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을 걷다
w. 공 백
멈췄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너를 다시 만났을 때부터.
[ 08 ]
우울한 재회
/
“ … 김공백. ”
내 앞에 선 네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러내었다.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복도로 흩어졌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말도, 해야 할 말도 많았는데. 5년만에 만나 네 앞에서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결국은 고개를 내려 올곧게 마주보던 눈을 먼저 피했다. 그의 짙은 두 눈동자에 담긴 내가 너무나도 초라해 보여서. 자신의 몸에 딱 맞추어진 검정색 정장을 입은 그는 나와는 다르게 세련되고 멋있었다. 그에 비해 평범한 밤색 스웨터와 평범한 청색 스키니진을 입은 나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얼마나 김태형과 비교될까. 그의 눈을 다시 마주하기가 힘들어 그의 검정색 구두만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딱 지금 심경을 말하자면, 그의 앞에서 내가 사라지고 싶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입 안의 여린 살을 세게 짓씹었다. 울면 안 돼. 김태형이 무어라 말을 더 하는 것 같았지만 귓가에 웅웅대며 흩어질 뿐이었다.
“ … 공백아, 나 좀 봐봐. ”
내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을 내 앞에서 머뭇거리던 그가 손을 뻗어올 때였다. 적막만이 감돌았던 복도가 갑자기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로 가득찼다. 무리지어 복도를 걸어오는 소리에 내 앞에 있던 김태형이 느릿하게 회의실 문 앞에 가서 섰다.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특유의 따뜻하고도 은은한 향이 오늘따라 아리게 느껴졌다. 간신히 억누른 눈물이 다시 나올 것 같았지만 그것을 애써 삼켜내고는 복도 끝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가까워지는 듯 싶더니, 흰 셔츠에 검정색 슬랙스를 입은 정국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와 함께 열명은 족히 넘을 듯한 수의 사람들이 회의실 쪽으로 오고 있었다. 선두에 선 그가 나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 많이 기다렸죠. 미안해요. ”
“ … 아니에요. 온지 몇 분 안됐어요. ”
우울한 표정을 서둘러 지워내고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자 정국씨가 그래도 미안하다며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돌아선 그의 눈길이 회의실 문 앞에 삐딱하게 서있던 김태형에게로 향했다. 넌 언제부터 와 있었냐. 장난스레 툭 내뱉는 말투에 김태형을 바라보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심하게 입을 연다. 나도 온 지 몇 분 안됐어. 대답을 하며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그의 눈길이 내게서 머물다가 금새 거두어졌다. 그에 아, 하며 고개를 끄덕거린 정국씨가 회의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뭐해요, 안 들어오고. 사람들이 다 들어갈 때까지도 머뭇거리며 문 앞에 서있기만 하던 나를 본 그가 웃으며 장난스레 말을 걸었다.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회의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문이 닫혔다. 쑥스러워하며 회의실 중앙에 서자 어느새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문을 닫고 내 옆에 와서 선 정국씨가 입을 열었다.
“ 아, 이 분은 이번에 드라마 대본 쓰신 작가님이세요. ”
“ 김공백, 이라고 합니다. ”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는 내 위로 박수치는 소리가 흩어졌다. 공백씨는 저기 앉으면 돼요. 정국씨가 연석으로 비어있던 자리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해왔다. 사람들 앞에 서있는 것이 조금은 민망했었던 터라 빠르게 빈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앞에서 느껴지는 집요한 시선에 무심코 고개를 들어 건너편에 앉은 사람을 쳐다보았다. … 아. 하필 왜, 김태형 앞이란 말인가.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머리가 아파왔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그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 눌러내고 있는데 옆 자리에 누군가가 앉아 말을 건넨다. 공백씨, 어디 아파요? 안색이 안 좋은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정국씨였다.
“ … 괜찮아요. 근데, 오늘은 뭐하는 거에요? ”
“ 대본 얘기 좀 하다가, 캐스팅 확정된 배우들끼리 미리 한 번 대사 맞춰보고 끝날거에요. 오래 안 걸려요. ”
공백씨가 할 일은 오늘은 별로 없을 거에요, 아마도. 쉬고 있어요. 배우들이 공백씨한테 대본 관련해서 물어볼 때만 답해주면 돼요. 알겠죠? 그의 말에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길을 돌린 건너편에서는 김태형이 그 옆에 앉은 예쁘장한 여배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사 맞춰보는 건가. 잘 어울리네. 김태형의 옆에 앉은 여배우는 옅은 화장을 하고, 약간 품이 커 보이는 맨투맨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태형과 썩 잘 어울렸다. 초라한 행색을 하고, 그의 앞에 서있던 몇 분 전의 나에 비해서. 그 사실이 내게는 꽤나 큰 상처로 다가와 잠잠했던 마음에 파동이 일었다. 당연하게도, 그 둘 앞에 앉아있는 것은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애꿎은 대본만 괜히 들춰보다가, 용기를 내서 고개를 들어 대사를 맞춰보고 있는 김태형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여배우를 쳐다보는 눈에 녹아있는 다정함에 괜스레 마음이 서걱대었다. 연기인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네가 다정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더이상 내가 아니라는 사실이, 마냥 아프게만 다가왔다.
가만히 대사를 맞춰보는 네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는데, 갑자기 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순간적으로 눈을 마주쳐옴에 당황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아까와 다르게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는 네 눈이 또다시 마음을 아프게 하고 만다.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은 울음에 눈을 꾹 감고 괜찮다는 말들로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애썼다. 몇 번이나 삼켜냈을지 모르는 울음을 또 한번 삼켜내었다. 울음을 삼켜낸 목구멍이 홧홧하다. 눈을 내리깔고서 대본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앞에서 계속 시선이 느껴진다. 왜인지 모르게, 쓰리고 아픈 시선. 그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기에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눈이 마주치면, 간신히 아문 상처가 또다시 욱신거릴 것이 뻔했기에.
“ 수고하셨습니다. ”
약 한시간 반 정도가 지난 후, 회의실 중앙에 선 정국씨가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대본 리딩할 때 봬요.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 안을 빼곡히 채우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머리가 여전히 아팠던 탓에, 일부러 사람이 거의 다 나가고 나 혼자만 남았을 때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 불을 끄고, 두고 나온 것은 없는지 한번 더 훑어본 후에야 문을 닫고 나올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낯익은 두 인영이 엘리베이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있었다. 뭔가 싶어 가까이 가보자, 벽에 기대어 서있는 김태형의 앞에 그의 상대역을 맡은 아까 그 예쁘장한 여배우가 수줍은 듯이 제 휴대폰을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 번호따는 건가 보네.
알 수 없는 씁쓸한 기분에 엘리베이터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김태형만큼 빛이 나는, 그래서 김태형 앞에 서도 당당한 그녀가 이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부러웠다. 속이 쓰려와 인상을 찡그리며 벽에 기대어 섰다. 몇 초가 흘렀을까, 나직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조용했던 복도에 흩어졌다.
“ … 죄송합니다. 회사 방침이라서. ”
“ 아 … 아니에요. 대본 리딩 때 봬요. ”
정중하고도, 명백한 거절의 말에 왜인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풀이 죽은 듯 당당했던 아까와는 다르게 축 처진 어깨를 한 그녀가 발걸음을 돌렸다. 엘리베이터가 아닌 비상계단으로 갈 생각인지 다시 회의실 쪽으로 오는 그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또다시 정적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김태형이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엘리베이터 앞의 벽에 여전히 기대어 서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 흐읍.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다 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을 때였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나온 소리에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으나 김태형의 두 눈이 이쪽을 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 … 김공백? ”
소리를 낸 게 나인 것을 확인한 그가 이름을 불러내었다. 낮고도 다정한 목소리에 입술을 잘근 깨물며 비상계단 쪽으로 돌아서서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 구둣발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고리를 잡은 내 손 위에 크고 따뜻한 손이 얹혔다. 공백아. 또다시 다정하게 불러오는 네 목소리에 간신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었다. 이야기 좀 하자. 시간 있어? 조심스럽게 묻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넌, 이미 날 떠난 사람인데. 마음 깊숙히서 일말의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매번 느끼면서도. 어느새 나는 네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네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방송국 뒤쪽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였다. 카페로 가는 그 10분 가량의 시간동안 그와 나 사이에서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서로의 손을 여전히 놓치지 않은 채로 카페로 향했더랬다. 내 손을 꾹 붙든 그의 손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멍하니, 앞서 걸어가는 네 뒷통수만 쳐다보며 걸음을 옮겨내었다. 카페의 문을 연 그가 깊숙한 안쪽으로 나를 이끌었다. 조용하고도, 따뜻한 분위기가 몸을 감쌌다. 앉아 있어. 주문하고 올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나를 안쪽 의자에 앉힌 그가 카운터 쪽으로 사라졌다. 당당한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떨구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가, 이렇게나 빛이 나는 너와 마주앉아 있어도 될까. 거리감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몇 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없는 나와, 그에 비해 모든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너. 기이하고, 그만큼 안 어울리는 조합.
“ 어디 아파? 아까부터 왜 그래. ”
“ … 아니야. ”
“ 그린티라떼 시켰는데, 괜찮아? 너 커피 못 마시잖아. ”
몇 분이 지나 자리로 돌아오는 네 손에는 그린티라떼와 아메리카노 한 잔이 올려진 트레이가 들려져 있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뭘 못 마시는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네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분명히 날 떠난 사람인데, 너는.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아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전까지만 해도 화창하던 하늘은 어느새 어두운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창밖을 보던 눈길을 돌려 아무런 소식이 없는 휴대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김태형이 머뭇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 … 잘, 지냈어? ”
“ … 넌 그게, 할 말이야? ”
“ … …. ”
“ 내가 어떻게 지냈을 것 같은데? ”
네 생각에는 내가 어떻게 지냈을 것 같아?
“ 내가 어떻게 지냈는 지 알려줄까? ”
매일 밤을 울면서 잠들었어. 안 운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네가 없다는 사실을 믿지 못해서 오지 않는 너를 늘 기다렸고, 날이 갈수록 불러오는 배를 보면서 두렵고 막막해서 울기만 했어. 늘 죽음에 대해서 생각했고, 죽으려다가도 뱃속에 든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죽는 건 시도조차도 못했어, 알아?
“ 잘 지냈냐고 묻는 의도가 뭐야? 잘 지냈다고, 그렇게 답해주길 바랬어?
그렇게 말도 없이 가놓고, 이제 와서 잘 지냈냐는 말 들은 내 기분은 어떨지, 생각 안 해? ”
“ … 아니, 그게. ”
“ 넌 내 생각 5년동안 단 한번이라도 해 본적 있어? 나처럼 내 생각하면서 울어본 적은 있어? 네가 그렇게 떠나서 힘들 내 생각은? ”
“ 공백아. ”
“ 넌 어떻게 … 5년이 지나도 네 생각만 해? ”
힘들어서 지친 나는 네 눈에 안 보이는 거니. 꾹꾹 참던 눈물이 나올 것 같아 피가 나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는 싫어 억지로 눈물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려 애썼다. 여기서 울어버리면, 더 비참해질 것 같아서. 네 앞에 더이상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결국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그린티라떼를 두고 휴대폰과 옆에 있던 가방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공백아. 끝까지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오는 너를 뒤로 한 채로 카페를 뛰쳐나왔다.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빠르게 멀어졌다. 카페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야 달음박질을 멈출 수 있었다. 담벼락에 쓰러지듯 기대자,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에는 흘러내리고 만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울음이 터져나왔다. 결국은 담벼락 옆에 주저앉고 말았다.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눈물을 끊임없이 닦아내는 손등 위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져내렸다.
/
비가 쏟아진다. 빗방울이 얼굴 위로 끊임없이 쏟아져 내려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거세게 쏟아지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집으로 비척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아파트 공동 현관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비를 맞아서 온통 다 젖은 초라한 내가 유리 위에 비친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한기에 머리가 아파오고, 기침이 터져나왔다. 하연이 데리러 가야 하는데. 열이 오르는 듯한 기분에 눈을 감고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섰다. [ 7층입니다. ] 평소에는 또렷하게 들려오던 엘리베이터의 안내음이 오늘따라 희미하게 들려왔다. 비틀거리며 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눌러내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거실의 불을 켜고, 젖은 옷을 갈아입으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자 차가운 공기가 느껴져서 입술이 쉴 새 없이 덜덜 떨려왔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추위에 몸을 떨며 겨우 옷을 갈아입고, 우산을 챙긴 채로 바깥으로 향했다. 자꾸만 끊어지려는 의식의 끈을 붙잡고 힘겹게 하연이의 어린이집으로 걸음을 옮겨내었다.
“ 엄마! ”
“ 우리 하연이, 선생님 말 잘 들었어? ”
“ 우웅. ”
“ 선생님께 인사해야지. ”
“ 움, 안녕히계세요오! ”
하연이의 옆에서 선생님께 목례를 하곤 하연이를 안아 들었다. 잠시 휘청거리다가 다시 우산을 고쳐 잡고는 집으로 향했다. 조잘거리며 자신의 하루 일과를 말해오는 하연이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귓가에 흩어졌다. 쉴 새 없이 말을 하던 아이가 갑자기 이야기 하던 것을 멈추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내 얼굴을 쳐다본다. 응? 왜, 하연아? 내 물음에 하연이가 작은 손을 뻗어 내 볼에 가져다 댄다. 엄마, 얼굴 완죠니 뜨거어. 오디 아파? 걱정스러운 아이의 표정에 괜찮다며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음을 지어보였다. … 엄마 괜찮아. 힘없이 웃으며 아이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아이가 다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어느새 보슬비로 바뀌어 있었다.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갑작스레 오한이 느껴져 이불을 목 끝까지 잡아당겼다. 이불을 단단히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턱이 덜덜 떨렸다. 말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자 옆에서 곤하게 자던 아이가 일어나서 불을 켰다. 엄마, 엄마 … 반쯤 울음섞인 목소리로 날 불러오는 아이에 가늘게 실눈을 떴다. 방이 빙글거리며 돌아가고, 온통 붉은 색으로 가득차 보였다. 마니 아파, 엄마? 아이의 물음에 답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울먹거리며 내 옆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집어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것이 보였다. 삼촌,한테 … 전화 …. 미처 말을 꺼내지 못하고, 나는 어두운 무의식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릿속에 가득 찬 사람은 … 너였다.
누군가가 바깥에서 현관문을 두드린다. 누워있으라며 한사코 만류하는 하연이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간신히 붙잡은 채로 비틀거리며 현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누구인지 확인을 하지도 않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남자에게로 무너져내렸다. 흩어져가는 의식 속에, 남자가 단단하게 내 팔을 받치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비가 그친 창 밖의 하늘에서는 반달이 유백색의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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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 백입니다 'ㅅ'
다들 아이하트 열심히 하고 있져?
저두,, 이거 후딱 올리고 하러 감미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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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이 집에 온 남정네는 누구일까요 히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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