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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낭만 죽이기 | 인스티즈



낭만 죽이기
W. 無





죽음 앞에서 인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1. 겁쟁이
2. 체념

나는 후자에 가까운 쪽이었다. 날 때부터 아마 죽기를 예상하고 태어난 걸지도. 부모는 없고 빚쟁이는 있다. 흔히 드라마 소재로 자주 만날 수 있는 여자주인공의 자라온 환경. 언젠가 나는 그런 생각도 했다. 초등학생 때 보육원에서 보여준 영화 트루먼 쇼처럼 지금 내 삶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생각이었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생긴 망상 뭐 그쯤.



/



내가 죽음 앞에서 인간의 유형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전정국은 하나로 정의했다.

1. 낭만

전정국은 죽음 앞에서 인간의 모습을 낭만이라고 했다. 낭만.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더니 전정국이 어깨를 으쓱대며 코를 찡긋했다. 


- 네가 입버릇처럼 그랬지? 죽고 싶다고.
-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와?
- 들어 봐. 죽고 싶다고 하는 거. 그것도 하나의 낭만이야.


그건 전정국처럼 불우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애들이나 지껄이는 말이었다. 나는 옥상 난관에서 내려와 그대로 옥상문을 닫았다. 



/



전정국은 보육원 이사장의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맨 처음 전정국을 만난 건 내가 보육원에 들어왔을 무렵, 8살 때였다. 사실 나는 전정국도 보육원에서 생활을 하는 아이인 줄 알았다. 걔는 스스럼없이 보육원에 있는 모든 아이들과 잘 어울렸다. 학교를 다녀오면 보육원 놀이터에 항상 전정국이 있었다. 


- 야! 나랑 놀자!
- 너는 학교도 안 다녀?
- 학교를 꼭 다녀야 해?


어릴 때부터 전정국은 그랬다. 부족함 없이 자란 티가 걔한테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독 났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필요성 또한 느끼지 못했으며 언제나 방긋방긋 웃으면서 놀이터를 헤집고 다녔다. 그때 보육원 안에서는 이순신 장군 놀이가 한창 유행이었는데 전정국은 늘 이순신 장군 역을 했다. 여담이지만 나는 오랑캐 역할이었다. 



전정국이 보육원 이사장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건 14살이 되었을 때였다. 매일 같이 보육원에 와서 아이들이랑 놀 땐 언제고 중학생이 되자마자 전정국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나는 걔가 입양을 간 줄 알았다. 보육원 선생님에게 그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 정국이? 정국이는 이사장님 아들이잖니.
- …네에?
- 어머머. 몰랐단 말이야?


알고 보니 나를 제외한 아이들은 전정국이 이사장의 아들이라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15살이 되었을 무렵 전정국이 교복을 입고 다시 보육원에 왔다. 걔가 나를 보고 한마디 했다.


- 여! 오랑캐!



/



우리 보육원 내에는 규칙이 있는데 스무 살이 되면 자신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사회로 나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스무 살이 되면 죽을 생각이었다. 자살은 볼품없으니 타살을 위장한 자살 정도. 전정국도 그걸 알았다. 걔 앞에서 나는 못하는 말이 없었다.


- 너는 참 뻔뻔해. 내 앞에서 죽는다는 말이 몇 번짼지 정말.
- 전정국.
- 왜 불러?
- 나는 낭만적인 사람이야?


전정국이 작게 웃었다. 걔는 낭만을 추구했다. 뭘 하든 낭만적인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을 또 했지? 그럼 낭만적인 사람 해.


내가 전정국 앞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수없이 읊조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전정국은 날 살고 싶게 했다. 낭만, 어쩌고. 그런 이상한 타령을 하면서.



/



전정국은 매주 토요일마다 봉사활동을 하러 보육원에 왔다. 실제로 4시간 동안 유아부 초등부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전정국 말대로는 6시간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했지만 남은 2시간은 일부러 비워 놓았단다.


- 여긴 아직도 cctv가 없어?
- 응.


보육원 뒤뜰에는 cctv가 없는 사각지대가 있는데, 전정국은 그 장소를 선호했다. 옛 추억이 새록새록 난다나 뭐라나. 낭만 타령을 하면서 나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야기를 잘도 재잘댄다.


- 입 아플 정도로 떠들었는데 겨우 10분 지났어.
- 1시간 50분밖에 안 남았네.
- 1시간 50분씩이나 남았어.
- ……
- 낭만적이지? 알아.


전정국은 자존감이 높았다.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어주니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면서 광대를 볼록인다. 


- 너는 이따금씩 주의할 필요가 있어.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내가 기분이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소리야.


무릎을 모아 두 팔로 감싼 것을 풀었다. 전정국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이미 걔가 내 얼굴을 붙잡았다. 손이 아닌 음성으로. 그대로 전정국에게 잡힌 채 얼굴을 마주했다. 


- 아직도 죽고 싶어?
- 있잖아 전정국 내 스무 살은 끔찍할 거야. 네 스무 살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웬일로 전정국이 낭만 타령을 하지 않는다. 


- 네가 좋은 대학을 가고 비싼 음식을 먹을 때 나는 돈에 치여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만약 내가 죽지 않고 산다는 가정하에.
- 그럼 내가 좋은 대학을 가지 않고, 비싼 음식을 먹지 않으면.
- ……
- 네가 살아?


부질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전정국이 말도 안 되는 생떼를 부린다.


- 아니. 그래도 난 죽어.
- 그것 참 낭만적이지 않네.
- ……
- 그럼 낭만을 죽여야겠다. 나는 네가 살아야 해.


낭만을 죽인다. 전정국 10의 8은 낭만이 차지하는데 그걸 죽인다고. 전정국이 조심스레 내 손을 잡았다. 손등에 닿는 전정국의 느낌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보드랍기도 하고.


- 죽였다. 낭만.


전정국의 입가가 보르르 떨린다. 너, 아주 큰 결심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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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걱 연재글인가요 ..! 필명이 없으시길래 신알신을 못 했어요 ㅠㅠㅠ 조각이신가유 흑 흑 너무 아쉬운데 .. 작가님 글 짱 .. 귀여운 정국이랑 생각 깊은 여주 덕분에 글 잘 보구 가요 오늘 좋은 밤 보내세요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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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필명 정하시고 오시면 신알신 하겠습니다 호출 부탁드려도 될까융?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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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뭐예여.........뭐야 필력뭐야뭐야....................................담백......................그자체.........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화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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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엇 저도 신알신 하고싶은데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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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신알신... 누르고 싶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기다리고 있을게욥!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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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세상에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잘 읽고 갑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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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와, 세상에... 제목이 참 생소하다는 생각으로 클릭해 읽었는데, 몰입도가 진짜 대박이에요. 필명이 없으셔서 신알신도 못 하고... ㅠ__ㅠ 문체나 소재 다 너무 마음에 들어요. 혹시나 나중에라도 또 글 쓰시게 된다면 슬쩍 알려주세요! 그때는 필명 달고 써 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네요. 덕분에 오랜만에 글잡 글 스크랩도 했어요. 잘 읽고 갑니다. ❤️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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