곤 했음.
시간은 흘러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나서도 우리는 마치 학교를 다니는 마냥, 그저 심심할 때마다 만났음.
"와, 날씨냐 무슨."
"카페 다 찼는데 어떡하지."
집에 틀어박혀 카톡을 하고 있는데 서로 빙수가 먹고 싶다는 마음이 통했다는 이유로 밖을 나왔는데…
"…?"
밖에서 땀을 홍수같이 흘리며 배회하다 결국 전정국이 내린 결론에 당황했음. 내가 잘못 들었나.
"그야 부모님 계시니까ㅡ 민폐야."
"아 우리 집에 아무도 없어, 걍 가자."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자꾸만 망설이는 나의 손목을 붙잡았음.
"아- 살겠다."
"그냥 너 놔두고 나 혼자 튀는 거였는데."
"밖에서 살고 싶다는 뜻임?"
"ㅋㅋㅋㅋㅋ 아니 좀 봐주라."
전정국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정국이 틀어준 에어컨 덕에 한숨 돌릴 수 있었음.
"왜 주는데."
"니 입고 있는 꼴 보면 모르겠냐."
아 미친. 전정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바지로 다리를 휘어감았음.
5
"아싸, 김여주 매점셔틀 당첨이요!"
"어ㅡ, 김여주."
"아."
여름방학, 그 날을 끝으로 내가 전정국을 좋아하게 돼 버렸다는걸 정말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음.
아 내가 정말 전정국을 좋아하게 됐구나, 싶을 정도로 전정국만 보면 빨개지는 얼굴을 주체할 수 없었음.
이름모를 문자도 전정국일까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폰을 잡기도 하고,
예전 같았으면 갑작스레 들이밀던 그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밀쳐버릴텐데, 얼굴이 빨개질까봐 고개를 돌렸음.
학기가 끝날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사이는 자연스레 멀어졌음. 내가 일방적으로 피했기에.
복도 저 멀리서 전정국이 보인다 싶으면 반대방향으로 돌아갔고, 전정국이 나를 찾으러 아님 볼일이 있어서 우리반으로 오면 내가 먼저 숨었음.
[오늘 야자쨈?]
[ㄴㄴ 걍 오늘은 공부하자]
[왠일]
물론 전정국이 호락호락 하진 않았음. 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거란건 생각도 못하겠지.
전정국
너 왜 나 피해
먼소리여
내가 닐 왜피해
전정국
장난하지 말고
??..
갑자기 왜..
전정국
이번시간 끝나고 반에있어봐
찾아갈게
엥 나매점감!
전정국
언제 시간 되는데?
오늘은 좀 힘들거 같ㅇ다
나 마치고 친구들이랑 약속있음
이게 마지막 카톡.
나의 마지막 답에는 1이 사라진지 오래.
이로써 모든 답은 끝난거였음. 전정국도 이쯤되면 내가 자신을 피한다고 느낀 감정을 확정 지었을것임.
이 이후로 우리는 완전하게 연락이 끊겼고, 이상하게도 연락이 끊기니 마주치는 일도 줄어들었음.
간혹 마주친다면 이번엔 내가 피하지도 않았고, 전정국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았음.
친구들이 전정국이랑 싸웠냐고 물어오면 그냥 게임하는거라고 구라깠음.
하지만 어째, 전정국을 좋아하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음.
내가 그렇게 마주치기 싫어서 억지로 피했는데도 뒤늦게서야 전정국이 보고싶어 미치겠는거임.
그리고 2학년. 학년이 바뀌자 확연히 멀어진 전정국과 나의 반 거리.
그 흔한 마주침 한 번 없었고, 내가 전정국을 볼 일이 있다면 아마 쉬는시간 축구하는 모습으로나마 볼 수 있다는 것.
또 뒤늦게서야 반성하는건ㅡ
이런 생각은 안 되는거지만, 그때 매점에서 봤던 여자애가 내가 될까봐 싶은 작은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있었나 보다.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나의 1년. 짧고도 긴 시간을 지나서 다시 본 전정국은 여전했다.
"오랜만이네."
1년전의 그 날, 우리가 처음으로 만나던 날, 우리가 처음 친해졌던 날.
그때랑 똑같은 말을 하며 말이다.
+
(우웩)
일단 싸질러본 글이 이렇게 스케일이 커질줄은..
저만 알았구요 네
아무쪼록 이런 글 읽어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브금은 에릭X웬디 봄인가봐 추천합니다.
물론 들으면서 쓰진않았지만요 히힝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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