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광등 춤 춰봐, 추던 거 그거. "
" …춤을 추라고? "
" 진심이야. 안 그러면 못 헤어져줘. "
아, 진짜 헤어지기 싫다.
백현이 바지라도 잡고 빌면 안 헤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너를 안 보낼 수 있을까. 네가 이별을 말하고 나서 오늘 너를 만나기까지 쉼 없이 생각해봤는데 떠오른 건 이것 뿐이었어. 내가 이 춤 얘기할 때마다 네가 싫어했잖아.
백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아까보다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 그러면 너랑 헤어질 수 있어? "
" 뭐? "
진심이냐, 씨발.
백현이 형광등 스위치 앞으로 간다. 예쁘게 처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지금 나도 그래, 백현아. 네 눈처럼 물 먹은 마음.
" 음악은… 없어? "
" 너 진짜 출거야? "
" 어. 나는 네가 싫어. "
" …… "
" 없냐구. "
" 그런 거 없어, 음악. 무반주로 해. "
백현이 눈물을 톡 떨어뜨린다. 왜 우는건데. 애교도 부리면서 춰줄 때도 있었으면서.
" 할게. "
백현이 스위치를 한 번 누른다. 꺼지는 불. 어두운 방 안.
백현이 스위치를 다시 한 번 누른다. 켜지는 불. 밝아진 방 안.
백현이의 눈이 아까보다 빨개보인다.
" 나 으르, 흑…,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
우리가 같이 즐겨듣던 노래.
" 흐…, 나 으르, 렁 으르렁 으르렁 대. "
천장의 전등이 깜빡인다.
누가 보면 재밌게 놀고있는 줄 알겠지. 백현아, 지금 나는 너랑 그렇게 보이고싶어.
" E, 흡…, X, O…. "
" …하, 또 다른 늑대들이 볼세라. "
" 볼세라. "
거 봐, 네 몸은 기억하고 있잖아. 우리 같이 웃으면서 하던 응원법.
" 경수야…. "
" 응. "
예쁜 목소리.
" 이제 다 췄어. 마지막 후렴 하나는 뺐어. "
" 왜. 끝까지 하라고. "
" 허리 아파. "
땀에 젖었다. 그렇게 나랑 헤어지고싶었구나.
" 가, 이제. "
백현이가 갔다.
나는 무덤덤하게 휴대폰을 꺼내, 잠금을 풀었다.
배경화면의 백현이를 보며, 살짝 웃고는 엑소의 '으르렁' 음원을 찾아 삭제했다.
잘 가,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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