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지방 경찰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짧은 문장임에도 수없이 외우고 외웠던 문장이지만 혹시 실수하지는 않았을까, 호흡이 떨려왔다. 몇일 간 거울을 보며 연습했던 경례까지 마친 후 걸음걸이 하나까지 각에 신경쓰며 서장실의 문을 닫았다.
늘 이런건 껌이지-하며 허세 가득하던 성우도 떨렸었는지 문을 닫자 마자 손을 가슴에 모으며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그런 성우의 모습에 괜시리 더 떨려와서 애꿎은 성우의 팔뚝을 주먹으로 퍽퍽 때렸다. 그러다가 앞서 가던 반장님께서 뒤를 돌아보시면 우린 언제그랬냐는듯 군기 가득한 모습으로 각을 잡고 서있었다.
"자, 이제 너희 스스로 악마의 소굴에 들어온걸 환영한다."
반장님의 짧고 굵은 박수 두번과 함께 그 옆을 쳐다보면 천장에는 '형사과 강력 1반'이라는 팻말이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그 팻말과 흔들리는 모습마저 꿈에서 본 모습과 일치해 나도 모르게 입꼬리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의 꿈속에 사는 남자에게 한발 짝 더 다가섰다는 의미였다.
다시 한번 군기 바짝 든 목소리로 인사를 드리고 나면 짧고 굵은 박수가 이어졌다.
"우와, 강력반에 여자라니. 이게 몇년반에 보는거야?"
그 말과 함께 성우와 나를 훑는 매서운 눈길들이 이어졌다. 그래도 어디가서 첫인상이 좋다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기 때문에 꽤나 자신이 있었다.
"자, 우리 팀에서는 편의상 막내들은 이름으로 부르고, 나머지는 형사라는 호칭으로 대신한다. 경위님, 경장님 이런 계급적인 호칭 나는 딱 질색이야.
그리고 막내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각자 직속 선임들을 정해놨다. 성우는 황민현 형사, 여주는 윤지성 형사가 맡는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팀 전체 회식이 있다. 지금까지 전달사항 다 이해했나?"
"네!!"
"마지막으로 우리 강력 1반이 어떤 팀인지는 알고있나?"
"범죄보단 사람이 먼저, 나보단 팀이 먼저 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고 강력팀 중 매년 실적업무 평가때마다 단 한번도 1등을 놓친적이 없는 팀입니다!"
나의 똑 부러지는 대답에 흥미롭다는듯 우리를 바라보던 다른 형사님들 입에서 오-하는 감탄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대답을 하지 못한 성우는 고개만 겨우 돌려 '너 어떻게 알았어?' 라는 흔들리는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성우야, 모르는게 당연해. 꿈에서 본거니까.
반장님은 예상치 못한 나의 완벽한 답변에 아주 마음에 드는듯 또 손을 모아 묵직한 박수를 치셨다.
"이야, 이번 막내들이 이정도란 말이지? 기대해보겠어."
책상에 기대어 이야기를 끝마치신 반장님은 곧바로 자리를 뜨셨다. 지금까지 지켜본 반장님의 스타일로는 허례허식 같은것들보단 간단하면서도 정확한것들을 좋아하시는것 같았다. 반장님이 자리를 옮기시자 우리에게 있던 시선들도 거두어졌고 다른 형사님들도 각자의 업무를 보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앞으로 생글생글 웃는 미소가 전혀 강력반과는 어울리지 않는, 당분간 나를 담당하게 될 윤지성 형사님이 내앞에 다가오셨다.
![[워너원/황민현] 꿈속에서 만난 황민현 형사님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6/09/2/67194c52bc88432f11f7e32a108c452f.gif)
![[워너원/황민현] 꿈속에서 만난 황민현 형사님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10/08/0/3e477bf72f1a177ca1c007a0313f208d.gif)
직속 선배가 아니라 오늘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면 내가 더 다가가는 수 밖에 없었다. 막내역할을 제대로 하자며 수첩을 보고 중얼거리는 성우를 꼬셔 경찰서 근처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아직 30분정도 남은 형사님들의 업무시간에 맞추어 다시 돌아가 커피를 한잔씩 건넸다.
마지막 남은 한잔을 성우가 캐리어에서 꺼내려 들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 성우의 손을 쳐내고 커피를 잡았다. 왜냐면, 이건 황민현 형사님꺼니까.
설레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다가서 조심스럽게 황민현 형사님의 책상에 아메리카노 한잔을 건넸다.
![[워너원/황민현] 꿈속에서 만난 황민현 형사님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6/17/23/8145bce6a8550afb2b456b0f20b7a677.gif)
그동안 꿈속 나의 왕자님은 늘 달달한 눈빛이었는데, 그와는 정반대로 짜증 가득한 눈빛이 나를 향해 있었다. 황민현 형사님은 매서운 눈빛으로 나와 커피를 번갈아 보시더니 이내 컴퓨터 모니터로 아예 시선을 돌리셨다. 당황스러움에 "네?"하고 물으면 오히려 더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안먹는다고." 하는 차가운 대답만이 돌아왔다.
한손에 찰랑이는 커피를 들고 멍-하게 서있으면 그 옆자리 이신 하성운 형사님께서 "이리줘요."하고 손을 내미셨다. 강해보이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하이톤의 목소리와 유머를 가지고 계셨다. 또 잠시간의 만남이었음에도 직설적인 성격이심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황민현 쟤는 이상하게 여자한테만 저래. 여자친구는 개뿔, 여사친도 하나 없어. 그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
성우에게는 그렇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던 사람이 여자한테만 그런다니, 꽤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한가지 생긴 희망이 있다면 여자친구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어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는 우연인척 황민현 형사님의 맞은편에 앉으려 애썼다.
강력반은 무섭고 험악한 형사들이 있다라는 선입견 이겠지만, 강력반과는 어울리지 않게 좋았던 팀 분위기는 사내를 벗어나 회식자리에 오자 더욱더 화기애애했다. 그 누구도 경찰조직이라고는 믿을거 같지 않았다. 반장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을 꽤나 잘하시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회식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우리도 술을 뺄 수는 없었다. 성우는 본래 성격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는 스타일인데 그 성격이 회식자리에서는 더욱 더 빛을 발했다. (경찰서 밖에서는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쓰라는 말씀에 따라) 선배님-하며 이리저리 술을 따라드리기도 했는데 성우 특유의 소맥 비율에 반한 하성운 형사님의 입에서는 성우의 칭찬이 마를 때 가 없었다.
"선배님- 한 잔 받으십시오!"
그 분위기에 나도 밀릴 수 없어 먼저 일어나 맞은편의 황민현 형사님께 술을 권했다. 하지만 아까의 데쟈뷰인지 이번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안먹어요." 였고 그 말을 강조라도 하듯 황민현 형사님은 술잔을 저 멀리로 옮기셨다. 그리고 한손에 든 집게로 말없이 고기를 구워 이리저리 나눠주셨다.
"자, 우리 후배님은 여자인데도 강력반에 그렇게 오고싶어 했다던데, 왜지?"
테이블의 가장 중앙에 앉으신 반장님께서 나를 향해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셨고,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단번에 집중되었다. 마치 면접시험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
"성별을 떠나서 가장 강력한 범죄와 싸우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었고, 그곳에서 조금이나마 제가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답변이였던걸까, 에이-하는 야유와 함께 눈앞으로 술이 가득 찬 술잔이 놓였다. 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으니까, 조용히 그 잔을 받아들어 입으로 털어넣었다. 그렇게 하나, 둘 모두가 취해갔다.
***
"키 181cm. 몸무게 67kg. 혈액형은 O형. 유도 전공자. 커피를 못드시고, 자몽에이드를 좋아하심. 그리고 술을 못드시고 성격이 깔끔하셔서 지저분한걸 싫어하심. 경찰서 청소도 답답함에 못견디셔서 황민현 형사님이 대부분 하심. 나이는 어리신데 일을 잘하셔서 이곳으로 차출되어 오심. 평소에는 다정한 성격인데 범인들 앞에서는 눈빛이 달라지심.
됐냐?"
"옹성우, 넌 정말 완벽한 친구야."
"근데 너 진짜 황민현 형사님이 좋아서 이런걸 부탁하는거야?"
나는 대답대신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성우는 그런 나를 알 수 없다는듯 반대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랑 나랑 경찰학원에서 유일하게 강력반 희망할 때 부터 이상한 애라는걸 알아봤어야 했어.
근데 진짜, 김여주. 너는 여자가 왜 강력반에 가려고 했어?"
"꿈에 그리던 남자가 여기 있거든."
***
또 꿈이다. 평소보다 일찍 깨어버린 꿈에 또 책상에 앉아 노란 포스트잇을 꺼내들고 꿈의 내용을 기록했다. 그리고 줄줄이 쌓여있는 황민현에 관한 꿈의 기록들 중 가장 마지막줄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아무래도 미래에 내가 성우에게 황민현 형사님에 관한 정보를 알아오라 명령이라도 했나보다. 이왕 꿀꺼면 조금 더 일찍 꿀것이지.
하지만 이제 겨우 두번째 출근인걸, 아직 늦지않았을꺼라 생각하며 포스트잇이 떨어지지않게 한번더 손으로 꾹꾹 눌러 붙였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더 닿기를 바라면서.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화목했던 팀 분위기는 반장님이 들고 오는 자료를 보자마자 확 가라앉았다. 빌딩 건축공사 중인 지역에서 마약 밀거래가 이루어질것이라는 정보였다. 어제는 회식장소를 어디로 갈것인가에 관한 글이 빼곡하던 화이트보드가 뒤집히고 그 반대편에 있던 마약 밀거래 조직들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아무래도 꽤 오랫동안 그 조직에 대해 쫒고있었던것 같았다.
공사가 쉬는 휴일인 오늘 오후 3시, 1층에서 은밀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가장 경력이 많으신 반장님과 윤지성 형사님이 접근을 맏고, 그 뒤쪽 퇴로에는 하성운 형사님과 성우, 그리고 다른쪽 퇴로에 황민현 형사님과 내가 대기하다가 범인들이 도망가는 방향에 따라 추격한다. 범인들기 무기를 들고 있거나 생명에 위협이 있을시에는 이 권총을 발포하여도 좋다.
그 빌딩을 중심으로 한 주변 지도와 권총 한자루가 내 손에 쥐어졌다. 첫발은 공포탄인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무서움에 얼른 뒷쪽 권총 케이스에 총을 찔러넣었다. 그 총의 무게감만큼 갑자기 다가온 실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김여주도 데리고 갑니까?”
“김여주 형사도 당연히 데리고 간다.”
“형사는 무슨, 달리기나 제대로 하겠습니까.”
황민현 형사님의 까칠한 대답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황형사님은 아무렇지않게 총을 한번 점검하고 있었고 그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나는 그저 열심히하겠습니다!하고 웃어보일 뿐이었다.
모두 하나둘 팀별로 차에 탑승했고 각자의 위치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사이다 오케이.”
“콜라 오케이.”
“환타 오케이.”
각자 팀 별로 잠복위치에서 잠복을 시작했음을 알리는 무전 신호가 들렸다. 그 무전기소리 이후로 차안에는 예상대로 정적만 가득했다.
“선배님, 뭐 마실거라도 사가지고 올까요?”
“와, 이 빌딩 되게 높네요. 선배님은 어디쪽에 사세요?”
“어! 저랑 휴대폰 똑같은거 사용하시네요!”
그 정적을 조금이라도 깨보려는 나의 노력은 황민현 형사님이 대답 대신에 고개 까닥임이나 무시로 일관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 형사님은 그저 창문에 팔을 괴고 박자에 맞춰 손가락으로 핸들을 톡톡 건드릴뿐이었다.
나도 그 박자에 빨려들어가고 있을 때 쯤이면, 저 멀리 골목 모퉁이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조직의 오른팔이 서서히 걸어오는게 보였다. 조금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벌써 부터 움직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그 약속 장소인 빌딩으로 들어가려면 우리 차를 지나쳐 가야만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차앞에서 휴대폰을 하며 경계가 섞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살짝 열어놓은 창문을 타고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뭔가 이상합니다.”
긴장 되어 숙이고만 있던 나의 고개가 나도 모르게 황민현 형사님을 향했다. 잠복부터 이렇게 들켜버리면... 어떡하지, 지금 달려가서 잡아야하나? 그럼 다른 밀거래조직을 놓치게 될텐데...그 고민에 형사님을 한번 더 바라보면 형사님또한 입술을 잘근 잘근 씹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 형사들이 잠복,”
그리고 그 말이 다 끝나기전에 황민현 형사님의 입에서 “아씨,”하는 말과 함께 빠르게 몸이 움직였다. 형사님은 갑자기 나에게 훅 다가와 뒷목을 손으로 잡고는 고개를 비틀었다. 그러니까, 입술만 데이지 않은 키스..그래 그 자세였다. 당황스러움에 눈도 감지못하고 멀뚱멀뚱 형사님을 바라봤다. 아니다, 눈을 감으면 더 이상하려나.
“아, 아닌것 같습니다. 제가 예민했나봅니다.”
그리고 그 조직원은 전화를 끊고 접선장소로 다시 향했다. 그가 다 지나가고 나서야 형사님은 나에게서 멀어지셨고 얼굴이 후끈후끈, 아무래도 빨갛게 달아오른것 같은 나는 애써 아무렇지않은척 큼큼,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지금 들어갔습니다.”
무전기를 타고 황민현 형사님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러면 이제 말 대신 암호로 사용하는, 무전기 마이크부분을 톡톡 두번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는 뜻이었다.
조직원이 완벽히 건물안으로 들어가는것을 확인한 후, 황민현 형사님은 차에서 내리셨다. 나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씀도 안해주신터라 나또한 따라내려 “뭐 어떻게 할까요?”하고 질문을 던졌다.
“팔짱껴.”
“네?”
“나도 싫으니까 껴.”
갑자기 팔을 내미시는 형사님에 당황했지만, 무엇인가 생각이 있으실걸 알기에 그대로 따랐다. 형사님의 표정에는 오로지 ‘일’ ‘작전’ 많이 가득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연인처럼 팔짱을 낀채 그 빌딩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그 안을 주시하는 일이었다.
가까이서 함께 맞춰 걸으니 황민현 형사님의 키는 더욱더 커보였고 팔짱만으로도 탄탄한 팔뚝이 느껴졌다. 이런 작전이면 얼마든지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침이 꿀꺽 삼켜졌다.
“잡아!!!!!!”
그때였다, 아직 콘크리트벽만 세워진 빌딩안에서 반장님의 외침이 들렸고 황민현 형사님은 엄청난 반사신경으로 범인이 나올 입구로 달려나갔다. 범이 나올 예상 도주로 앞에 다 다를때면 저 맞은편에서 마찬가지로 열심히 달려오는 하성운 형사님과 성우가 보였다.
예상대로 그 도주로로 달려나온 범인은 양쪽에서 포획해오는 우리를 발견하고 방향을 틀어 우리쪽으로 달려왔다. 범인 입장에서는 우리를 커플이거나, 형사라해도 아무래도 남자둘보다는 하나가 나을테니까.
하지만 범인이 달려오는 그 길에는 황민현 형사님이 버티고 있었고 그 뒤에는 내가 있었다. 점점 범인과 황형사님이 가까워졌고 범인도 그걸 알았을까,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형사님쪽으로 높게 쌓여진 벽돌을 발로 차버렸다. 위태롭게 쌓여진 벽돌은 형사님쪽으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졌고 형사님은 다행히도 방향을 틀어 벽톨을 피했다. 그리고 그 틈에 범인은 형사님을 지나쳐 달렸다. 그 말은 그 길에 범인을 잡을 사람은 나뿐이었다.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빠른 속도로 범인은 나에게 가까워졌고 범인은 나를 벽돌만도 못하게 손으로 밀고 달아났다. 나는 그저 힘없이 밀려났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이를 악물고 범인을 따라 달렸다.
범인은 우리가 잠복하던 차를 지나 다른 골목길 사이로 달려갔다. 이곳으로 오면서 정적속에 창박구경을 열심히 해서 다행이었을까, 범인이 들어간 저 골목보다 옆으로 달려가면 범인보다 빠르게 골목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범인이 들어간 옆골목으로 달렸고, 어느새 나의 옆을 달리고 있는 황민현 형사님이 범인의 뒤를 따랐다. 길가의 벽돌만도 못하게 뚫려버린 내가 너무 싫어서 더 이를 악물고 달렸다. 그리고 그 골목의 끝에 다달라 코너를 돌면 나의 맞은편에서 막 코너를 돈 범인과 맞닥뜨렸다. 당황할 틈도 없이 범인을 잡으려고 팔을 뻗으면, 뻗은 팔 사이로 범인의 팔이 들어와 나를 밀어버렸다. 이번에도 역시 종잇장처럼 범인에게 밀려났고 내 몸은 쓰레기더미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범인에게 명치를 맞은건지 순간적인 고통과 함께 숨이 쉬어지지를 않았다. 쓰레기더미 위에서 배를 감싸고 눈으로나마 범인을 쫒고 있으면 범인은 더 큰도로로 나가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로 사라졌다. 뒤늦게 달려온 다른 형사님들도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더이상 범인의 그림자조차 보이질않았다.
황민현 형사님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머리를 쓸어넘겼고 그옆의 하성운 형사님은 짜증과 함께 자기머리를 헝크려트렸다. 나는 성우의 부축을 받아 겨우 쓰레기더미 위에서 일어났다. 범인을 놓쳐버린 최악의 상황에서 아프다는 소리하나 낼 수 없었고, 나는 그럴 자격도 없었다.
***
그동안 온화로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계시던 반장님이 신경질적이게 서류파일을 책상에 던지셨다. 회의실에 설치된 빔으로 화이트보드에 화면을 비추었고 빌딩을 중심으로 범인의 도망 루트에 따라 선이 그어져있었다.
“그러게 여자는 필요없다고 했지않습니까,”
반장님이 범인의 도망루트에 대해서 한번더 파악하자며 체크를 하셨다. 빌딩에 나와서 한번, 골목길에서 한번 총 두번이나 범인을 놓쳤고 그 두번다 내가 놓친 일이었다. 황민현 형사님의 말씀은 틀린게 없었고 그말에 절로 고개가 푸욱 숙여졌다.
“죄송합니다.”
나의 무능력함과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지만 여기서 울어버리면 정말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는것만 같아서 입술을 꽉 깨물고 버텼다.
“힘에서 밀리는걸 뭐 어쩔 수 있나, 그리고 이제 이틀차잖아.”
“그래도 길 파악 잘해서 골목 돌아간건 센스있던걸?”
윤형사님과 하형서님이 애써 칭찬 섞인 위로를 보내셨다. 하지만 한번 꺾인 고개는 도저히 들 수가 없었다.
“김여주, 고개들어.”
브리핑 이외에는 말씀이 없으시던 반장님의 무거운 목소리가 나를 부르셨다. 그 부름에 고개를 들면,
“강력반에선 범인 한, 두번 놓친걸로 자책하고 우울해 할 시간 없다. 그 시간동안 더 탐색하고 알아내서 범인에게 한발짝 더 다가선다. 그리고 무조건 잡는다,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우리의 실수를 한번 더 체크하고 범인이 도망간 방향에 따라 다시 수사를 시작하면서 회의가 종료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조금의 말까지 노트에 정리하고 있으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신 선배들이 머리를 헝클거나 어깨를 툭툭-치시며 지나가셨다. 비로소, 나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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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뵙게 된 쮸블링입니다. 저또한 도전해본적 없는 장르라서 걱정도 되고 기대도되네요ㅎㅎ 꿈으로 미래를 보다보니 떡밥을 풀고 거둠이 참 중요한데.. 1화에서는 그런 틀을 잡기 위해서 좀 내용이 별로일 수 밖에 없네요 ㅠㅠ 저번작품으로 독쨔님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예쁜 우리 독쨔님들이 보고싶어서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어욥 ㅠ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드리고 싶은 말은 저또한 경찰조직이나 법에 대해 잘 몰라서 인터넷을 참고하거나 하는데 그래도 현실적인 경찰조직, 법과는 다를수밖에 없을것같아요..소설이니까 >< 그 점 양해부탁드릴게요 ㅎㅎ 암호닉은 저번편부터 쭈욱 이어오고 있는데 저는 우리 독쨔님들 놓치기 싫으니까 그대로 이어받겠습니다.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 받고있으니까 댓글로 많이 많이 신청해주세요!! 우리 독쨔님들 '꿈에서 만난 황민현 형사님' 잘 부탁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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