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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빅스엔] For a While 00 | 인스티즈 

 

 

[빅스 빙의글/엔 빙의글] For a While (Eternity) 00. 

W. 하빛연 

 

 

 

 

 

 

 

 

 

 

"안녕히 가세요-" 

 

계산을 마친 손님은 분주히 편의점 밖으로 향했다. 다른 물건없이 우산만 산 걸로 보아 비가 온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 확실했다. 비가 이렇게 쏟아진 것도 벌써 3시간 째인데. 학연의 시선이 자연스레 밖으로 향했다. 

그 자리에는 4시간 전과 다름없이 아이가 서 있었다. 깜빡거리는 신호등이 안 그래도 바쁜 사람들을 더 재촉하는 것을, 앞만 보며 각자 갈 길 가기 바쁜 자동차들을, 아이는 4시간 동안 바라보고 있던 것이었다. 학연은 급격히 신경이 아이에게로 기우는 것을 느꼈다. 그럼 저 아이는 3시간 동안 저 궂은 비를 다 맞고 있었다는 거야? 

 

딸랑- 

"어서오세요-" 

 

방금 들어온 손님을 맞으러 잠깐 일어서는 와중에도 학연의 머리는 쉴틈 없이 돌아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아니야. 저런 어린 아이를 4시간 동안이나 혼자 남겨둘 리가 없잖아. 그럼, 누군가를 잃어버렸다면? 

 

"19800원입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을 한 자리에서 가만히 보냈다는 것이 이해가 됐다. 더군다나 오늘은 원래 구름 한 점 없이 맑을 예정이었던 주말이니까. 부모님과 함께 놀러 가다가 갑자기 모여든 엄청난 인파에 휩쓸려 부모님을 잃어버린 상황이라면,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가세요." 

 

학연은 다시 한 번 밖을 바라보았다. 쉴틈없이 사람들이 오가는 횡단보도 앞에는 여전히 아이가 서 있었고, 세차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멈춰있었다. 시선을 돌려 편의점 한 켠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6시 정각. 아, 아직 2시간 남았는데. 다시 고개를 돌려 횡단보도를 보았다. 여전히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아이. 학연은 무언가 결심 한 듯 택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택운아' 

[?] 

'2시간만 더 일찍 와주면 안돼?' 

[지금?] 

'응.' 

[알았어 갈게] 

'고마워.' 

 

탁, 소리나게 폴더를 덮고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답지 않게 신경이 쓰였다. 납득할만한 가설을 세웠는데도 말이다. 머리가 유달리 좋은 학연에게는 정말 낯설고도 이상한, 찜찜한 기분이었다.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누군가를 기다리지도 않는 거라면? 

 

"....설마." 

 

이제 고작 여섯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였다. 그럴 리가 없었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됐다. 

 

"나 왔어." 

"어, 왔어?" 

"가 봐. 급한 일 있는 거 아니야?" 

"고마워. 가볼게." 

 

학연은 서둘러 편의점에서 나왔다. 아이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모든 사람들이 파란 불을 기다리며 다급해하는 횡단보도 앞에서 홀로 가만히 서 있는 아이는 마치 흑백사진 속에서 홀로 빛나는 무지개 같았다. 

천천히 다가갔다. 왠지 겁이 나서. 절망에 가득 찬 얼굴이면 어떡하지. 텅 빈 공허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마침내 가까워졌다.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그친 줄 알았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건. 갑자기 쏟아붓는 비와 때마침 초록불로 바뀐 신호등 때문에 사람들은 단거리 육상선수라도 되는 것 마냥 달리기 시작했다. 학연 또한 생각보다 세찬 비에 놀라 무작정 아이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웠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던 비가 잦아든 걸 발견한 아이는 몹시 놀란 듯 보이는 표정과 함께 뒤를 돌아보았다. 

 

다행이다. 

 

학연은 왠지 모를 안도감이 뼛속 깊이까지 스며드는 것을 느끼곤 아이와 눈을 맞추려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았다. 아직도 놀란 토끼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에게 학연은 말을 걸었다. 

 

"엄마 잃어버렸어? 도와줄까?" 

"....." 

 

그 말을 들은 아이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보고 조금은 당황한 학연이었다. 이게 아닌데. 

 

"아니면," 

 

이어지는 학연의 다정한 말에, 아이의 눈물이 조금은 사그라든 듯 하기도 했다. 

 

"아저씨랑 같이 갈래요?" 

 

 

 

 

 

 

 

학연은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예쁜 웃음을 흘렸다. 벌써 그게 10년전이지, 아마. 문득 스친,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기억. 다시 한 번 웃음이 났다. 

 

"아저씨 주마등은... 왜 이렇게 길어?" 

 

눈을 감았다. 밝은 햇살이 감은 눈을 붉게 물들였다. 다시 눈을 뜨면,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너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감은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17살의 너를, 보고싶어. 

 

"보고싶다" 

 

 

 

 

 

 

 

학연이 그렇게 아저씨 아닙니다 

이제 27살이 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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