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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근을 잘게 썰던 예리한 칼날에 검지손끝을 베이고 말았다. 생각보다 깊게 베였는지 피가 몽글 몽글 계속 나왔고 어느 순간 곱게 다져진 당근 위로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뭐라도 제발 먹으라며 화내는 홍빈이와 날마다 전화하며 걱정하는 원식이, 직접 장까지 봐서 냉장고에 재료들을 꽉꽉 채워넣어준 상혁이와 재환이에게 미안해서 서툰 솜씨로 야채죽이라도 끓여볼까 하고 부엌에 섰는데 일이 커져버렸다.

휴지로 막아도 계속 새어나오는 피를 보며 만약, 아주 만약에 네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그래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마 속으로는 엄청 걱정하면서도 내색안하고 무심한 얼굴로 칠칠치 못하다고 잔소리 했겠지?

그리고는 항상 놔두는 거실 선반위 약상자에서 연고를 꺼내 발라주고 그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꼼꼼히 밴드를 감아줬을거야..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부엌에 들어가서 죽을 만들어주겠지.

그럼 나는 그런 너의 등뒤에 매달려 "우리 택운이 나 대신 요리 해주는거야?착하다"라고 할꺼고 너는 말없이 다친 내 손가락을 어루만져줄거야

몇달동안 꾹꾹 참아왔던 눈물샘이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울지않으리라 다짐했는데.....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아보려고 소매 끝으로 계속 닦아냈지만 한번 터진 눈물은 쉽게 멎지않았고 너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잠식해나갔고 바다에 젖은 모래처럼 슬픔으로 적셔나갔다.

칼날이 깊숙이 심장을 베어낸것같았다. 손끝이 아니라 심장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택운이가 식물인간이 된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22222

눈을 떠야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했다.

그의 눈,코,입,둥근 어깨와 모든것을 어루만져주며 나 이제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야만 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내 몸들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나는 지금 100일째 옅은 소독약 냄새와 그가 가져다놓은 가습기의 안개 그리고 그리운 그의 목소리만 듣고 있다.

나는 지금 식물인간이다.

"택운아. 홍빈이가 그러는데 너 내말 다 들을 수있다며......그니까 나 매일 와서 너랑 말할거야.

오늘 무슨 재미있는 일 있었는지도 말할꺼고 너한테 하고 싶은 말도 다 할꺼야. 귀찮다고 생각안할꺼지? 우리 치댐과 환장커플이잖아?"

그가 끊임없이 내게 재잘재잘 말을 걸어온다.

지금도 예전에 내가 너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을 때도 하나도 안귀찮았다고, 니가 좋아하는 솜사탕처럼 달콤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전혀 떼지지 않는다.

 답답해. 나 너무 답답하다 학연아. 니가 보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그게 안돼서 죽고 싶다.

"있잖아. 우리 연애할때, 아 물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연애다운거 할때 말이야.

내가 너한테 치댈때 니가 귀찮아 하는거 처음에는 조금 서운했다?

근데 그거 그냥 니가 부끄러워서 그런거 알게 됐을 때가 아직도 생생해. 양쪽 귀가 빨개져서는 귀찮은거 아니라고.

 좀 부끄러워서 그러니까 앞으로 계속 해도 된다고 했잖아. 기억나지? 그런데 나 말이야. 귀찮아 하는 니가 너무 보고싶어. 서운해도 좋으니까. 택운아."

말을 마친 그는 눈물이 나는지 코를 연신 훌쩍였다.

"미안.미안. 눈에 뭐가 들어갔나봐. "

거짓말. 보이지 않아도 다 알아 나는. 너는 분명 뒤돌아서서 옷 소매 끝으로 눈물을 닦아낼거다.

그리고 보이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는 나를 위해 저 밑에서 부터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으려고 두 손이 하얗게 될때까지 주먹을 꽉쥐고 억지로 웃을테지.

그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가 되면 화장실에 가서 타일위에 주저앉고 혹시라도 소리가 새어나갈까 피가 날때까지 손가락을 물며 버틸꺼야

그래서 아직 나는 내 삻을 포기 할 수 없다. 나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말라가는 외로.운 나목같은 너를 지켜내야 하니까.

2400시간의 시곗바늘위에서 고통받는 우리의 사랑을 붙잡아야 하니까.

 

 

 

 

 

 

 

 

33333

홍빈관점-

이상주의자인 형과 달리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독하게 현실적이였다.

때문에 좋게 좋게 생각하며 살자는 사고방식을 가진 형과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나는 충돌이 잦았던것 같다.

의학을 전공하면서 나는 어릴적보다 더 현실주의자가 되어갔다.

세상에 신은 없으며 기적같은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1퍼센트의 기적을 바라고 있다.

사고는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공포영화 속 어둠속에 가려진 괴한이 주인공을 덮치듯 한순간에 일어난다.

 뭐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은 끝까지 살아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거겠지.

드라마였다면 남자와 여자의 기념일 날 우연히 사고가 일어났고 여자 혹은 남자가 컵등을 떨어뜨려 뭔가 불길함을 알아채는 전개가 이루어 졌겠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냥 동네 슈퍼에 장보러 갔다오는 길이였다고 한다. 늦게 퇴근해서 돌아오는 학연이형에게 야식을 만들어 주겠다고 두부한모와 찬거리를 사오는 길에 택운이형은 트럭에 치였다.

원인은 졸음운전. 응급실에 실려오는 교통사고 환자의 원인 중 졸음운전은 꽤나 높은 퍼센트여서 얼굴을 확인하기 전에는 또 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택운이 형인지 알고 난 후 나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동료들과 교수님이 급하게 외치며 수술실을 잡고 바이탈을 체크하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손이 미.친듯이 떨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본 형의 상태는 꽤 심각했다.

늑골 골절이 심해 내부 장기가 손상을 입기 일보직전이였고 차에 치이고 머리를 땅에 심하게 부딪혀 자칫 뇌사상태까지 빠질지도 모를 정도였다.

벌벌거리는 손과 호흡을 겨우 진정하고 두손으로 전화기를 꽉 붙잡은 채급하게 학연이형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홍빈아!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어 혹시 너 지금 택운이랑 같이 있니? 집에 왔는데 없어서......"

해맑게 물어보는 형의 목소리에 차마 택운이형이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보다 심각해서 눈을 못뜰지도 모른다고 얘기를 꺼낼수 없었다.

"홍빈아?왜 그래? 무슨일있어? 왜 말이 없어?"

목까지 올라오는 답답한 울음과 눈물이 차올라 눈앞이 흐릿해짐을 느끼며 겨우 말을 내뱉었다.

"형....형.....어떻게해.......택운이 형이....그니까 택운이형이......"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다는 말을 겨우 뱉었다. 수화기 너머의 그는 말이 없었다.

끊어지지 않은 전화에서는 문이 열리고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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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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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택운아ㅠㅠㅠㅜㅠㅠㅡ아 이거 앞에 택운이 번외부분까지는 독방에서 본거같은데ㅠㅠㅠㅠㅠ아련하다ㅠㅠㅜㅠ신알신하고 갈께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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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강
신알신이라니ㅜㅜ감사해요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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