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랑 6년째 연애중
01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 받은 후, 윤기와 오고가는 연락이 많아졌다.
처음에 어색하게 주고받던 문자부터 시작해서
함께 영화도 보고, 집 앞 공원도 걷는 사이가 되었다.
그 날도 그저 그런 날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아마도 긴 설 연휴 중 하루였을거다.
우연히도 같은 날 동네에 남아있던 윤기와 나는
항상 걷던 그 공원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아직은 겨울이기에 제법 칼바람이 불었다.
코 끝이 빨개진 채로 공원 놀이터에서 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뛰어오는 윤기가 보였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어?”
“아-니!”
정말로 미안해하는 표정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윤기는 내 손에 핫팩을 쥐어주며 작게 웃었다.
“거짓말”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원을 나란히 걷고 있는데
주머니 속으로 내 손을 잡아오는 차가운 손이 느껴졌다.
“추우니까..”
민망한지 앞만 바라보고 말하는 윤기가 꽤나 귀여웠다.
주머니에서 꼼지락대며 깍지를 끼었다.
깜박거리는 가로등 아래였다.
걸음을 멈추고 날 바라보는 윤기의 눈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뭘 말하고 싶은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눈이 너무나도 다정해서.
“여주야.”
“응..”
“좋아해.”
“…”
그래도 직접 듣는 건 달랐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머리 속에서 좋아해라는 말만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대답없는 나 때문인지 윤기는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이었다.
“사실, 처음 너가 나한테 인사했던 그 날부터
한번도 너를 좋아하지 않은 적은 없었어.”
“윤기야..”
“이제야 말해서 미안해.”
“나도 니가 좋아. 너가 내가 좋은만큼.”
내 대답에 윤기는 그제서야 활짝 웃었다.
입동굴이 생기는 그 웃음에 나도 따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행복한 얼굴을 하고 나를 안아주던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운 좋게도 윤기와 나는 같은 반에 배정이 되었다.
운명이라며 키득키득댔던 어린 우리가 생각난다.
윤기는 참 이상했다. 안 친했을때는 세상 사람 중에
학교에서는 우선 티내지 말자는 내 말에
윤기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고 새 친구들을 만나야하는
그 설렘과 두려움에 걱정이 먼저 앞섰던 것 같다.
윤기는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우리만의 비밀연애를 한 지 3달 째였다.
반 애들은 우리가 그저 같은 중학교를 나와
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주야, 너 윤기랑 친하지.”
“응, 친하지.”
“윤기 어때?”
윤기에게 관심을 갖는 같은 무리의 친구에 꽤나 당황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다.
“아.. 뭐 괜찮지. 착해.”
“그치?? 아 진짜 좀 괜찮은거 같애.”
노골적인 관심에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먼저 비밀로 하자해놓고 이제와서
짠하고 말할 수도 없고,
과거의 나를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종례 후 함께 집으로 가는 길,
유난히 말이 없는 내 모습에 윤기는
눈치를 보며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우리 여주가 왜 기분이 안좋을까나?”
“….”
“무슨 일 있었어?”
한참이나 대답이 없는 나를 잠시 멈춰세우고는
진지해진 표정으로 윤기가 물었다.
“아-니..”
“우리 반 한지우?”
“응..걔가 너 좋대.”
“뭐?”
갑작스런 내 말에 윤기는 황당한 듯 되물었다.
잠시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는 듯 싶더니
이내 씩 웃었다.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지금 질투하시는거?”
“아니라고 그런거!”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나한테는..
“알아.”
“…”
“너 지우랑 친구잖아. 그래서 곤란한거고,”
“…. 나 어떻게 해야돼?”
윤기는 내 맘을 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말에 답답했던 마음이 녹는 것 같아 눈물이 고였다.
“그냥, 넌 그대로 있어. 걱정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그 말이 되게 믿음직했었었다.
“야, 민윤기 좋아하는 사람 있대”
“누구한테 들었어?”
“누구긴, 김태형이지. 민윤기 절친.”
“아, 대박.”
아침에 등교하고 나니 친구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사이로 들리는 익숙한 이름에 아닌 척 했지만 귀가 쫑긋했다.
“여주야, 넌 알아?”
“뭐를?”
“민윤기가 좋아하는 사람.”
“나…도 처음 듣는데?”
친구들의 궁금한 얼굴을 보니 죄책감이 너무 몰려왔다.
하지만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을 윤기를
떠올리니 윤기의 말대로 가만히,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윤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라는 소문이 반에 돌기 시작했다.
윤기가 부정하지 않으니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다.
친구들은 내게 확답을 바랬다. 지우의 눈에는 아쉬움과
작은 원망이 담겨있었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윤기는 우리가
사귀게 되었다고 애들에게 말했다.
안사귀는 척하며 윤기를 모른척 밀어낼 때도,
윤기의 마음보다 친구들에게서 배척당할까봐
전전긍긍대던 나였다. 그래도 윤기는 그런 나를 이해해줬다.
“윤기야 넌 내가 왜 좋아?”
“왜냐니, 뭘 그런걸 물어.”
윤기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유가 있을거 아니야, 나한테 왜 고백했어?”
“이유가 어딨어, 그냥 너니까 좋은거지.”
민윤기랑 6년째 연애중
나를 만날 때를 제외하곤 작업실에 살다시피하는 윤기였다.
혼자있으면 밥도 안먹고 일만 하는 걸 잘 아니까
종종 도시락을 싸가거나 음식을 포장해 찾아가곤 했다.
자기 일에 집중할 땐 누구보다도 예민해지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잠깐 만나는게 우리 데이트의
전부였어도, 그래도 괜찮았다. 다 이해했다.
윤기는 내 말이 들리는지 마는지 여전히
눈은 화면에 고정되있었다. 포장해온 음식들을
풀어놓으며 윤기를 끌어와 앉혔다.
오늘도 역시나 젓가락으로 깨작깨작대며 먹는 윤기였다.
옛날에는 팍팍 좀 먹으라고 잔소리를 해댔지만
이제 워낙 익숙해지기도 했고 나름 맛있게 먹고 있는 거니까..
“내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알아?
아니 글쎄 어제 우리 고등학교 때 걔 있잖아,
그 우리랑 같은 반이었던..”
“….”
“준호! 아 맞아 걔를 우연히 만난거야.
대박이지, 걔가 나 따라다녔잖아!”
“…”
내 얘기를 듣긴 하는건지 입은 오물오물대고 있는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이 얘기 해주고 싶어서
오늘 신나서 왔는데, 직접 너랑 얘기하고 싶어서
카톡으로도 말 안하고 참았다가 지금 얘기하는 건데.
“아, 뭐라고? 미안. 딴 생각 중이라 못 들었어. 미안해”
계속되는 정적에 윤기는 멍때리다 깼는지 다시 되물었다.
“진짜로 미안하긴 해?”
“미안 미안. 진짜로.”
“됐어. 별로 중요한 얘기 아니었어.”
“여주야.”
마주 앉아있던 윤기가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겨왔다.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내가 신경 못써줘서 미안해.
이번 일 끝나면 가까운데 어디라도 놀러가자.”
“진짜?”
“당연하지.”
윤기의 웃는 얼굴을 보니 더 화낼 수가 없었다.
난 항상 네 웃음에 약하니까.
?
독자님들 저 왔어여!!!!
예쁜 댓글들과 신알신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읽으면서 느끼셨겠지만 윤기와 처음 만났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6년째 연애 중인 지금의 이야기를 오고가며 전개될 예정입니다!
기나긴 연애사에서 보고싶은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제가 한 번 넣도록 하겠슴돠 핳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화에서 또 만나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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