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심재윤 - the last train
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31
"도망 안 간다고 했잖아."
민윤기가 내 눈에 들어오자, 나는 다리에 힘을 잃고 풀썩 주저앉았다.
민윤기는 그런 나를 미간을 좁히며 바라보다가 뺐어든 전화기를 자신의 귀 옆으로 들었다.
아직 끊기지 않은 전화기 속 전정국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온 힘을 다해 귀를 기울였다.
"전정국?"
[너 누구야 이 새끼야]
"초면에 새끼라니? 니 아내는 적어도 아저씨라고 불러주던데"
올라간 한 쪽 입꼬리와 평소보다 높은 톤의 잔뜩 날이 선 말투가 민윤기가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화가 날 수록 흥분되는 마음을 억누르며 최대한 이성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감히 손끝이라도 건드렸다간 폭발이라도 할 것처럼 느껴져 무서웠다.
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섬뜩해서 조곤조곤 통화만 하고 있을 뿐인데도,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겁을 먹고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런 민윤기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화가 들끓어 있는 전화 속 전정국뿐이었다.
"나한테 김탄소가 있는데 그렇게 함부로 날 대해도 되겠어?"
[내가 니 새끼한테 빌빌 기기를 기대하는거야? 지랄 마.
김탄소한테 해코지할 거면 진작에 했겠지. 너네 같은 쫄보들이 감히 김탄소를 건드릴 용기는 없을걸?]
"아이고 무서워라- 우리가 탄탄그룹 외동딸이랑 JK그룹 며느님은 못 건드릴 거다. 그거냐?"
[그것보다도 내 아내니깐.]
"..."
[내 아내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려봐. 회사가 망하는 거, 깜빵 가는 거, 개죽음 당하는 거? 그걸로 안 끝나.]
"..."
[니가 말한 대로 니네가 데리고 있는 김탄소, 탄탄그룹 외동딸이자 JK그룹 며느리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네 찾아내는 데 힘쓰고 있는지 알기나 해? 무조건 걸릴 텐데 뒷감당할 자신 있어?]
"주둥이 열심히 나불거리는 거 보면 너도 김탄소 못 찾을 까봐 겁나긴 하나 봐? 영영 못 볼거라고 생각하면서 쭉 그렇게 괴로워해."
[...]
"진짜 영영 못 보게 만들어줄 테니깐."
종료 버튼 누르지 마, 안돼.라고 애절하게 민윤기를 바라봤지만 민윤기는 매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절망에 빠진 눈으로 고개를 떨구었고, 민윤기는 그런 나를 내려다보았다.
민윤기는 자신의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얼굴을 한껏 찡그리다가 이내 주저앉은 내 팔을 잡고 일으키려 했다.
난 그 팔을 뿌리치고, 눈물 젖은 눈으로 민윤기를 한껏 째려보았다.
그 후 혼자 일어서 비틀거리며 출구로 향했고, 민윤기는 그런 나를 뒤따라 걸었다.
---
아쿠아리움 바로 앞에 펼쳐진 해변.
난 정신없이 바다를 향해 무작정 걸었고, 민윤기도 내 뒤에서 계속 날 따라 걸었다.
출렁이는 파도를 밟을 듯 바다에 가까워졌을 때 민윤기가 내 팔을 붙잡았다.
난 그 손을 힘껏 뿌리침과 동시에 파도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닿을 듯 닿지 않는 파도가 자꾸 내 앞에 멈추는 걸 바라보고 있자 눈물이 차올랐다.
"흐으으으윽, 흐으으읍..."
"야... 울지마...."
내 귀에 울리는 파도소리가 전정국 목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아까 들은 목소리가 아직도 이렇게 선명하게 들려오는데 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걸까.
이제는 파도소리가 전정국 목소리인지, 전정국 목소리가 파도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전정국의 목소리를 찾으려 귀를 기울였고, 파도소리가 내 귀에 울려 퍼질수록 내 눈엔 눈물이 차올랐다.
"야 왜 울어...."
"너 같으면 안 울겠냐?! 흐으윽.
대체 나랑 전정국이 뭘 잘못했는데? 우리 둘은 이런 잘난 집안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어?
나랑 전정국은 시켜서 결혼한 거야, 왜 항상 잘못은 어른들이 저지르고 그 대가는 우리가 치러야 해?
제발 나랑 전정국 좀 냅둬. 그냥 둘이 조용히 사랑하게 제발 냅두라고!!"
나는 마음속에 쌓여있던 억울함을 모두 토해내 듯 소리 질렀다.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내 옆에 있는 민윤기도, 상황을 이렇게 만든 모든 어른들도, 하늘도.
이 세상에 진짜 날 위해주는 사람은 전정국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 그 유일한 내 사람까지 만날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억울했다.
몰려오는 억울함에 또 엉엉 계속 소리 내서 울었다.
그동안 열심히 참아왔던 눈물이 한 번 터지자, 여러 감정들이 함께 몰려와서 도저히 눈물이 멈춰지지 않았다.
내 옆에 앉은 민윤기가 울고 있는 나를 한참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지금까지는 피식피식 비웃 듯 웃어 보이는 게 전부였었는데
이렇게 두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짓는 건 처음이어서 울던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작고 마른 몸과 어울리지 않는 큰 손이 내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하루 종일 그렇게 센 척 하더니, 완전 겁쟁이었네."
"손... 치워.... 다정한 척하지 마..."
"그래,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고 싶은 말 다하고, 화내고 싶으면 화내고, 울고 싶으면 울고 그래라. 훨씬 보기 좋다."
"납치범 주제에 다정한 척하지 말라고!"
민윤기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지만,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동안 봐왔던 웃음은 안 어울려서 이상했는데, 이런 웃음은 꽤 어울린다는 생각이 스쳤다.
진작에 이렇게 웃었으면 그렇게 무섭고 어두운 사람으로 느끼진 않았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수도꼭지처럼 흘러내리던 눈물이 어느새 조금은 잠잠해져 있었다.
민윤기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들어 불을 붙였다.
싫어하는 담배 냄새가 풍겨오자 얼굴을 찡그리며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담배 싫어해?"
"어 존나 싫어해."
내 말에 민윤기는 모래에 담배를 지졌다.
그리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물었다.
"전정국이 어디가 그렇게 좋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아.
나 맨날 놀리고 가지고 놀면서, 그러면서도 나 귀여워해 주는 것도 좋고
남들한테는 까칠하고 무서운데, 나한테만 따듯하고 다정한 것도 좋아
가끔은 자기도 감당하기 힘들면서, 꼴에 가장이라고 두려운 거 티 안 내려고 하면서 나 지켜주려 하는 것도 좋아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내 상처들 먼저 눈치채주고 위로해주고
언제나 1순위가 나라서 어떤 일이 있든 나 먼저 생각해주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
이런 사람이 내 남편인데, 전정국이 내 남편인데, 내가 어떻게 안 사랑해?"
그동안 내 옆에 있었던 전정국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전부 스쳐 지나가서
그게 너무 사랑스럽고 고맙고 미안해서 말하면서 또 울음이 계속 세어 나왔다.
콧물을 꾸역꾸역 삼키고, 모래 묻은 손등으로 눈물을 열심히 닦아냈다.
바닷바람에 엉망이 된 머리칼이 흩날렸고, 코와 볼은 새빨갛고, 눈은 눈물로 뒤덮여 축축했다.
민윤기가 고개를 돌려 엉망인 나를 바라보더니 또 양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나는 민윤기를 뾰족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민윤기는 둥글둥글 선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너 그냥 내 신부할래?"
"뭐?"
"그 사랑인가 뭔가 나도 좀 배워보게."
"뭐라는거야"
민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래로 뒤덮인 엉덩이를 털어냈다.
뒤에서 쫓아온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민윤기가 일어나라며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그 손을 무시하고 벌떡 일어났다.
또 도망 쳐봤자 헛수고라는 걸 알기에 순순히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민윤기는 또 내 뒤에서 조용히 날 따라 걸었다.
---
아쿠아리움에 가기 전 갇혀있던 전통가옥에 도착했을 땐 밤이 되어있었다.
난 낮과 똑같은 방에 갇혔고, 종이 문 뒤에 미동 없이 앉아있는 민윤기도 낮과 똑같았다.
울음은 그친지 오래였다. 바다에선 전정국 목소리의 여운 때문에 마구 울어버렸지만, 그 후엔 이성을 찾았다.
전정국이 울지 말라고 했으니 울면 안 된다. 날 찾을 거라고 했으니 이제 믿기만 하면 된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온 전정국의 그 한마디 한마디가 지금 나에겐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전정국의 목소리를 되뇌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
눈을 떴을 때 내가 있는 곳이 내가 잠들었던 곳이 아니란 걸 깨닫자 공포감이 몰려왔다.
잠기운을 떨쳐내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고 주위를 둘러보려 했지만
내 몸이 묶여있고 내 눈이 가려져있다는 걸 깨닫자 공포감은 배가 되었다.
그저 차갑게 날 때리는 바람이 이곳이 야외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이렇게 홀로 버려진 걸까 싶을 때 저 멀리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 바로 옆에서 들리는 사람 목소리에 살짝 놀랐다.
"시킨대로 혼자 왔겠지?"
민윤기의 목소리가 아닌 중년남자의 목소리였다.
처음듣는 목소리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날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전정국이다.
딱 한 음절뿐이었지만, 충분히 전정국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한 글자에 담겨있는 여러 감정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기나 폰 있는지 뒤져봐.'라고 내 옆에 있는 남자가 명령했고, 부하직원들이 전정국의 몸을 수색하는 듯했다.
"무기나 통신기기는 없습니다."
"오- 총 칼 다 버리고 오랬다고 진짜 맨몸으로 온 거야? 깡이 대단하구만?"
"풀어."
"뭘"
"김탄소 손끝 하나도 안 건드리기로 했잖아. 거래 조건에 어긋나잖아."
날카로운 말투였지만, 목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묶여있는 나를 보고 많이 화가 난 듯 했지만, 그 화를 애써 꾹꾹 눌러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묶어두기만 했으니 걱정하지말라고"
"시발. 풀라고."
딱 두 어절었지만 전정국의 목소리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그걸 나만 느낀 게 아닌 듯, 내 옆에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풀어줘'라고 명령했다.
내 뒤에 있는 사람이 내 몸을 묶고 있던 끈을 풀었고,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천도 풀었다.
깜깜했던 세상에 갑자기 빛이 스며들어오자 나는 잠시 눈을 찡그렸지만 완전히 감지는 않았다.
잠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초점을 맞추는 순간에도 전정국을 찾으려고 애썼다.
그 덕에 앞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전정국이었다.
창백한 얼굴과 야윈 모습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걸 숨기려는 듯 눈을 마주친 전정국은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였지만
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차마 웃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눈으로 전정국을 쓰다듬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높은 건물의 옥상이었고, 내가 묶여있는 곳은 헬리콥터 안이었다.
헬리콥터 뒷자리에 뒤에 앉아있는, 날 풀어준 사람은 민윤기였으며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늙은 남자는 처음 보는 남자였으나, 모두가 굽신거리고 있는 걸로 볼 때 이 회사의 보스가 분명했다.
옥상 철문 앞에 전정국이 서있었고, 많이 멀지 않은 거리라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다 전정국을 둘러싼 채 총을 겨누고 있는 약 10명 정도의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눈에 들어오자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다.
전정국은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 날 천천히 눈으로 살피다가 이내 눈을 돌려 보스를 바라보았다.
"계속 우리와 연락하는 걸 거부하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가 뭐지?"
"처음 우리 목적은 저 여자를 제거하는 게 전부였어.
대기업의 자녀를 납치해서 없애는 계획이 미친 계획이란 건 알지만, 회사가 망할 판에 미친 짓이라도 해야겠더라고.
저 여자애를 제거해서 결혼을 무효로 만든다. 그래서 JK그룹과 탄탄기업의 시장독점을 끝낸다. 가 최종 목표였지.
워낙 그 결혼으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이 많아서 이 일에 도움을 주겠다는 기업들도 많더라고."
"..."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큰 이득을 발견했지.
저 여자애 몸값이 그렇게 비쌀 줄은 생각하지 못했었거든.
역시 대기업답게 모든 인력을 동원해서 우리 짓인 걸 바로 알아냈고, 바로 협상을 하자고 연락을 취해왔잖아.
처음엔 그 연락을 무시했는데... 협상 내용을 보니 어마어마하더라고?
이혼시켜서 다시 회사를 일으키는 것보다, 그 협상을 받아들이는 게 훨씬 더 이득인 거야.
그래서 방향을 바꿨어. 저 여자애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저 여자애 몸값을 다 받아먹는 걸로."
"..."
"제시한 거액을 주겠다는 약속, 그리고 우리 회사와의 독점계약을 체결해주겠다는 약속. 잊지 않았지?"
행복이 가득 담긴 보스의 상황 설명에 전정국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다가 바로 얼굴을 굳혔다.
전정국이 옆에 내려놓았던 큰 캐리어를 들어 헬기 쪽으로 툭 던졌다.
총을 겨누고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다가가 그 가방을 살짝 열어본 후 헬기로 들고 와 보스에게 건넸다.
보스가 펼친 가방 안에는 수표가 빽빽하게 차있었다.
보스는 만족한다는 듯 행복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너희가 제시했던 금액의 1/3 이다. 나머지는 김탄소가 돌아오면 주도록 하지.
그 돈 다 받고, 너희 회사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 및 계약 모두 다 받아드릴게.
이제 김탄소 돌려줘."
나를 돌려달라는 전정국의 마지막 말이 내 귀엔 너무 애틋하게 들렸다.
하지만 보스는 전정국의 요구에 대답 없이 그저 미소 지었다.
이내 엄청난 소음과 함께 헬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며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바람에 비틀거리는 전정국의 얼굴이 한껏 찡그려졌고,
나 또한 당황해 헬기에서 내리려 몸을 움직였지만, 뒤에 앉은 민윤기가 날 붙잡았다.
"말이 다르잖아!! 오늘 돈 받고 바로 김탄소 돌려주기로 했잖아!"
"아직은 이 값 비싼 아가씨를 더 데리고 있어야겠다!
나머지 금액 모두 받고,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고 나서 그 후에 보도록 하지!! 잘 있어라 전정국!"
헬기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전정국과 이대로 또 멀어지는 게 싫었지만
전정국이 헬기 쪽으로, 내 쪽으로 뛰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정국을 겨누고 있는 많은 총들이 전정국을 쏠까봐 너무 겁이 났기 때문이다.
전정국이 총에 맞는 걸 보는 것보다 내가 납치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곧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릴 전정국을 잊어버리지 않게, 눈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게 전정국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작은 움직임조차, 1초조차 놓치지 않기 위해 눈도 깜빡이지 않고 전정국의 모든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러다 순간 무언가 말하려는 듯 전정국의 입이 열리자 나는 귀를 기울이고, 입술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헬기 보내."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게 분명했다.
몇 초 뒤 더 엄청난 바람이 일어났고, 더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가 날아들었다.
헬기의 창문을 통해 내다보자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두 개의 헬리콥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 헬리콥터들 때문에 내가 타고 있는 헬리콥터는 비행할 수 없었다.
보스가 얼굴을 붉힌 채 열을 내며 안전벨트를 풀고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전정국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전정국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에 나는 눈을 질끔 감았다가 걱정이 돼서 눈을 바로 떴다.
보스는 쓰러진 전정국 귀에 붙어있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소형 장치를 뜯어내 던졌다.
저 장치로 바깥사람들이 이 곳을 도청하고, 전정국과 소통하고 있었나 보다.
"이 새끼가!! 혼자 조용히 온다고 했잖아!!!"
보스가 다시 한 번 전정국을 내리치려 할 때 전정국이 보스를 덮치며 넘어졌다.
탕- 하고 한 남자가 전정국과 보스 쪽으로 총을 발포했지만, 다행히 빗나갔다.
명령 없이는 함부로 전정국을 쏠 수는 없었기에 겁을 줄 의도였던 것 같다.
총을 겨누고 있던 몇 명의 남자들이 전정국을 저지하기 위해 다가왔지만
보스 위에 올라탄 전정국이 빠르게 손을 뻗어 보스의 허리춤에 꽂혀 있던 총을 낚아챘다.
전정국이 두 손을 뻗어 그 총을 보스에게 겨누었고, 다가오던 남자들이 모두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누워있는 보스도 두 손을 들고 겁먹은 표정으로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전정국이 보스에게 총을 겨눈 채 일어섰고 보스에게 일어나 뒤돌라고 명령했다.
보스의 머리에 총을 꽂은 채로 전정국은 헬기에 있는 날 바라보았다.
나는 총을 든 전정국에 안도감이 생겨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곧 내 머리에 닿는 딱딱한 물체에 미소는 한순간에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 딱딱한 물체가 내 뒤에 앉은 민윤기가 내 머리에 겨눈 총이란 걸 바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정국이 보스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천천히 다가왔고,
민윤기 또한 내 머리에 총을 겨눈 채 다가오는 보스와 전정국을 마주했다.
전정국과 보스가 헬기 문 앞에 도착해 걸음을 멈추었다.
난 전정국을 애절하게 바라보았지만, 전정국은 날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저 세상에서 제일 사나운 눈으로 민윤기와 두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김탄소 풀어주지 않으면 너네 사장 목숨은 바로 날아갈거야."
"보스를 풀어주지 않으면 김탄소 목숨이 날아가겠지."
민윤기와 전정국 둘의 말투, 눈빛, 움직임. 그 모든 부분에 살기가 가득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각자 들고 있는 총으로 누군가를 살해할 마음은 충분해 보였다.
내 머리 바로 옆에 있는 총보다 이 두 사람의 살기 가득한 분위기가 더 무서웠다.
지는 사람도 이기는 사람도 없을 만큼 팽팽하면서도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난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두 눈을 감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제발 전정국이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전정국. 근데 그거 알아?"
"..."
"그 총 미국에서 방금 막 수입해온 거야.
내가 시험해보고 드린다고 했는데 성질 급한 보스가 자기가 빨리 써보고 싶다고 가져간 거 있지?
생각해보니 멍청하게, 총알도 안 넣고, 가져가버렸어."
"..."
"즉, 지금 너가 가지고 있는 총은 총알이 없다. 이 말이야."
민윤기의 웃음 섞인 사악한 목소리가 내 귀에 울려 퍼지자 놀라서 눈을 떴다.
전정국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총의 방향을 조금 틀어 방아쇠를 당겼다.
총이 발포되는 소리가 아닌 달칵. 달칵. 거리는 공허한 소리만이 울렸다.
전정국이 다급하게 총을 만지작거릴 때, 내 머리를 향해있던 민윤기의 총이 전정국을 향해 옮겨졌다.
"아저씨, 제발 제발. 안돼. 아니야. 쏘지마 제발. 차라리 날 쏴. 제발 부탁이야"
다급하게 고개를 돌린 내 눈이 민윤기의 눈과 마주쳤다. 언제나 그랬듯 참 검고 어두운 눈이었다.
눈물 젖은 나의 애원을 잠시 바라보던 민윤기가 다시 눈을 전정국에게 돌렸다.
'"미안하다."
탕-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는 눈을 질끔 감았고, 내 볼에 끈적한 액체가 튀었다.
잘못 느낀 촉감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 액체가 묻은 볼을 손으로 어루만진 뒤 눈을 떴다.
빨간색이었다.
내 손에 묻은 빨간색 액체가 눈에 들어오자 내 세상이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검은 사람이 내 파란 세상을 빨갛게 물들였다.
*
♡나의 소중한 암호닉♡
[0207] [알럽] [저장소666]
[짐니짐니] [침침이] [짜몽이]
[치밍] [윤은아] [낸낸코코♥]
[새글] [전스티니] [오빠아니자나여]
[쿠키] [땅위] [탄둥이]
[승댕] [누룽지] [잔망뷔래]
[요진] [맑은맹세꾸기] [쿠밍]
[ㄱㅎㅅ] [꾸기넌나의꾹이] [봉이]
[요따빠띠] [꾸가까꿍] [태야]
[두부] [복숭아] [9094]
[김다정오빠] [다니단이] [진짜]
[강아지는멍멍][노츄껌뜌] [퐁퐁]
[스깔리] [포뇨] [그리내]
[호비호비] [연성유] [나무늘보]
[친9] [태태야] [꿈틀]
[꾸꾸야] [런깅] [aidram]
[다람이덕] [붐바스틱][오멜라스]
[가을][1116][태형]
[쫑냥][꾹후][여운]
[뉸기찌][찡긋][스무딩]
[세렌][로즈][우즈]
[123095][뷔밀병기][줴이케이]
[전정구기][경찰청창살][꾸호]
[밍디링][망순이][두유망개]
[슙럽][물망초][라임슈가]
[지르코늄(Zr)][뿜뿜이][아듀]
[슙슙해][베네핏][다비]
[울샴푸][호두껍질][아듀]
[김볼살][국민카드][디보이]
[도리도리][뿌얌][0224]
[꾸리][망개하리][꽁꽁이]
[아듀][태태사랑태태][호미]
[전정꾸][민슈가천재짱짱맨뿡뿡][다비]
[공주님93][콧구멍][갓찌민디바]
[몬모니][포도가시][태자저하]
[#크릉크릉#][꾸루][오빠미낭낭]
[수리태화][녹차초콜릿][빡침침]
[레드][먀먀][꿀레몬청]
[망개찜니][딱풀][다림이덕]
[다니단이][0901꾸기][상큼쓰]
[심장이뛴다][뉴리미][쵸파]
[뽀작][별달해][솝소비]
[춘향아][망망이][제제]
[플립][쁘오뇨오][1201]
[여울이][760][삑또]
[솝소비][검이다][붕어]
[데이지][콘쪼코][0815]
[정국어린이][물결잉][딸기빙수]
[뷔브리즈][태또단][윤윤이]
[유루][정국어린이][거울기]
[접동][꾸니][0920]
[꾹꾸][째화니쬭쨩해]
[지니][호석이두마리치킨][영감]
[뉸뉴냔냐냔☆][찰떡쿠키][잠만보]
[먼지번지][설레임][tmdwn]
[은처언재][메잉두][루마꾹]
[찰떡쿠키][0209][970901]
[아임유얼홉유얼마이홉][달리][아린나래]
[약찌][시카고걸][쉬프트키]
[릴라이][@불가사리][연보라연분홍]
[망개애][핫초코][정논]
[흰봄][카누라떼][꾹꾸기]
[호시기호식이해][0810][현이]
[지민이랑][김러브][어린]
*암호닉 신청은 끝났습니다!*
달감
늦어서 죄송합니다... 글을 쓰는 속도가 느려졌어요...
오래 쓴 글은 유독 자신이 없네요ㅠㅠ...
달달한 것들도 얼마남지 않았으니 죠금만 기다려주세요ㅎㅎ
독감 조심! 감기 조심!
♥ 방탄소년단 골든디스크 음반 대상 정말 자랑스럽고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