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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시대

1












누런 빛에 의지해 지도가 펼쳐졌다. 얼마 전 마을을 순찰한다는 목적으로 설치된 파출소의 눈을 피해 자금을 주겠다는 후원자들을 만나야 했다. 어쩜 저렇게 다들 멍청한지. 자기가 맞다며 고집을 피우는 이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시가를 물었다. 불을 붙이려다 급 흥미가 식어 그저 입술로만 짓이기며 창 밖을 쳐다봤다.





어둠이 깔린 수풀 사이로 희멀건한 빛이 새어나왔다. 좋지 않은 시력을 짜내어 점을 응시했다. 반딧불이인가 싶었더니 점은 크기를 불렸다. 젠장. 물부리가 터진 시가를 바닥에 뱉었다. 그리고 곧장 책장으로 달려가 문서들을 옷 안으로 눌러담았다. 부피가 커 품을 수 없는 것들은 중요한 부분만을 찢어 품에 넣었다.



"정부가 쳐들어온다!"



일사불란하게 창을 가리고 정보력을 위해 가지고만 있던 옛문서들은 기름을 붓는다. 이어 무거운 가구들을 문 앞으로 미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종이를 추린 가슴팍을 안았다. 사라지면 안되는 정보들이었다. 적어도 나만이라도 여기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쾅.





바쁘게 움직이던 모두가 서로를 쳐다봤다. …쾅. …쾅, 쩌억-. 문이 갈라지는 소리에 우르르 남자들이 문 쪽으로 몰려갔다. 바닥 판자를 들어올릴 틈새를 찾기 위해 납작 엎드렸다. 쾅! 굉음에 손이 벌벌 떨렸다. 품에서 빠져나오려는 종이들을 추슬렀다. 버려진 노끈을 집어 가슴팍을 단단히 묶었다. 아. 명줄이 줄어드는 기분은 몇 번이고 경험해도 개 같구나. 치닫는 공포에 원하지 않는 눈물이 나왔다.




"얼른 나가지 않고 뭐해!"




가슴팍만 매만지는 내 등을 때린 경선이 아줌마가 바닥을 더듬었다. 쾅! 악소리를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얼핏 녹슨 쇠가 입 안을 굴러다니는 맛이 감돌았다.




아줌마가 들어올린 판자 아래로 토끼굴이 드러났다. 아가. 까무잡잡한 아줌마의 손이 내 얼굴을 감싼다. 눈물이 고여 아롱거리는 눈을 마주했다. 턱이 제멋대로 떨렸다.



"아가."



아줌마의 '아가'가 왜 이렇게 슬픈지. 단에 들어오면서 나를 늘 아가라고 불러주던 그 애칭이, 왜 유독 슬프게 울렸는지.





"도망가. 임시정부로 가든 집으로 돌아가든. 잡히지만 마, 아가. 응?" 

"차라리 여기 나도 태워죽여요."

"아가, 얼른."

"같이. 아줌마도 같이 나가요. 네?"





점점 갈라지는 문을 쳐다본 아줌마는 내 볼을 두어 번 쓰다듬다 꽉 껴안았다. 쾅! 또 한 번의 굉음과 동시에 아줌마는 날 토끼굴로 밀고 판자를 덮었다.




아줌마! 아줌마! 판자가 부서져라 두들겼다. 손날에 가시가 박힌 줄도 모르고 계속, 목소리가 쉴 때까지. 그러나 아줌마는 진작에 위를 막아버린 듯 했다. 나올 시도 조차 못하도록.











내가 막 굴을 빠져나와 수풀에 숨었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삼엄한 경비, 이리저리 난도질 되어 나뒹구는 판자들. 근거지에 남아있던 모든 사람들은 머리가 잡힌 채 끌려나와 차에 옮겨졌다. 개머리판으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으로 어질거리는 나를 발견한 경선이 아줌마는 어서 가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년이 미쳤나."



내게 말하기 위해 멈춘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 잡아 땅에 처박은 총독부 경찰은 그대로 질질 끌어 차로 걸어간다.






아아. 피떡이 된 얼굴과 대조되는 희멀건 내 얼굴이 떠올라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얼굴이 땅에 박힌 채 끌려가던 경선이 아줌마의 헝클어진 머리칼이며 찢어진 치맛자락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나는 문서를 넘겨줄 누군가를, 같이 두려움에 맞서 싸울 동무를,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잡아라!"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 골목을 가로지르는 발걸음 소리가 다급히 울려퍼졌다. 헉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피맛이 감돌았다. 마음 같아서는 뛰는 것을 멈추고 싶었으나 품 안에 있는 문서들을 내려보자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줘 움직였다.




몇 번을 돌아 만난 골목은 가게들이 밀집된 곳이었다. 망설임 없이 가게 두 개 사이로 난 틈에 몸을 우겨넣었다.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숨을 돌렸다. 내 살면서 평생 할 달리기를 지금 몰아서 하는건가 싶었다.




"쥐새끼 같으니라고."




숨을 크게 내쉬려던 입을 막았다. 마을 순경이 모자를 벗어 머리칼을 정리한다. 한 명인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아까 무리로 몰려오다가 서로 흩어진 모양이었다.



머리를 굴렸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권총(리볼버) 안에 장전된 총알은 많아봐야 두세 개. 한 명은 지금 쏴버려도 된다지만, 나머지는? 소리가 작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찾아올거다. 쏘고 튄다고 해도 무리의 나머지는 족히 셋이다. 게다가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권총의 개머리를 매만졌다. 지금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 내가 죽는 것은 상관 없지만 중요한 건 기밀문서인데. 울음 범벅이던 경선이 아줌마 얼굴이 눈 앞을 지나갔다. 아.





"아!"

"여기 숨어있으면 누가 모를까봐?"





머리채를 낚아챈 순경은 순간적인 힘으로 틈새에서 날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흙알갱이에 쓸렸는지 오른쪽 볼이 쓰라렸다. 아픔을 마저 느끼기도 전에 하나로 묶은 머리칼을 한 손 가득 잡혔다. 언제 꺼낸건지 모를 내 관자놀이에 권총을 갖다댄다. 차갑다. 총구가 닿으니 쓸린 살결이 더욱 욱씬거렸다.




"이거 하나 잡겠다고 온 동네를…. 네 년도 징하다."




젠장. 젠장. 흰자로 보이는 은색 총구 때문에 머리가 하얘진다. 생각하자. 안여주. 생각해. 입 안 여린 살을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주머니에 있는 시가를 꺼내 흠뻑 빨고 싶은 심정이었다. 도무지 좋은 방도가 떠오르질 않는다.






안여주, 제발.


제발….







탕-.






상처를 짓누르던 총구가 바닥에 떨궈졌다. 피부 밖으로 솟구친 피가 내 얼굴과 순경얼굴을 뒤덮는다. 풀썩, 육중한 몸이 피를 흘려가며 땅에 꽂혔다.


풀리려는 노끈 매듭을 더욱 세으며 주변을 살폈다. 이제 경찰들이 몰려오는 일은 시간문제다. 그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한다. 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저기요."





창고에서 식량을 훔쳐먹다 걸린 쥐새끼마냥 몸을 흠칫 떨었다. 옆구리를 더듬었다. 차가운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걸어 급히 총을 빼내 총구를 겨눴다.




"누구야."

"지금 서로한테 겨눠서 좋을 게 없을걸?"






"게다가 이쪽이 은인 같은데."

"…."

"총 장전도 안 하고 말이야."





수치심이 몰려와 총구를 돌렸다. 남자는 단도를 휙휙 던지며 나를 지나쳐 순경에게 다가갔다. 어깨를 잡고 얼굴을 살피더니 이내 목과 명치 부근을 단도로 찌른다. 눈 앞에서 일어나는 광경에 빈속이 다 메스껍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몇 번을 더 찌르더니 어느 허공을 올려 보며 크게 원을 그리더라. 그리고는,




"오등은 자에 아국이 독립국임과 아국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저 말을 하며 칼에 묻은 피를 옷에 닦아냈다. 옷으로 옮겨가는 검붉은색을 응시했다. 아까부터 머리 회전이 잘 되지 않는다. 칼집에 단도를 끼워넣은 남자는 억센 힘으로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다음 알아요?"

"차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야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한 쌍의 눈 두 개가 허공에서 맞닿는다. 가슴팍에 숨긴 종이도 빗물에 젖어갔다. 혀로 입술을 훔쳤다. 남자의 눈은 내 입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야, 민족 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말을 마치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 상대 또한 공연히 미소가 번졌다. 이내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자신의 바로 뒤에 자리한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제서야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돌파구를 찾은 기분.





"숨겨줄게요."








숨겨주겠다는 말과 함께 내밀어진 손에 이끌리듯 가게 안으로 발을 디뎠다. 남자는 나를 뒤에 숨긴 채 문을 잠그고, 큰 키를 이용해 문 위에 달린 발을 내렸다.



…. 차박차박.



문을 닫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빗물에 젖은 흙이 위에서 눌러지는 압력에 질퍽이며 흩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 허탕일세."




뒤이어 순경들의 허탈함과 분노가 섞인 애매한 목소리도.











〈hr style="border-width: 1px 0px 0px; border-style: solid none none; border-color: black; border-image: none; height: 1px; display: block;">

독자님들께 올리는 書信 (서신)

〈hr style="border-width: 1px 0px 0px; border-style: solid none none; border-color: black; border-image: none; height: 1px; display: block;">

안녕하세요. '청춘의 끝자락'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글에 대해 설명을 해드리자면, 독립이 주 내용 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반민족 정부에 대항하는? 결국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독립인? 그런 독립운동가 8명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어... 흔히 떠오를 수 있는 일제강점기는 아니죠. 느낌은 그 시기랑 맞물리게 돌아가긴 하지만, 아직 정확하게 어디랑 싸우는 건지는 더 틀을 짜고 있는 중이에요. 식민지가 된 곳을 독립시키겠다는 의지로 모인 8명인지, 아니면 위에서 말씀드렸듯 반민족 정부를 상대로 싸우는지는... 여기서 반민족이란 민족을 배반한 그룹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정국이와 여주가 나눈 대화 중에 처음 들어볼 법한 내용이 나오죠,


-"오등은 자에 아국이 독립국임과 아국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야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야, 민족 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이 부분은 3·1 독립운동선언서 에서 인용을 하였습니다. 다만 '아국->아 조선(우리 한국)', '아국인->조선인' 이렇게 바꿔서 쓰게 되었습니다. 한자와 한글을 혼용해서 쓰는 시기이기 때문에 말이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위키문헌을 토대로 현대어로 풀이를 하자면,

-"우리는 오늘 자국이 독립국이며 우리민족이 자주민임을 선언합니다."

-"이를 전세계에 알려 인류 평등의 큰 진리를 호나하게 밝히며."

-"이를 자손 대대로 알려 민족의 자립과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끔 배경이나 건물 이름이 강점기 시기에 불리고 써지고 그려졌던 것들이 인용이 되고 차용이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 서신을 쓰게 되었습니다.ㅎㅎ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그럼, 저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p.s. 더보기는 인터넷의 오류로 못 담았습니다. 운영자에게 문의를 드려 빠른 시일 내에 고쳐보도록 할게요 ㅠㅁㅠ


〈hr style="border-width: 1px 0px 0px; border-style: solid none none; border-color: black; border-image: none; height: 1px; display: block;">

청춘의 끝자락 올림


〈hr style="border-width: 1px 0px 0px; border-style: solid none none; border-color: black; border-image: none; height: 1px; display: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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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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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대작느낌 풀풀 나요,, 혹시 암호닉 받으시나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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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끝자락
암호닉이요? 그런걸 제가 받을...어 그런...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올시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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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52.32
세상에....글 속에 빨려 들어가 버렸어요!!!ㅠㅠㅠㅠ다음이 너무 기대되네요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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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 대박 시대물... 분위기에 압도되네요 신알신하고 다음 글도 읽으러 올게요!!!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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