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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요즘 뱀파이어 같은 걸 믿어?"  



학연은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홀짝이며 말했다. 으, 써. 자기가 시켜놓고선 쓰다니. 

홍빈은 뱀파이어 같은 걸 믿지 않는다는 학연의 말에 상처 입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너 어디 가? 형이랑 대화 못 나누겠다. 학연은 벌써 문 앞에 가있는 홍빈의 모습에 코트를 대충 걸치고 그의 목을 껴안았다.  



 "아우, 홍빈아. 너 설마 그런 걸로 삐친 거야? 오구 오구. 귀여워라."

"아, 좀. 붙지 말라고." 



 홍빈은 학연의 심한 스킨십에 불쾌감을 느끼고 팔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의외로 팔 힘이 강했다. 

나이도 있으신게 애교를 부려서야 원. 학연은 헤헤 눈웃음을 날리며 삐친 홍빈을 풀어주었다. 그런 학연이 홍빈은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애교를 부리고 귀찮게 치대긴 해도 도움을 줄 때는 확실히 도움을 주는 형이니까.


  

"사지 멀쩡한 남자 두 명이서 커피나 마시고 있고. 누가 보면 오해하겠네."

"근데 아까 뱀파이어 얘기 무슨 뜻이야?"

"뭐, 그냥. 조심하라고. 형은 왜 잘 당할 것 같아."



홍빈이 뜸을 들이며 말했다. 학연은 내심 저를 걱정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워낙 솔직하지 못해서 입에 발린 말도 잘 하지 않는 동생이었다. 그런 그가 조심하라니, 그것도 뱀파이어한테서.

 홍빈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학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밖으로 나오니  6시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달이 떠 있었다. 



"그럼 지금도 막 돌아다니고 있을 수도 있겠네?" 

"지금 이 시간에? 아닐 걸. 아직은 아니야."



깜깜한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홍빈은 고개를 내저었다. 

뱀파이어는 밤에만 다니지 않아? 의아하게 물어오는 학연의 말에 그는 그저 피식,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학연과 헤어지고 나서 그는 자켓 주머니에 손을 넣고 생각에 잠겼다. 

뱀파이어 사냥꾼. 홍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존재 여부가 희미했던 흡혈귀가 세상에 까발려지고 있다.

피를 빨린 몇몇 피해자들의 증언이 뱀파이어의 존재를 확실시해 줄 완벽한 증거물이었다. 뒷목에 찍힌 이빨 자국.

 산짐승의 것이라고 하기에도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도 애매모호한, 그야말로 뾰족하고 길다란 무언가로 찌른 듯한 그 이빨자국은 

너무나 깊숙해서 살도 오를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 날' 그가 느꼈던 생경한 고통이 다시 살아났다. 아직까지 제 뒷목에 남아있는 흉터를 홍빈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새끼 내 손으로 꼭 잡는다. 그의 온 몸이 말해주고 있었다.


 



 


 재환은 오른쪽 팔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쥐고 나무에 등을 기댔다. 어떡하지...너무 아픈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피가 흐르는 팔을 힐끔 쳐다보자 더 아픈 기분이 들었다. 총알을 빼내야 하는데 저에게 그런 용기는 없었다.

 게다가 병원을 가기엔 들킬 가능성도 있고. 우는 시늉을 하며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 

여태까지 숲 속에서 안 다치고 잘 다녔는데 왜 지금 와서. 아마 멧돼지나 사슴을 사냥하러 다니는 사냥꾼이 재환을 짐승으로 착각해 총을 쏜 것이겠지.

 나 사람이라고!!! 재환은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지금 이 상황에 산 속에 있으면 더 수상한 꼴이 된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다. 

작은 토끼나 들짐승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데 또 다시 사람의 피를 마시고 싶다는 욕구가 치미는 자신이 한심했다.

 벌써 열일곱 명이다. 자제하지 못한 게 후회되지만 뭐 어쩌겠어. 

재환은 비웃음 비슷한 미소를 지으며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거리로 나가야만 했다. 자주 가던 클럽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 곳이라면 다친 자신을 치료해줄 몇몇 여자들이 있을 것이다.

  

  

 

“어, 재환아. 여긴 어쩐 일이야?”

“나 다쳤어.”

  

 

재환은 그대로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여자에게로 쓰러졌다.

 당황한 여자가 그를 일으키지만 그는 축 쳐진 채 눈만 감고 있을 뿐이다. 하얀 천으로 팔 부위를 대충 싸매고 간간히 버티고 있던 모양이었다. 

안쓰러워진 여자가 제 허벅지에 재환의 머리를 뉘였다.

 다행히 총알은 깊게 박혀있지 않아서 쉽게 빼낼 수 있었지만 왜 다친건지 알 수는 없었다.

  

  

  

"으흐..재환아..“

“......”

“나 아파, 그만해...응? 제발..”

  

 

하지만 재환은 막무가내였다. 여자 위로 올라타 목에 이빨을 박고 끊임없이 들이켰다.

 여자는 그다지 반항하지 않고 재환의 등을 손으로 꽉 끌어안으며 눈물만 흘렸다. 그가 드디어 멈추었다. 혀로 입술을 핥아내자 익숙한 맛이 느껴졌다. 

재환은 팔을 감고 있는 붕대를 푸른 뒤 벌써부터 아물고 있는 부위에 손을 갖다 댔다.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해준 여자. 꾹 다물고 있던 자신의 입을 열게 해준 여자. 

그는 피냄새로 진동을 하는 룸을 빠져나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로 가득한 클럽 안을 배회했다.

 눈을 돌리면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 앞에서 엉덩일 흔드는 여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여자의 입술에 억지로 입을 맞추려는 남자들이 보였다. 

모든것이 소란스러웠다.



재환은 구석진 테이블로 가 와인과 안주를 시켰다. 와인의 색이 피처럼 붉었다. 왜 또 빨간 색인데.

 음미도 없이 벌컥벌컥 마시니 더 독한 기분이 들었다. 



"저기 혹시 시간 되세요?"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 보았다. 친구인걸까. 

그 옆에는 하나같이 진한 화장을 하고 수줍은 미소를 띄고 있는 여자들이 보였다. 입술도 피처럼 빨갰다. 

그는 짜증스러웠지만 예의 정중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어떡하죠. 저 지금 가야하는데. 에이, 그러지 말고 저희들이랑 한 잔 해요. 네? 

재환의 거절이 여자들을 더 자극시킨 꼴이 되어 버렸다. 

그는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을 간신히 추스리고 제 팔을 여자들에게서 빼냈다. 



"죄송해요. 진짜 저 집에 빨리 들어가봐야 되서. 다음 번에..."



말을 끝맺기도 전에 재환을 향해 주먹이 날라왔다.

 개새끼야. 너냐? 내 여친 꼬신 게 너냐고. 이게 얼굴 반반하니까 세상 다 네 것 같지? 씨발. 진짜 좆같은 새끼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에 재환은 그저 터진 입술만 만지막거렸다. 인상을 찌푸리고 저에게 주먹을 던진 남자를 바라보는데 꼭 불량배 두목같이 생겼다.

 왼쪽 눈가에 길게 상처가 나 있는 모습이 여간 우스운게 아니었다. 너 이 새끼한테 뭐라고 했어? 화살이 여자에게로 돌아갔다. 


 

"자, 자기야. 그러니까 그게...저 남자가 갑자기 술 마시자고 해서..."

"하,"


 

그는 몸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웃었어? 웃었냐고. 이 새끼야.

 할 줄 아는 게 욕밖에 없나. 남자는 그대로 재환의 허리춤과 배를 사정없이 발길질 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말리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원인 제공을 한 여자들까지도.





+


 

학연은 창문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가늘게 눈을 떴다. 몇시야. 오늘 수업 있는데...그 생각을 하자마자 졸린 눈이 번쩍 떠졌다. 

휴대폰을 키고 시간을 확인하니 마침 아홉시였다.

 아. 씨!! 그가 뻗친 머리를 헤집으며 울상이 된 채로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홍빈 이 개자식은 아침마다 전화해서 깨워준다면서 하지도 않고!!!! 허겁지겁 신발은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 몸이 오슬오슬 떨렸다. 다행히 뛰어서 십분거리라 늦을 염려는 없었지만 밥을 안먹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는데 쓰레기 통으로 가득한 좁은 골목 어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였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 은근히 신경쓰였다. 학연은 불량배들한테 얻어맞은 건 아닐까 싶어 침을 꼴깍, 삼키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 저기요. 어디 다치신 거...."



예상보다 상처는 심각했다. 입술과 눈두덩이는 시퍼렇게 피멍이 들다 못해 군데군데 터져 있었고 머리엔 마른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와. 차학연. 침착하자, 침착해. 그래. 지금이야말로 유치원때 배우고 아직까지 써먹을 일이 없었던 그 학습을 몸소 보여야 할 차례야. 

그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죽은 줄만 알았던 남자가 쇳소리같은 거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홍빈이야?"

"네? 아, 아닌데....."


 

재환은 헉헉 대며 바닥을 짚고 일어섰다. 그의 깊은 아이홀이 요동치고 있었다.

 학연은 남자가 홍빈을 안다는 것에 일차 당황해 눈만 꿈벅이며 재환을 쳐다보았다. 

아니네? 이홍빈 왜 안오지. 재환은 뿌애진 시야에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씨발 존나게 아프네.

 학연은 위험한 건 오히려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가 심해 움직일 힘도 없는 재환은 데자뷰같은 이 개같은 상황에 입술을 짓씹다가 아늑해지는 정신을 붙잡지 못하고 바닥에 철푸덕 엎어졌다. 

학연은 119에 전화하려는 손을 멈추고 홍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본능이 홍빈한테 전화하라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빈이 한숨을 쉬고 재환의 팔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학연은 차가운 물수건을 재환의 이마에 올려 놓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손목 시계를 힐끔 거렸다. 이 형은 왜 맨날 맞고만 다니는 거지.

 근데 진짜 병원 안가고 돼? 학연은 내심 걱정한다고 한 말이었는데 홍빈은 그 특유의 차가운 표정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야. 나 학교 가야 되는데. 오늘 중요한 강의 들었단 말이야."

"하루 빼먹으면 되잖아."

"안된다고!! 하앙....몰라. 홍빈아. 네가 집까지 데려다 주면 안돼? 응?"


 

학연은 홍빈의 팔을 붙잡고 앙탈을 부렸다. 아무리 홍빈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수상해 보이는 이 남자를 집에 들여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짜 쌍으로 왜 이래. 나 이 재환이 형 집 모른다고. 

뭐? 아는 사이라며? 경악한 표정으로 학연이 물었다. 안 알려주는 걸 어떡해. 



 

그렇게 해서 홍빈은 나 먼저 간다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고 나가버렸고 남은 건 학연과 재환 뿐이었다. 

중요한 수업을 듣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와 어쩐지 눈매가 서늘해 보이는 남자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왔다. 

학연은 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재환의 미세한 행동 하나 하나를 관찰했다.

 어쩌다가 손가락이 꿈틀대기라도 하면 학연은 움찔하고는 저만치 떨어져서 그를 지켜보았다. 

자기가 생각해도 참 한심한 짓이었다.

 

 빨리 좀 깨어나라.



 

시계를 보자 점심대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진짜 뭐하는 짓인지. 

학연은 피식, 웃으며 일어나려다 재환의 뺨 부근에 피멍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감지했다. 뭐야. 진짜 심각하게 들어있었는데?

 몇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원래 상처가 없던 것 처럼 깨끗히 사라진 피멍에 그가 놀란 눈을 하고 조심스럽게 재환의 뺨을 만져보았다. 

그 때 재환의 손이 학연의 팔을 잡아당겼다.


 

"홍빈아. 나 어떡해?"

"......." 


 

학연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다친 재환보다 힘이 딸렸다. 저기 저 이홍빈 아니예요. 

재환도 그 소리륻 들었는지 몸을 벌떡 일으켜 학연을 노려 보았다. 너 뭐야. 경계심 가득한 고양이처럼 물어오는 재환에 학연은 어이가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재환은 낯선 방 풍경에 이리저리 곳곳을 둘러보았다.


 

"어...어? 여기 이홍빈 집 아닌가?"

"네. 아닌데요."

"그럼 어디지이....모르겠다. 여기 어디야 도대체..."


 

나 홍빈이 집에 가야되는데. 아까 저를 노려보던 그 눈빛은 어디갔는지 어느새 순둥한 얼굴을 하고선 방 안을 돌아다니는 재환이었다. 

이홍빈이 이딴 남자랑 아는 사이라니. 그의 성격 상 절대 불가능한 소리였다. 

다시 침대에 걸터 앉은 재환이 작게 중얼거렸다. 배고프다.

 

 배고프단다. 자기가 다친 거 모르는 거 아니야? 


 

"홍빈이 지금 학교 갔어요. 3시 되서야 올 거예요.'

"나 밥줘."

 

 

아, 뭐라는거야. 학연은 강아지같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재환에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재환이라는 남자. 상태가 상당히 안좋았다. 

 

 

 

 

 

 

+

 

 

분위기랑 맞는 노래를 한시간 이상 찾다가 도저히 못찾겠어서 비쥐엠 없이 올렸어요ㅠㅠㅠ

소재가 좀 식상하긴 한데 생각나는 소재가 없더라구요 죄송합니다...

우선 홍빈은 재환이가 뱀파이어라는 걸 알고 있고 옛날 자기 피를 빨았던 그 남자라는 것도 알고 있어요.

어떻게 아는 건지는 차차 나올 예정이고 먼저 홍빈이 복수하려고 재환이랑 가깝게 지내는?? 그런 거죠

이걸 미리 말씀드리는 이유는 먼저 알고 계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 이거 몰입감 높이려고 엄청 고심해서 썼어요ㅠㅠㅠ

부족하긴 한데 조회수랑 댓글수랑 차이나면 진짜 기운 빠져요...

형식적이라도 좋으니 제발 댓글 한 글자라도 써주세요 힝힝ㅠㅠㅠㅠㅠ

 

그럼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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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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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소재 완전 둏자나요ㅠㅠㅠ으어어엉 기다릴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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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 취향저격...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보는 순간 점점 몰입되고 와.....진짜 넋놓고봤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살께요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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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대박...... 몰입해서 봤자나요ㅠㅠㅠㅠㅠㅠㅠㅠ 어디있다가 오셨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신알신 누르고 갑니다!!!!! 다음편 기다린께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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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우와..진짜재밌네요ㅠㅠㅠㅠㅜㅠㅠㅠ제가찾던스타일의글이예요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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