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왔어요 |
떡밥을 무세요 |
| 이런 찬백 진짜 보고싶다 8 ver 조금 뒤의 미래 |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은 어느 아침이나 부산하다 못해 정신없다.그것은 오늘 막 둥지유치원에 입학하는 쌍둥이 형제 열이와 현이네 집도 해당되는 상황이었다. 아니,딱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열이 도시락 챙겨넣고." "아빠 도시락은 맛 없는데.." "어허-아들.그런 식으로 말하면 아빠가 섭섭," "빠파.이거 이르케 앙 드르가..." "어,어,그래그래.아빠가 넣어줄게.현아-"
하루하루가 매일 새로움의 연속이라지만,적어도 일곱살 열이에게 있어 아침의 대부분을 이렇게 똑같은 장면의 연속이다.자신의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쌍둥이 동생 현이는 오늘도 아빠가 건네주는 도시락을 부직포 사자가 오려붙여진 유치원 가방에 넣으려다 실패하곤 또 낑낑댄다.그러면 아빠는 자신과 투닥거리려다 말고 또 쭈쭈 혀를 차면무릎을 꿇곤 현이의 가방에 이상한 맛을 자랑하는 김계란말이가 담긴 분홍색 도시락을 넣어주겠지.문제는 현이는 그걸 또 맛있다고 앙앙 잘만 먹는단 말이야. 정말 앙앙 먹는다.분홍색 포크로 계란말이 하나를 쿡 찍고 입을 앙 벌려서 다시 앙앙앙.
"짠!도시락을 사자가 어흥!" "어흐응!" "...빨리 가자,아빠.오늘 아빠가 유치원 데려다 준다며!" "붕붕이!아빠 붕붕이!" "그래그래.아빠 붕붕이 타고 유치원 가자.옷 가져올테니까 현이 여기 가만히 있어요?열이 너도 딱 가만히 있어." "엉."
대체 언제쯤 유치원으로 출발할 수 있을까.벌써 여덟시에 도달해가는 시계를 보던 열이는 크게 입을 벌려 후아암 하품을 했다.그러자 아빠와 똑같은 색의 검은 갈기로 휩싸인 짧고 끝이 동그란 사자 귀가 갈색 머리칼 사이로 퐁퐁 튀어나온다.그런 쌍둥이 형을 지켜보던 현이가 베시시 웃으며 자리에서 퐁퐁 뛴다.
"현이도 귀!현이도 귀!" "너도 해 봐." "응!할 수 있어!"
꽤나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더니 끄응-하고 몸을 웅크리며 힘을 준다.밝은 금발이 복슬복슬 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엄마를 닮아 하얀 사자귀가 퐁퐁,한 짝씩 튀어 나온다. 했다!기분이 좋은지 까르륵 웃으며 손을 올려 귀를 잡곤 만지막거리는 걸 잠시 구경하다 그냥 놔 뒀다.겨우 삼십분 차이 쌍둥이인데 솔직히 한 세살은 동생갔다. 엄마 닮아서 그런걸까..아빠의 막무가내에 가까운 쓸데없는 배려심으로 인해 아직도 안방 침대에서 곤히 자고있을 엄마를 떠올리며 열이는 이제 조금 심통난 표정으로 닫힌 안방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빠는 뭐한다고 이렇게 안 나오는 거야!
"야,박 현." "웅?" "너 여기에 꼼짝말고 있어.움직이면 혼내줄거야." "으...나 혼내지 마!"
쌍둥이 형제의 협박이 제 딴에는 무서운지 어느새 허연 사자꼬리까지 나와선 두 손에 꼭 부여잡고 낑낑대는 걸 버려두곤 열이는 침실로 도도도 달려갔다. 잇챠!아직 높아서 잘 닿지 않는 문고리를 까치발로 잡아 슬쩍 미니 어두운 안방의 내부가 보인다.잠이 많은 엄마를 깨우지 않으려고 아빠가 커튼을 쳐놓은 게 분명했다. 추위를 잘타는 엄마를 위한 두터운 겨울 이불이 둥글게 뭉쳐있는 게 보이고 그 너머로 엄마의 하얀 강아지귀가 붉은 머리칼과 함께 보인다. 엄마다..!그래도 아직 일곱살밖에 안된 어린아이라 그런지 조금 보이는 엄마의 머리통에도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열이다.어느새 아빠를 끌고나올 생각따윈 기억 저편 너머로 사라지고 없었다.엄마한테 안겨야지!언제나 따뜻한 엄마 품을 생각하며 웃음을 꾹 참고 발소리를 죽여 살금살금 침대로 다가가는 열이였다. 엄마 없으면 아직도 울먹이는 현이가 알면 찡찡댈 게 뻔하지만 지금만큼은 엄마는 그 누구도 아닌 열이 ㄲ............
"아빠 뭐 해?" "아,아들 언제왔어?" "조금 전에 왔는데."
아빠 뭐 하고 있었어?낮게 깔린 열이의 눈이 백현의 잠옷단추를 슬금슬금 벗기고 있던 찬열의 손으로 정확히 고정되어 있었다.엄마는 추위도 잘 타는데 아빠가 왜 엄마 옷을 벗기려고 하지?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다섯번째 단추를 푼 채로 굳어있는 찬열의 불편해 보이는 눈을 마주한 열이는 다시 엄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엄마는 아직까지 베개에 머리를 눕힌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열이는 다시 아빠를 쳐다보았다.아빠가 이번엔 또 엄마의 잠옷 단추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잠궈주고 있었다.
"아빠." "으,응?" "엄마 옷은 왜 벗," "유치원 가자.늦었다."
아 왜!대답해 줘!시끄러,이 녀석아.엄마 깨잖아!결국 찬열의 옆구리에 끼인 채 억지로 안방에서 끌려나온 열이는 거실 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현이를 보고 놀란 아빠가 소파 위로 던져놓을 때까지 계속 떽떽 소리를 질러댔다.하지만 아빠는 현이의 옷을 입혀주고 안아서는 제 손을 잡고 집을 나와 차에 올라타서까지도.그리고 유치원에 도착해서 선생님께 인사를 드릴 때 까지도.절대 엄마 옷을 벗긴 이유를 가르쳐 주질 않았다.아무리 차를 운전하는 아빠의 머리를 잡아당기로 드러난 이마 위로 보이는 짙은 흉터자국을 앙 하고 이로 물어도 아빠는 조금 빨개진 얼굴로 앞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열이,현이!오늘도 선생님 말 잘 듣고!오늘은 아빠가 일을 하니까 크리스 삼촌이 집에 데려다 주실거야.알겠지?" "으,크리스 삼촌 싫어!" "빠파 찰칵찰칵해?" "크리스 삼촌이 왜 싫어.응,현아.아빠 오늘 찰칵찰칵해요."
둥지 유치원의 울타리 앞.차에서 열이와 현이를 내려준 찬열이 신신당부를 하자마자 열이와 현이의 표정이 확연히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열이가 '크리스'란 이름에 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말거나 찬열은 유치원 선생님께 꼭 붙은 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선생님과 인사를 하기 바쁘다.열이는 혼자 인상을 팍 찡그리곤 작은 발을 쾅쾅 굴리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싫어!아빠 나 크리스 삼촌 진짜!" "어,열이 안녕?"
싫다고.........마지막 가장 중요한 단어를 내뱉으려는 순간 등 뒤로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에 열이는 그만 입을 꾹 다물었다.얼굴이 절로 화끈거렸다.이건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방방 뛰느라 엉망이 된 앞머리를 다시 아빠가 빗어준 나름으로 정리해낸 열이는 사뭇 긴장된 표정으로 뒤를 돌았다.
"메이메이야.안녕.."
"열이 오늘 멋지네!아빠랑 같이 왔어?"
"네..."
메이메이의 손을 잡고있던 종대가 동그랗게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더욱 끌어올리며 열이의 앞에 무릎을 낮춰 앉자 메이메이가 똑같이 웃으며 종대를 따라 주홍색 유치원복 치마를 나부끼며 손을 팔랑팔랑 흔든다.예쁘다!열이의 얼굴이 아침에 본 찬열의 얼굴처럼 벌겋게 달아올라선 주체를 못하고 헤헤 웃었다. 그런 열이를 보고 종대는 슬쩍 웃었다.아무리 봐도 찬열과 똑같았다.
"열아,열아.오늘 우리 빠바가 열이랑 현이랑 수인이랑 경인이랑 같이 놀이공원 데려간대!" "크리스 삼촌이?" "열아.오늘 메이메이랑 재밌게 놀아줄거지?"
메이메이의 말에 점점 밝아지는 열이의 얼굴을 본 종대가 웃음을 꾹 참고는 열이의 손을 잡아 메이메이의 손과 맞잡아주며 물었다.작은 두 손이 닿는 순간,열이의 두 눈에 별이 번쩍 튀었다.으르렁!새끼 사자가 포효하듯 열이는 유치원이 떠나가라 씩씩하게 대답했다.
"네!!"
투 비 큥티뉴드^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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